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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상류는 온통 지난해 가라앉은 녹조류 사체로 뒤덮여있다. ⓒ 김종술
"녹조 사체 둥둥 떠다니는 강물에 죽은 물고기 썩어가고, 버려진 둔치에 야생동물이 죽어있다. 시궁창 펄밭에서 무심히 조개를 잡아가는데 정부의 손길은 미치지 못한다. MB 쿠데타에 짓밟힌 금강에 봄은 찾아왔지만 썩은 악취만 진동한다."

금강을 돌아본 활동가들의 얘기다. 12일 이용희 녹색연합 4대강 담당자와 양준혁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가 금강을 방문했다. 4대강 사진작가이자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실 박용훈 보좌관도 동행했다. 녹색연합은 한 달에 한 번 금강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전면 수문이 개방 중인 세종보에 모래톱이 드러나고 있다. ⓒ 김종술
수문이 전면 개방 중인 세종보 둔치에 부쩍 따뜻해진 날씨 탓인지 포근한 봄 향기가 불어오고 있었다. 2009년부터 자행된 4대강 흑역사가 끝나고 하나둘 드러난 모래톱엔 늘어난 새들이 눈에 띄었다. 가슴까지 올라오는 바지장화로 갈아입고 물 밖으로 드러난 안쪽까지 들어갔다.

돌·자갈이 깔린 모래톱에 오리와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일행을 먼저 반겼다. 왜가리 백로도 옹기종기 모여서 휴식을 취한다. 널따란 모래톱엔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이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모래를 헤집고 먹이를 찾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발목이 찰랑찰랑 잠기는 곳에는 여전히 녹조류 사체가 둥둥 떠다녔다. 입을 쩍 벌리고 죽어간 조개도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비릿한 냄새와 썩은 악취는 여전히 진동했다. 수문이 눕혀진 틈 사이로 상류에서 떠내려 온 쓰레기들이 잔뜩 걸렸고 그 틈바구니에 파충류 한 마리가 수문에 끼어서 죽어있다.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사진을 찍던 이용희 활동가가 한마디 했다.
세종보 수문에 끼어 죽은 파충류를 박용훈 보좌관이 줄자를 놓고 이용희 활동가가 사진을 찍고 있다. ⓒ 김종술
"강의 착취 시대가 끝나고 수문이 열렸다고 좋아했는데, 결국 강에 구조물이 치워지지 않는다면 저런 사고가 또 발생할 것이다. 빠른 철거만이 강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에게 진정한 복지를 안겨줄 것이다."

높이 7m 콘크리트 공주보의 수위가 3~4m가량 내려간 영향으로 곳곳에서 모래톱이 드러나고 넓어지고 있었다. 지천에서 합류하는 강줄기는 최근 내린 빗줄기에 물길이 바뀌고 되살아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공주 쪽으로 내려올수록 모래보다는 펄층이 많았다. 또한, 유독 깔따구와 하루살이 등 날벌레가 들끓었다.

금강을 끼고 민원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기자에게 전화해온 공주시 관계자는 "청벽 식당에서 깔따구가 많아 장사하지 못한다고 민원이 발생하고 있어 소독약을 뿌리고 있는데 큰 효과가 없다"라며 "어떻게 하면 깔따구를 제거할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결국, 웅덩이처럼 갇힌 강물이 깔따구나 하루살이, 모기 등 서식 여건을 좋게 만든 것으로 수문개방으로 유속을 만들기까지는 특별한 해답은 없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사적 제12호 공산성이 바라다 보이는 수로 펄밭에서는 4~5명이 강바닥을 파헤치고 있었다. 펄밭에 드러난 조개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들은 행동을 멈추고 포댓자루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갔다. 어눌한 말투로 보아 중국 동포로 보였다.

양준혁 활동가는 그들을 붙잡고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가득한 강물 속 펄밭 조개는 식용으로 먹어서는 안 된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그들은 "네 알겠어요. 괜찮아요"라며 별일 아닌 듯 빠져나갔다. 물고기와 새들이 죽어가는 금강에 어류나 어패류를 먹지 못하도록 정부의 계도가 필요해 보였다.
수위가 내려간 공주보 상류는 온통 지난해 가라앉은 녹조류 사체로 뒤덮여있다. ⓒ 김종술
공주보 상류 국가 명승 제21호 고마나루 부근 강바닥은 온통 파란 녹조 밭이다. 지난해 가라앉은 녹조류 사체가 수위가 낮아지면서 물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질퍽거리는 펄밭으로 변한 강변은 펄층이 깊어 접근도 허락하지 않았다. 따뜻한 날씨 탓인지 붉은 깔따구 유충들만 기어 나와 꿈틀거리고 있다. 

펄과 물이 만나는 지점엔 죽은 물고기 사체도 보였다. 붕어, 누치, 눈불개, 배스 등 떠밀려온 것으로 보이는 사체에서는 누런 기름이 흘러내리고, 속살을 내밀고 죽은 조개는 누렇게 탈색되어 썩고 있다. 공주보 앞에 버려진 폐그물은 강바닥에 반쯤 묻히고 주변엔 죽은 물고기 사체도 보였다. 건너편 둔치에는 생활쓰레기와 산업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박용훈 보좌관은 "지난 2009년만 하더라도 바람에 날리는 고운 모래사장이었는데, 지금은 펄층이 생각보다 깊고 냄새가 너무 심하다. 죽은 물고기가 썩어가고 있지만, 관리가 전혀 안 된다. 금강에 봄은 찾아왔지만, 꽃은 피우지 못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최근 기자와 통화한 <한국어류도감> 저자 전북대학교 김익수 명예교수는 물고기 폐사 원인으로 금강 수질을 지적했다.
지난해 가라앉은 녹조류 사체 속에서 죽은 물고기만 죽어가고 있다. ⓒ 김종술
"현장을 보지 않아서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몸에 묻은 솜털같이 것은 곰팡이로 보인다. 붕어·잉어는 물속에 사는 어류 중에서 오염에 제일 강한 종이다. 산소가 부족해도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는 종인데, 결국 산소가 부족해서 보이는 현상으로 보인다. 다른 종들은 약해서 다 죽었고, 마지막 남아 있는 것이 그렇게 죽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청양군 강변에는 총에 맞아 죽은 것으로 보이는 고라니 사체도 보였다. 하류 백제보의 수문은 굳게 닫혀 보를 타고 흘러내리는 강물은 세제를 풀어 놓은 듯 하얀 거품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건너편 제방과 맞닿아 있는 곳에는 축산분뇨가 비닐로 덮지도 않은 채 방치되어 있었다. 거름에서 흘러내린 침전물은 보글보글 끓어오르면서 녹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축산 폐수로 인한 오염도 심각해 보였다.
백제보 우안 제방과 맞닿아 있는 충남 청양군 강변에 쌓아 놓은 축분에서 침전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 김종술
토양 오염은 물론 지하수 오염과 배수로를 통해 금강으로 흘러들어 강의 수질오염을 증가시킨다. 특히 하류 6km 지점에서는 도수로를 통해 보령댐으로 가져간 물을 충남 서북부 도민들의 식수로 공급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라는 명목으로 자행된 강의 습격은 강의 반격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기온이 오르고 따뜻한 봄이 오고 있지만, 악취가 진동하는 금강을 찾는 사람도 없다. 금강은 쓰레기를 무심히 내다 버리는 죽음의 강으로 변해버렸다.
수문이 개방 중인 세종보 구조물 틈바구니에 끼여 죽은 파충류. ⓒ 김종술
전면 개방 중인 세종보 수문에 상류에서 떠내려 온 쓰레기들이 잔뜩 걸려있다. ⓒ 김종술
부쩍 따뜻해진 날씨 탓인지 공주보 상류 펄밭에서 기어 나온 붉은깔따구가 꿈틀거리고 있다. ⓒ 김종술
지난해 가라앉은 녹조류 사체 속에서 죽은 물고기만 죽어가고 있다. ⓒ 김종술
공주보 상류는 온통 지난해 가라앉은 녹조류 사체로 뒤덮여있다. ⓒ 김종술
지난해 가라앉은 녹조류 사체 속에서 죽은 물고기만 죽어가고 있다. ⓒ 김종술
충남 청양군 강변에서 죽은 고라니 몸에는 총에 맞은 상처가 보였다. ⓒ 김종술
태그:#4대강 사업,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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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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