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포스터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포스터 ⓒ 오드


*주의! 이 기사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디즈니 테마파크가 성공적으로 개장한 후, 자신감을 얻은 월트 디즈니는 보다 자연친화적인 낙원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플로리다의 올랜드 지역의 2만8000에이커(약 3500만 평)의 땅을 구입한 그는 평생의 비전을 담은 세계 최대 규모의 디즈니 월드를 만들기 시작한다. 영화 <스타렛>과 <탠저린> 등을 통해 미국 내 소외된 사람들을 이야기했던 션 베이커 감독의 신작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아이들을 위한 인류 최대의 낙원을 만든다는 월트 디즈니의 원대한 꿈. 이 영화는 1972년 개장해 전 세계 수많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제공한 플로리다의 디즈니 랜드, 그리고 그 맞은편에 있는 모텔 '매직 캐슬'에 관한 이야기다.

화려한 디즈니 월드 맞은편의 매직 캐슬은 형편없다. 동화 같은 외관을 가졌다고 해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까지 동화 속에 사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경계로 밀려나 단칸방에 몸을 뉘인 사람들, 건물 곳곳의 곰팡이와 고장난 가전까지. 동화 같은 환상은 없다. 주인공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와 핼리(브리아 비나이트) 모녀 역시 이곳에서 장기 투숙 중이다.

6살 무니의 시선, 그래서 더욱 빠져든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컷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컷 ⓒ 오드


알록달록 무지개 색 옷을 입고 다니는 꼬마 무니, 홀로 아이를 키우며 머리를 알록달록 물들인 엄마 핼리. 그들의 재정상태는 처참하지만 그들의 삶을 '빈민'과 '미혼모'라는 단어에 가두기에는 너무나 발랄하다. 그들이 입은 옷과 일상은 건너편 디즈니랜드만큼 발랄하고 생동적이다.

6살 무니의 시선으로 영화는 진행된다. 영화는 이들을 시혜적 시선으로 그릴 수도 있지만 당당한 무니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6살 무니가 내뿜는 활력은 베테랑 노배우가 보여주는 존재감과 다를 바 없다. 그 나이 때 아이들이 으레 부모의 보호망 안에서 크는 것과 달리, 무니는 모텔 주변을 뛰어다니며 활보한다.

아이들을 위한 동산을 만들겠다는 디즈니 바람이 이뤄진 것일까. 그러나 이미 슬럼화된 공간을 뛰어다니는 무니와 친구들의 활극은 위태로워 보인다. 안전장치 없이 시간을 보내는 무니의 모습은 디즈니의 환상이 아닌, 가난이 만든 환경이다. 버려진 건물에 불을 지르고 모른 척 어색하게 사진을 찍는 무니의 모습은, 동화라기 보다 빈곤층 아이들의 현실일 뿐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컷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컷 ⓒ 오드


매직캐슬, 퓨처랜드, 플로리다 플로젝트 동화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들의 현실은 척박하다. 꿈을 심어줘야 할 나이의 아이들인데, 매직 캐슬은 온갖 위험한 것들이 산재해 있다. 또 무니는 엄마와 함께 구걸을 하며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간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것에 불평하지 않는 무니와 핼리의 모습에서는 그 어떤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다.

디즈니가 만든 동화 속 주인공의 삶은 아니지만, 그 둘은 결코 삶을 비관적으로 해석하고 포기하지 않는다. 타인들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이 할 일을 하며 무니와 핼리는 살아가고 있다.

진짜 그들의 시선이 되어보면 오히려 우리는 그들을 바라보는 시혜적 시선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알 수 있다. 그 많았던 비정상적 상항 속에서도 단 한 번도 눈물 흘리지 않고 떳떳하게 살아가던 핼리와 무니는 영화의 마지막 결국 눈물을 흘린다. 영화 속에서 처음으로 생동감을 잃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무니는 그렇다고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피하지 않는다.

으레 비극적 인물을 주인공 삼아 시혜와 성장이란 담론에 가두는 장르 영화와 다르게 <플로리다 프로젝트>에는 동화같은 순수한 시선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플로리다프로젝트 션베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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