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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초에 누구나 한 번쯤 지인들에게 이런 새해 인사말을 건넸을 것이다.

"올 한해도 건강하고, 하고자 하는 일 꼭 이루길 빕니다."

우리 솔직해보자. 새해 인사 문자를 보낼 때 혹시 이런 문구를 하나 써(골라)놓고 '복사하기-붙여넣기'를 반복하며 모든 지인들에게 보내지는 않았는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했을 것이다.

반대로 자신이 보냈던 것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문구의 연하장을 받아보기도 했을 것이다. 어떻던가? 새해 인사말이 크게 감동이 되어 울림을 주던가. 물론 보내지 않은 것보다 보냈다는 성의가 무척 고맙긴 하다. 

이에 대해 혹자는 '복사하기-붙여넣기'가 연하장을 인쇄하던 것과 견주어 똑같은 문구가 들어가는데 뭐가 이상하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여기서는 이에 대한 논쟁은 논외로 치고, 내가 말하려는 본론으로 들어가면, 글을 쓸 때도 이런 '그렇고 그런' 표현은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가령, 하는 일마다 실패하는 사람을 만나 위로의 말을 한다고 해보자. 그럴 때 대부분은 "힘내!" "파이팅!" "잘 될 거야!"... 이런 말을 건넨다.

그런데 이런 위로의 말이 듣는이에게 결코 위로로 들리지 않는다면, 왜일까?

아마도 누구에게서나 또 계속 들어왔던 말이기에 새삼스럽게 마음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이리라. 심하게 말해 영혼이 전혀 담기지 않은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고나 할까.

이런 표현을 우리는 '상투적'이라고 말한다. 무슨 상황이나 행동이 일어났을 때 당연히 반사적으로 나오는 리액션 같은 표현 말이다. "늘 써서 버릇이 되다시피 한"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보더라도 듣는이에게 그다지 감동을 안기지 못하는 표현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물론 글을 쓰다 보면 상투적 표현을 쓰게 마련이다. 어떤 경우엔 꼭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상투적인 표현들이 의미를 가지려면 '진정성'이 들어있어야 한다. 진정성이 없는 표현은 설령 상투적이지 않다고 해도 듣는이에겐 '빈말'이 되기 쉽다. 

글쓰기는 창작의 길이다. 그래서 문장 하나를 쓰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고 쓰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그래도 흡족하지 않아 글쓰기 진도가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이렇게 힘들게 따박따박 써내려간 문장은 독자들이 먼저 알아본다. 행간 속에 생각의 흔적이, 고민의 흔적이, 분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들어있기 때문이다.

자, 이렇게 얘기하면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초보 글쓴이들은 절망한다. 어쩌라고. 날개도 없는데 자꾸 날라고만 하느냐고.

'상투적'인 표현을 피하라는 말에 괜한 주눅이 들어 너무 어렵다는 반응들인데, 물론 심금을 울리는 표현을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시도를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얼마든지 상투적인 표현을 피할 수 있다.

앞에서 예로 든 새해 인사말의 경우, 건강이나 소망을 이루라는 것도 좋지만 보내는 사람의 상황을 조금만 헤아리면 이 상투적 표현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

"올해는 큰딸이 꼭 대학에 합격하길 빕니다."
"계획했던 책을 꼭 내길 바랍니다."

이왕 예를 드는 김에 절망한 친구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도 바꿔보자.

"또 실패했다고 성공이란 단어가 멀리 도망간 것은 아니오!"
"세상 웃긴다고 소리 한 번 크게 질러 보시오!"

물론 이 어색한 억지 표현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힘내!" "파이팅!"보다는 행간에 고민한 흔적이 들어 있지 않은가.

심금을 울리는 것은 문장 속에 담긴 내용이다. 이렇듯 인사말을 건네는 상대의 현재 상황을 감안하여 구체적으로 표현하면서 상투성을 피하는 것도 요령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조성일의 글쓰기 충전소'에도 포스팅했습니다.



태그:#상투적 표현,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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