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승기.

배우 이승기가 영화 <궁합>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 CJ엔터테인먼트


군대 전역 후 이승기는 영화 <궁합>과 드라마 <화유기>, 예능 프로 등으로 폭 넓게 대중을 만나고 있다. 마치 공백기를 만회하려는 듯한 활발한 활동이다. 가수와 배우, 엔터테이너로 활동할 수 있는 30대 남성이 전무하다 시피 한 만큼 분명 그는 한국 연예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궁합>으로 그는 사극 멜로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에 도전했다. 극중 역술가 서도윤으로 분해 사람들의 사주와 궁합을 보며 존경을 얻다가 옹주(심은경)와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된다는 설정이다. 출연 배우 면면과 내용을 보면 분명 봄과 어울리는 영화다.

강해진 멘탈

사실 이승기 스스로는 운명론자는 아니었다. "사주나 궁합을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밝힌 그는 "그것과 상관없이 제가 가진 의지와 느낌이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제작 의도도 그랬고 <궁합>은 젊고 따뜻한 영화다. 보시고 나면 왜 봤을까 그런 후회는 들지 않으실 것이다. 사극이라 더 진지하고 무거운 걸 원하실 수도 있는데 그건 다른 작품들에서도 찾을 수 있고, 제 스스로는 부끄럽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 서도윤은 날카롭고 예리하다고 시나리오에 돼 있는데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았다. 일종의 사람을 볼 줄 아는 통찰력이 있다고 이해했다. 그리고 좀 열려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진지한 사람이라도 유쾌한 면이 있기 마련이니까."

 영화 <궁합>의 한 장면.

영화 <궁합>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드라마 <화유기> 속 손오공, <궁합> 속 서도윤 공교롭게 모두 가상의 인물이다. 전자가 안하무인 자기만 아는 인물이었다면 후자는 옹주를 묵묵히 지켜주는 든든한 존재. 이 두 인물 사이에서 시청자와 관객들이 오롯이 이승기의 장점을 즐길 법했다. 전역 직전부터 그만큼 준비해 온 이승기의 노력이 숨어있었다.

"말년이라고 하지. 전역 직전 술도 많이 먹고 놀기도 할 때인데 그때부터 (연예계 복귀) 준비했다. 체중, 체력 관리도 하고 마음도 다잡고 그랬다. 이미지 트레이닝도 했다. 민간인이 되면 누구에게 보고하지 않고 외출하고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이젠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으니 참 좋다(웃음). 

군 생활이 많이 도움 됐다. 멘탈도 강해졌고, 연예계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스스로 알잖나. 어느 부분이 쳐져 있는지, 그런 걸 감지해서 끊임없이 이겨내고자 노력하자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야 대중들이 알아주시더라. 예전엔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마음이 강했는데 이전 다들 눈높이가 높아지셨고, 수준도 올라갔다. 매 순간 할 수 있는 최대를 해야지."

그가 말한 멘탈이 강해졌다는 건 "내 자신에 대한 관대함을 버렸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본인이 조절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은 항상 있는 법. <화유기> 인명 사고 등에 대해서 그는 "현장에서 벌어지지 말았으면 하는 일이 벌어진 거라 안타깝고 아픈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선택의 순간

 배우 이승기.

ⓒ CJ엔터테인먼트


가수로 시작해 연기를 병행했고, 이젠 명실상부 예능인으로 입지도 다졌다. <1박2일> <꽃보다 누나> <집사부일체>까지 그가 예능 프로에서 다른 출연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게 어색하지 않다. 이승기 스스로도 "전역 후 일단 예능 프로부터 하고 싶었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군대 후임들을 봐도 대부분 21살, 22살인데 제대 후 뭘 할지 다들 고민하더라. 제게도 상담하고 그러는데 저도 확신이 늘 없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에 가장 많이 읽는 책이 자기 계발서더라. 전역 후 출연하게 된 <집사부일체>가 그런 의미에서 매력적이었다. 제가 웃길 수 있는 건 어렵겠지만 함께 하고 싶었다.

1987년생이고 고등학생 때 데뷔했는데 그땐 이 직업의 특별함을 몰랐다. 정신 차려보니 인지도라는 게 생겼고, <1박2일>을 하고 드라마도 하면서 15년 가까이 이 일을 하고 있다. 제가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게 아니라 약간의 재능과 노력을 더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릴 땐 배우로 가야하나 그런 고민도 많았는데 이젠 지금의 제가 그냥 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엔터테이너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향점은 각 분야의 정점을 찍는 것이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그만큼 고민하고 노력하는 시간을 늘려야겠지. 

가수든 연기든 어떤 분야든 제게 희열감을 준다는 건 똑같다. 예능은 엄청난 양의 웃음을 현장에서 주고받는다. 살면서 웃을 때가 생각보다 자주는 없잖나. 그런 의미에서 예능도 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분야다."

이런 이유로 이승기는 어떤 특정 기간이 슬럼프였다기 보다는 매 순간이 슬럼프임을 고백했다. "매번 예능 프로 녹화 때마다 두통에 시달린다"며 "그만큼 자신에 대한 기준이 까다롭다"고 전했다. "매 순간 버겁고 그걸 해내면 안도한다"며 "나름 예능의 기본을 지키면서 고민해가며 하겠다"고 말했다.

예능의 원칙

 배우 이승기.

ⓒ CJ엔터테인먼트


그 기본이라는 건 간단했다. '오프닝은 최대한 깔끔한 차림으로, 끝낼 때는 힘차게'. 이 원칙으로 이승기를 비롯한 동료 출연자들은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를 표하고 있었다. 이 예능 유망주에게 최근 예능의 흐름을 짚어 달라고 부탁했다. 전설의 프로 <무한도전>도 곧 종영 하는 등 지각 변동이 예고됐기 때문.

"전 시청자 분들이 뭘 좋아하는지 아직까진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요새는 주제가 명확한 걸 좋아하시는 것 같다. 예전엔 버라이어티라고 여러 요소가 짬뽕된 걸 좋아했다면 이젠 한 가지가 확실한 설정이 사랑받는 것 같다. 메인요리가 확실해야 하는 느낌이랄까. 종합선물세트는 이젠 인기가 없다랄까. 여행이면 여행, 식당이면 식당, 교훈이면 교훈 이렇게 명확해야 하지 않을까."

그는 연예인의 삶은 상상도 안 했고, 사업가를 꿈꿨던 아이였다. 그런 그가 유명인이 돼 주목받는 삶을 살고 있다. "굉장히 독특한 직업인 건 분명하다"며 이승기는 "굉장히 우상시 될 수도 있기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본 의무는 다해야 더 빛이 날 것"이라 말했다. 이 말에서 많은 팬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랑에 갇히지 않고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것들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습에서 그만큼 몸과 마음이 건강해 보였다.

올 한 해 그는 더욱 바쁘게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앨범 발매도 준비 중이다. "일단 올해는 달려보려고 한다"며 "긴 호흡으로 완급조절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승기 궁합 화유기 심은경 집사부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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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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