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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어머니 장수미(가명)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성소수자 어머니 장수미(가명)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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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 살 여린이 엄마 장수미(가명, 46세)씨는 평범한 주부이다. 특별히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그의 딸 김여린(가명, 21)씨가 성소수자라는 점이다. 

최근 충남 인권조례가 폐지 위기에 놓였다. 폐지를 주장하는 일부 보수진영에서는 충남인권조례가 "동성애와 동성혼을 조장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보수단체와 개신교도들에게 성소수자들은 단지 '악의 축'일 뿐이다. 하지만 성소수자를 자녀로 둔 부모들에게 이 같은 보수단체의 주장은 큰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장씨는 "나 역시도 우리 아이가 커밍아웃하기 전까지는 성소수자를 인정하지 않았던 사람 중 하나"라며 "우리 아이가 성소수자라고 하니 그냥 받아 들인 것 뿐"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딸 여린이를 '우리 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귀하디 귀한 그 아이들(성소수자들)을 누군가 '사탄'이라고 표현하는 현실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 씨는 본인의 실명과 얼굴을 당당하게 공개하고 싶다고도 했다.

하지만 기자는 장씨를 말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딸 여린(21세)씨가 강제로 '아웃팅' 되는 상황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충남의 모처에서 장씨를 만났다. 아래는 그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 지난해 아이와 함께 광화문 퀴어 축제에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의 상황을 말해 달라
"아이 혼자서 갔다. 방송을 통해 그날의 축제를 봤다. 보수단체의 피켓에 아이들이 사탄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많이 불편했다. 내게는 귀한 아이이다. 그들(보수단체와 교회)의 기준에 안 맞는 것뿐이지 그 아이들(성소수자)은 범법자가 아니다.

우리 아이는 어릴 때 많이 아팠다. 아까워서 때리지도 않고 키웠다. 성정체성이 다르다고 해서 그 아이들을 사탄으로 몰고, 막말까지 쏟아내는 것은 정말 아닌 것 같다. 다음에는 아이와 함께 퀴어 축제에 참가할 생각이다."

- 아이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솔직히 조금은 슬펐다. 나는 평범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우리아이가 평범하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자책도 했다. 세상 사람들은 나와 다르면 틀렸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당사자인 아이가 더 슬플까, 그런 딸을 둔 내가 더 슬플까(힘들까)를 생각해 봤다. 아이가 더 힘들고 슬프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 아이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은 언제 알았나.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것이다. 지난해의 일이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과외 일을 하고 있다. 과외 학생 하나가 "선생님 아무개랑 아무개랑 사귀어요. 여자끼리인데도 사귀어요"라고 말했다. 얘기를 듣고 그 아이들의 엄마는 참 심난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외가 끝나고 딸아이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 줬다. 근데 딸아이가 '엄마 사실은 나도 그래'라고 말했다. 자식 키우는 부모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TV에서 보면 보통 이런 일을 겪은 엄마들은 울고 불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이의 상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우리 아이 커밍아웃을 해도 엄마가 이해해줄 것이라고 믿은 것 같다. 오히려 그것이 더 감사하다."

- 아이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은 미리 감지하지 못했나.
"그렇다. 앞서 말한 것처럼 처음 아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자책을 했다. 하지만 많이 놀라지는 않았다. 아이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면 그것은 곧 내가 우리 아이를 부끄럽게 여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가족들에게도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편하게 이야기 했다. 아이의 두 외삼촌과 다른 가족들도 크게 호들갑 떨지 않고 아이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인정했다."

"우리 아이, 성소수자이기 전에 내게는 귀한 자식"

- 여린이에 대해 설명해달라.
"우리 아이는 특이한 경우이다. 우리 아이는 남성과 여성을 떠나 성적인 매력을 느끼면 좋아하는 것 같다. 아이가 어릴 때 성인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단순히 남자를 혐오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했다.

하지만 아이는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냥 어떤 사람이 좋으면 남녀를 떠나 성적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현재는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어쨌든 우리 아이가 여자를 좋아하든 남자를 좋아하든 내게는 그저 귀한 자식일 뿐이다."

- 아이가 친구들에게 자신이 동성애자란 사실을 알린 상태인가.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아이와 친한 친구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내가 과외를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성소수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물어 봤다. 오히려 아이들은 성소수자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어떤 아이는 '그냥 다른 거잖아요'라고 말했다.

오히려 어른들이 아이들의 인권의식을 못 따라 가는 것 같다. 오히려 어린 아이들의 경우 편견 없이 '나와 다름'을 좀 더 쉽게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 일부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나.
"우리나라는 기독교 국가가 아니다. 얼마 전 교회 앞에 성소수자와 이슬람에 대해 배타적인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내건 것을 봤다. 기독교는 사랑을 가르치는 곳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내건 현수막에는 사랑이 아닌 혐오가 들어 있었다. 사랑을 말해야 할 곳에서 증오와 혐오를 가르치는 것은 아닌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


태그:#성소수자 , #성소수자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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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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