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닛~폰!"

대한민국과 일본의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예선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강릉하키센터의 열기는 올림픽 못지않았다. 점수 없이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면서 양 팀을 응원하는 관객들의 응원 구호가 얼음 위를 가득 메웠다. 총 6058명이나 찾아왔다.

관중의 응원에 화답하듯, 이날 선수들의 플레이는 비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경기 이상으로 박진감이 넘쳤다. 선수들 간 강렬한 보디체크에 썰매를 탄 채로 뒤집히는 이도 있었고, 퍽을 둘러싼 난전 상황에서 썰매 아래로 퍽을 솎아내기도 했다. 한국에서 초반부터 승기를 잡고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지만,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일본 선수들도 기회를 살리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승패의 향방은 아직 알 수 없었다.

2피리어드부터 잘 풀어간 우리 선수들의 활약

긴장되는 순간 10일, 2018 강릉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예선전이 열렸다. 대한민국과 일본이 맞붙었다.

▲ 긴장되는 순간 10일, 2018 강릉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예선전이 열렸다. 대한민국과 일본이 맞붙었다. ⓒ 곽우신


팽팽했던 균형은 2피리어드에서 깨졌다. 21분 8초, 김용선 선수의 어시스트를 받은 장동신 선수가 일본 선수들의 수비를 뚫고 퍽을 날렸다. 선제골이었다. 1:0이 되자 관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일본 선수들은 반격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우리 선수들의 일방적인 공세에 하프라인을 넘어오기가 쉽지 않았다. 일본의 반격 의지를 꺾은 건 3피리어드였다. 시작하자마자 '빙판 위 메시' 정승환이 얼음을 가르며 치고 나갔다. 벼락처럼 날아간 퍽은 일본 골리를 지나쳐 골망에 닿았다. 30분 51초, 3피리어드가 시작한 지 1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2:0. 정승환의 쐐기골에 경기 분위기는 완전히 기울었다.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한일전, 응원도 후끈 10일, 2018 강릉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예선전이 열렸다. 대한민국과 일본이 맞붙은 가운데 응원전이 뜨겁다.

▲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한일전, 응원도 후끈 10일, 2018 강릉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예선전이 열렸다. 대한민국과 일본이 맞붙은 가운데 응원전이 뜨겁다. ⓒ 곽우신


35분 56초, 10번 조영재 선수의 연쇄골이 나왔다. 정승환, 조병석 선수의 어시스트를 받은 조영재 선수가 주저 없이 스틱을 휘둘렀고, 일본 골리가 미처 손을 들 틈도 없이 골이 됐다. 빙판 위의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잠시간 기쁨을 나눴다. 조영재 선수가 관중을 향해 팔을 치켜드는 그 순간, 골 세리머니 곡으로 워너원의 '나야나'가 나오고 있었다. 관중들이 후렴구 "나야 나!"를 힘차게 외치며 이날 경기의 주인공인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줬다. 

골 넣은 후 '환호' 10일, 2018 강릉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예선전이 열렸다. 우리 선수들이 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 골 넣은 후 '환호' 10일, 2018 강릉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예선전이 열렸다. 우리 선수들이 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 곽우신


40분 31초, 이해만 선수의 스틱에서 추가 골이 나왔다. 장동신, 이지훈 선수의 어시스트에 골 앞으로 퍽이 빠른 속도로 굴러왔다. 기다리고 있던 이해만 선수의 스틱에 닿은 퍽은 각도가 바뀌어 골리가 미처 손 쓸 수 없는 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일본도 이대로 무력하게 물러서지 않았다. 이종경 선수가 패널티를 받은 사이, 파워 플레이 상황을 잘 활용했다. 다이스케 우에하라와 마사하루 쿠마가이 선수의 도움을 받아 카즈히로 타카하시 선수가 만회 골에 성공했다. 일본 관중들 사이에서는 다시 한 번 "닛폰"이 울려 퍼졌고, 우리 관중들은 "괜찮아!"를 연호했다. 경기는 그렇게 4:1로 끝맺음 됐다.

'긴장' '감격' '자부심' 선수들도 느꼈다

미소 짓는 정승환 선수 10일, 2018 강릉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예선전이 열렸다. 대한민국이 일본을 4-1로 꺾은 후, 믹스드 존 인터뷰에 나선 정승환 선수의 모습.

▲ 미소 짓는 정승환 선수 10일, 2018 강릉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예선전이 열렸다. 대한민국이 일본을 4-1로 꺾은 후, 믹스드 존 인터뷰에 나선 정승환 선수의 모습. ⓒ 곽우신


정승환 선수는 이날 경기에서 일본 선수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았지만, 특유의 스피드를 발휘해 골에 어시스트까지 그야말로 대활약했다. '로켓맨' 정승환 선수는 "너무너무 기쁘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정 선수는 "일본 선수도 우리 선수도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개인적으로도 긴장이 많이 됐다. 이렇게 큰 경기장에서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한 것도 처음이라 많이 긴장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골리와도 여러 번 경기를 했고, 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찬스 하나하나가 매우 소중했다"라며 "득점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라고 안도했다.

감격의 '글썽', 선취골의 주인공 장동신 10일, 2018 강릉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예선전이 열렸다. 대한민국이 일본을 4-1로 꺾은 후, 믹스드 존 인터뷰에 나선 장동신 선수가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 감격의 '글썽', 선취골의 주인공 장동신 10일, 2018 강릉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예선전이 열렸다. 대한민국이 일본을 4-1로 꺾은 후, 믹스드 존 인터뷰에 나선 장동신 선수가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 곽우신


선취골의 주인공인 장동신 선수는 "어떻게 말로 표현을 못 할 정도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패럴림픽 첫 게임에서 첫 골을 넣게 되어서 기분은 당연히 좋다. 우리 팀이 승리할 수 있는 한 걸음을 제가 먼저 했다는 것도 기분이 좋다"라면서도 "저 혼자가 한 게 아니라 저희가 연습한 만큼 플레이한 거에서 나왔기 때문에 팀의 골이라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첫 골을 넣을 상황에 대해서는 "앞에 그쪽 빈 곳이 보였다. 쏠려는 그 찰나에 수비수가 지나가려는 게 보였다. 그게 골리의 시야를 가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타이밍상 절묘하게 잘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건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연습의 결과였다. 비슷한 패턴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했다고 한다. 장동신 선수는 마지막에 '자부심' 이야기를 하면서 감격한 듯 잠시 '울컥'했다.

"중계도 많이 안 하시고, 저희 부모님이 제 경기를 본 지 두 번째이다. 제 지인 중에서도 저를 처음 보러 온 분들도 계시다. 내가 그만큼 힘든 운동을 하고 있고, 자부심을 갖고 운동한다는 걸 보여줘서 기분이 좋다."

웃음꽃 만개한 한민수 선수 10일, 2018 강릉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예선전이 열렸다. 대한민국이 일본을 4-1로 꺾은 후, 믹스드 존 인터뷰에 나선 한민수 선수. "멋있었다"는 말에 멋쩍은 듯 활짝 웃어 보였다.

▲ 웃음꽃 만개한 한민수 선수 10일, 2018 강릉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예선전이 열렸다. 대한민국이 일본을 4-1로 꺾은 후, 믹스드 존 인터뷰에 나선 한민수 선수. "멋있었다"는 말에 멋쩍은 듯 활짝 웃어 보였다. ⓒ 곽우신


대표팀 맏형인 한민수 선수는 이번 패럴림픽이 선수로서 은퇴하기 전 마지막 무대이다. 베테랑인 그이지만, 워낙 관객의 뜨거운 반응에 자신도 흥분됐다고 한다.

"세 번째 출전이라서 내심 좀 나을 줄 알았다. 선수단 전체가 업되는 분위기를 좀 누르자는 거였는데, 나도 좀 올라오더라. 될 수 있으면 가족들도 안 보려고 했는데 경기하다가 자꾸 슬슬 보게 되더라. (웃음)"

라커룸 분위기도 "금메달 딴 것 같았다. 축제였다"라면서 "만약 한일전에서 졌다면, 원래 목표했던 게 무산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 기쁨은 이 순간만 갖고, 숙소에 들어가면 새로운 마음을 갖고 내일 또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라며 메달을 향한 여정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한민수 선수는 전날 있었던 개회식 성화 점화에서 감동의 '등반'을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앞서 정승환 선수도 "같은 선수가 봐도 너무 가슴 짠했다"라고 평했다. 현장 기자의 "멋있었다"는 말에 겸연쩍게 웃어 보이며 "너무 들뜰까 봐 일부러 SNS를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많은 분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하셔서 엄청 놀랐다. 딸들도 제 이름 봤다고, 멋있었다고 하더라. 기분이 더 좋았던 게, 같은 선수들의 아이들이 있는데, 그 어린애들이 제가 그렇게 다 멋있었다고 하더라. 이대로 마지막까지 긴장 늦추지 않고 잘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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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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