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목포에서 개관한 독립예술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

9일 목포에서 개관한 독립예술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 ⓒ 성하훈


독립영화관의 봄이 오는 것일까. 무모해 보이던 독립영화인의 열정이 마침내 영화관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불모지 같은 곳에서 독립영화에 매달렸던 헌신과 노력이 오랜 기간 고대하던 독립영화관을 만들어 낸 것이다.

9일 저녁 전라남도 목포에서 민간독립예술영화관인 시네마라운지MM이 개관했다. 목포는 전통과 역사가 서린 도시이긴 하지만 광역형 대도시도 아니다. 게다가 독립영화 여건이 척박한 곳에서 영화인들의 땀이 밴 영화관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지난 1월 부산 국도예술관 폐관으로 기운이 빠져 있던 독립영화 진영에는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어주는 희소식이다.

9일 개관식에는 개관작 <누에치는 방>의 이완민 감독을 비롯해 여성영화제 사무국장을 역임한 정미 목포도시재생지원센터장 등 지역의 젊은 예술가와 정치인들이 참석해 지역의 첫 독립영화관 탄생을 축하했다. 간단한 축하 공연에 이어 영화관 개설 과정이 담긴 트레일러가 상영, 영화관 대표의 인사가 이어졌다. 첫 상영 후에는 관객과의 대화도 열려 개관식의 의미를 더했다.

<누에치는 방>을 관람한 10여 명의 관객들은 이완민 감독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졌고, 이 감독은 관객들이 궁굼해하는 부분을 설명하며 진지한 대화가 이어졌다. 이 감독은 관객들의 관심이 꾸준히 독립영화관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며 목포 독립예술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의 발전을 기원했다.

불모지 독립영화운동의 결실

 9일 개관한 목포 독립예술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 개관식

9일 개관한 목포 독립예술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 개관식 ⓒ 성하훈


목포 독립예술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은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을 하던 한국독립영화협회 회원 정성우 감독의 노력이 밑바탕이 됐다. 서울예술대에서 공부하고 고향인 목포로 내려온 정 감독은 인근 지역의 대학에 출강하며 목포에서 꾸준히 독립영화와 관련된 활동을 펴왔다.

2014년부터 '국도 1호선 독립영화제'를 개최했고 '시네라인'이라는 이름의 독립영화단체도 만들어 꾸준히 독립영화를 함께 보거나 만들면서 저변 확장에 애써왔다. 목포가 일제 강점기 수탈의 역사를 간직한 역사적 도시로 다양한 독립운동 활동이 이뤄졌다면, 정 감독 역시 하나둘 함께하는 사람들을 확보하며 독립운동 하듯 독립영화 활동을 벌여온 것이다. 결국 그 노력이 독립영화관 개설로 이어지면서 보람을 얻게 됐다.

국내 독립영화관들은 주로 대도시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강릉이나 안동 등도 있지만 지역 독립영화인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거나 오랜 시간 영화관을 유지해온 과정이 이어지는 곳들이다. 천안이나 포항 등에는 독립영화관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으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게 특징이다.

 목포 독립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을 개관한 한국독립영화협회 회원 정성우 감독

목포 독립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을 개관한 한국독립영화협회 회원 정성우 감독 ⓒ 성하훈


목포는 인근 빛고을 광주에 광주극장이라는 일제 강점기부터 긴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독립예술영화관이 있는 데다, 오는 4월에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독립영화관이 영진위의 지원을 받아 개관을 준비 중이다. 영진위의 지원이 새로운 독립영화관의 개설과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목포 시네마라운지MM은 영진위의 지원을 통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민간독립영화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도드라진다. 다양한 독립예술영화와 다큐멘터리가 관심을 받을 때, 보고 싶어도 보기 힘든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지역이었기에 독립예술영화관의 개관이 갖는 무게감은 특별하다. 상업영화와는 다른 색깔의 영화를 갈망하던 관객들에게는 단비처럼 느껴지는 개관이다.

이날 시네마MM을 찾은 한 관객은 "그동안은 독립영화 한 편을 보려면 광주까지 가야했다"며 지역에서도 독립영화를 접할 수 있다는 것에 기대를 나타냈다. 시네마라운지MM을 만들어낸 정성우 감독은 "전남지역을 통틀어 첫 독립영화극장이 생겨난 것"이라며 어려움을 이겨내고 만든 독립영화관에 뿌듯한 심정을 나타냈다. 정 감독은 또한 시네마라운지MM이란 극장 이름에 대해 "목포의 영문자 M에 행정구역인 목원동, 만들다(make) 등 M으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갖는 다양한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전남권 최초 자발적 독립영화관

 목포역 앞 원도심에 위치한 목포독립예술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 소극장도 같은 건물에 있다.

목포역 앞 원도심에 위치한 목포독립예술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 소극장도 같은 건물에 있다. ⓒ 성하훈


개관작은 <누에치던 방>이었지만 전날인 8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시네마MM은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공동정범>을 상영작으로 선정했다. 여기에는 목포 시네마라운지MM의 지향점이 담겨 있다. 단편영화들을 개관 프로그램에 넣은 것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메시지와 특색 있는 독립영화들을 꾸준히 소개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엿보인다. 

시네마라운지MM은 지역 문화운동의 구심점 역할도 기대하는 모습이다. 목포역 앞 원도심에 위치해 있으면서 영화관 2층에는 연극 공연도 할 수 있는 소극장도 마련됐다. 독립영화 관객층이 아직 두텁지는 않아 영화관 로비는 커피숍으로 운영된다.

시네마라운지MM의 개관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문화공간도 준비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인근에는 한국영화아카데미와 부산아시아영화학교 교수로 활동한 영화제작자 김영 프로듀서가 문화관련 강의나 영화를 볼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해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 < 1987 > 촬영지인 '연희네 슈퍼'도 가까이에 있어 목포역 인근의 근대 문화 유적과 함께 새로운 명소로 부각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모든 조건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시네마라운지MM은 첫발을 내딛었지만 지속적인 유지와 뿌리내리기는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다. 목포시가 젊은 독립영화인의 열정에 지원을 결정한 것에 개관에 큰 도움이 됐지만, 민간이 나서 독립영화관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영진위의 관심과 지원도 요구되고 있다.

일반 영화관과는 다르게 상영할 수 있는 디지털영사시스템이 구축된 게 아니라 영화 상영 방식이 다양하지 않다. 영진위통합전산망 연결 등도 필요하다. 내부적인 시설도 모두 마무리된 게 아니어서 앞으로 꾸준히 하나둘 갖춰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민간의 노력에 영진위 등이 어떻게 화답하느냐가 달려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대부분의 독립예술영화관들이 정치적 탄압을 겪었고, 그 후유증으로 문 닫는 영화관들도 생겼다. 그 가운데 시네마라운지MM이 반전의 계기를 만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독립영화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 시절 시작됐다는 점에서,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목포에서 독립예술영화관 개관이 갖는 상징성만큼은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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