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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는 자신만의 방이 몇 개 쯤 있을까? 장순일. 그녀가 다섯 개의 방을 마련하고 사람들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 잠시 들러서 차 한 잔 하고, 이야기 나누다 가라며.

장 작가는 <장순일의 다섯개 방>의 이름으로 무국적 아트 스페이스(마포구 서교동 347-19)에서 오는 13일까지 전시회를 갖는다.

장 작가는 <고사리야 어디 있냐?>(보리출판사), <도토리는 다 먹어>(보리출판사) 등 벌써 7권 그림책 삽화를 그렸다. 또 이웃들과 수공예공방을 운영하면서 <직녀와 목화의 바느질 공방>(고인돌 출판사)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포그터와 전시장풍경 ⓒ 김미진
홍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무국적 아트 스페이스(관장 안만욱)는 수시로 참 재미있는 전시를 한다. 전시장 입구로 안내하는 지하 계단을 내려가니 '고사리야 어디 있냐?', '농부가 심는 희망 씨앗', '도토리는 다 먹어', '호미아줌마랑 텃밭에 가요', '직녀와 목화의 바느질 공방'이라는 각각 코너마다 방의 이름이 붙어 있다.
세밀화로 그린 도토리의 다양한 모습 ⓒ 김미진
보리출판사의 세밀화로 그리는 여러 작업에 참여했던 장 작가의 그림은 섬세하고도 곱다. 먼저 장 작가에게 어떤 방부터 보여주고 싶냐고 물었다.

"'도토리는 다 먹어' 방은 어떨까요? 이 책이 제일 먼저 기획되었는데 나오기까지 4년이나 걸렸어요. 뒤에 시작한 '고사리야 어디 있냐?'가 일년만에 마무리 되어 먼저 나왔죠. '고사리야 어디 있냐?'같은 경우는 할머니들 따라 산으로 들로 따라다니며 묻고, 직접 채취하고, 사진 찍으면서 작업했어요. 재미있었죠.

도토리는 참나무에서 싹 나는 것부터 자라서 잎이 나고, 꽃이 피고, 벌레가 잎을 먹는 것, 도토리를 채집하는 할머니들을 여러 번 따라가 직접 경험하고 사진을 찍어 그림으로 작업을 하다보니 그 해 빠뜨린 건 다음 해에 보충하고 그러다보니 늦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또 석판에 밑그림을 그려 찍어낸 다음 담채로 칠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많이 힘든 작업이기도 했고, 그러니까 애가 많이 들고 마음이 많이 든 작품이에요."

배시시 웃으며 대답을 하는 장 작가의 웃음속에 도토리들이 굴러 다니는 듯하다. 수채화로 그렸다는 장 작가의 원화들을 둘러 본다. 어떤 작품에서는 참외나 토마토가 크게 그려져 있고, 아이들은 요정처럼 작게 그려져 있다.

아이들의 이름이 보리와 콩콩이란다. 실하게 자라는 채소들 사이에서 아이들은 함박웃음을 웃으며 매달리기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며 채소들도 아이들도 싱그러움 자체로 그림에서 묻어 나온다.

"텃밭을 가꾸며 했던 작업이에요.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들이 주인공이라 화면에 크게 그리고,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작게 그리게 되었는데 나름 또 재미있는 화면이 구성되더라구요. 텃밭에서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채소들이라 그런지 작업도 잘 된 거 같아요. 채소들이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잖아요."
텃밭을 가꾸며 그린 원화 ⓒ 김미진
세밀화로 그린 그림책 원화 ⓒ 김미진
최근에 나온 책은 어떤 내용인지 장순일 작가에게 물었다.

"<농부가 심는 희망 씨앗>이라는 책인데 지난 해 2017년 11월에 나왔는데 아이들을 위한 인문학 서적이라 보시면 돼요. 시인이신 서종홍 선생님과 함께 작업을 했는데 아이들에게 농기구를 좀 보여주면 좋겠다는 데에 의기 투합을 해서 그리게 되었죠. 어릴 때 제가 보고 자란 것들도 있지만 요즘은 실물들을 보기 힘들잖아요. 서정홍 선생님이 3월 17일 토요일 파주 운정 한빛도서관에서 오후 2시부터 <산골 농부시인이 들려주는 시의 숲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하셔요. 여기 전시가 끝나면 저 원화들은 그 날 다시 전시가 될 거예요."
세밀화로 그린 농기구 원화 ⓒ 김미진
그녀는 두 아이를 키워 낸 엄마이기도 하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같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 함께 관심을 갖게 된 리싸이클링의 한 방편으로 바느질 공방을 운영했다고 한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직녀와 목화의 바느질 공방>(고인돌 출판사)이라는 책도 냈는데 파주, 문산 일대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체험학습도 계획하고 있다.

사람에게는 두 손이 있다. 그 손으로 참 많은 것을 한다. 인류가 손을 다양하게 사용하는만큼 문명은 발전을 거듭해왔다. 인류는 그 두 손으로 좋은 일도 했고, 나쁜 일도 했다. 장 작가의 두 손은 아이들을 키워내고, 그림도 그리고, 생태와 환경에 관심을 가지면서 텃밭도 가꾸고, 버려질 옷들이 작품으로, 소품으로 새 생명을 얻기도 한다. 참 예쁜 손이다.

"짝숫날에 안 입는 옷 들고 오시면 간단하게 뭐든 만들어 볼 수 있어요. 여기 재봉틀도 갖다 놨거든요. 기자님도 한 번 해 보실래요?"

아, 이런. 낡은 청바지 들고 오려 챙겨놨는데 깜빡 잊고 두고 왔다. 전시장에 다시 와야 할 듯하다.
'직녀와 목화의 방'에서 작업중인 장순일작가(오른쪽)와 관람객 ⓒ 김미진
태그:#장순일, #장순일의 다섯개 방, #세밀화, #무국적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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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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