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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OECD 가입 이후 꾸준히 산재 사망률 1·2위를 차지해왔다. 2016년 한 해에도 1776명이 산재로 사망하였고 그중 969명은 업무상 사고로 사망(전체 산재 사망자-업무상 질병 사망자)하였다.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일반질병에 의한 사망으로 과소평가될 가능성을 고려해 업무상 사고사망으로만 한국의 노동안전보건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지금까지 발표된 자료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사고사망 만인율은 지속해서 감소하여 0.53까지 감소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969명의 목숨이 안타까운 사고로 사망한다는 점에서, 일본, 독일 등의 사고사망 만인율은 0.19, 0.16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심지어 영국은 0.04에 달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산재 사망은 아직도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 그동안 은폐되고 저평가되어 온 업무상 질병 사망까지 생각해 본다면 한국의 노동안전보건 상황은 처참한 지경이다.

 건설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만 작년 한해 464명에 달한다.
 건설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만 작년 한해 464명에 달한다.
ⓒ 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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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월9일,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하였다. 그동안 다른 노동 관련법보다 상대적으로 빈번하고, 꾸준히 부분 개정되었음에도 법 개정 요구가 끊이지 않았던 산업안전보건법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부개정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이루어지는 전부개정이라는 점이나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를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해 그간 발표한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 등의 내용을 모두 포함하려 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개정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명시했다.¹⁾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모든 사람이 안전한 일터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하여 법의 보호 대상을 일하는 모든 사람으로 넓히고, 발주자·도급인 등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책임 주체를 확대하며, 법 위반에 대한 처벌 수준을 상향하고 제재수단을 다양화하여 법의 실효성을 제고하고자 함. 아울러,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대피 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사업주가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대피한 근로자에게 불이익 처우를 한 경우에는 형사적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함. 

한편, 생산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함에 따라 산업현장에서는 새로운 화학물질이 생산 공정에 경쟁적으로 도입되고 있으며, 특히, 유해하거나 위험한 물질의 경우에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국가가 관리하기 위하여 유해하거나 위험한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자로 하여금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영업 비밀을 이유로 화학물질의 구성성분 등 일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함. 그 밖에 국민이 내용을 파악하기 쉽도록 법체계를 정비하고, 법 문장 중 어려운 용어를 쉬운 용어로 바꾸고, 길고 복잡한 문장을 간결하게 하는 등 국민이 법 문장을 이해하기 쉽게 하려는 것임.

위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의 '취지'는 그 자체로 환영할 만하다. 노동자와 노동 안전보건운동진영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요구가 일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취지를 실현하기에는 매우 역부족이다. 다음은 이번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에 대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입장²⁾을 정리한 것이다.

첫째, 법의 보호 대상 확대가 매우 제한적이다. 개정법안 제77조(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업재해 예방), 제78조(배달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제79조(가맹본부의 산업재해 예방 조치) 등은 변화되는 다양한 고용형태 속에서 노동자 보호의 확대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일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 플랫폼(platform) 노동자 중 유독 배달중개업의 이륜차 배달노동자만을 특정하여 보호 대상으로 한 점 등은 '법의 보호 대상을 일하는 모든 사람으로 확대'하겠다는 취지에 비춰볼 때 한참 부족하다.

개정법안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나름 혁신적인 개념을 도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정의'가 법안 어디에도 없고, 보호 대상의 확대나 사업주의 책임에서 효과적인 규정 또한 없다는 점은 법 개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둘째, 급박한 위험시 작업중지 강화 및 중대재해 발생 시 조치 강화가 미흡하다. 개정 이유에서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대피 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사업주가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대피한 근로자에게 불이익 처우를 한 경우에는 형사적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 명시하였으나 개정법은 현행법을 분리하여 재배치하고, 대피 노동자 불이익 처우에 대한 벌칙을 추가하였을 뿐 내용적 진전이 없다.

'급박한 위험'은 그 해석이 매우 협소하여 중대재해를 막을 수 없기에 최소한 '급박한 위험'과 더불어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안전과 보건조치가 미비할 경우'를 추가해야 할 것이고, '일하는 주체'로서 노동자의 중지(거부 및 대피권)를 명시적으로 부여해야 하며, 동시에 근로자대표, 산안위 위원 또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에게 작업중지를 할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또한, 작업 재개 시에도 해당 작업 노동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셋째,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의 도급 제한, 도급인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확대·건설공사에 관한 특례 등을 통해 위험의 외주화를 막고자 하였으나 여전히 부족한 지점이 많다. 개정법안에서는 도금, 수은, 납 등 12개 물질에 한정하여 도급을 금지하고 있고, 도급금지 범위확대에 대한 논의나 절차 관련 조항이 전혀 없다. 원청이 적격수급업체를 선정하도록 하는 안도 적격기준의 세부 내용을 찾을 수 없고, 이를 위반할 시 처벌조항도 없다.

또한, 노동 현장의 다양한 기형적인 임대차 계약 형태에 대한 이해와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포괄적인 책임 부과 및 외주화 제한은 법안에 담기지 못했고 발주처의 책임 강화를 건설공사로 한정함에 따라, 하청의 산업재해가 다발하고 있는 대표적인 화학 산업단지, 제철소, 발전소 등에 대한 근본 대책도 빠졌다.

넷째, 물질안전보건자료와 관련하여 비공개 정보에 대한 사전 승인제도를 도입하고 비공개 승인의 유효기간(3년)을 정하는 한편, 대체정보 기재의무를 규정한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관련 심의(비공개 승인 여부와 대체정보의 적정성에 대한 심의)를 산재보상보험예방심의위원회에 맡기는 것이 적정한지 의문이며(개정안 제115조 제6항), 심의의 기준과 절차에 대한 세부규정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있어 노동계의 참여를 구체화하여야 한다.

아울러 심의를 위해 제출되어야 하는 자료와 그 자료의 보관, 공개에 관하여도 세부적인 규정이 필요하다. 정보 요구권자를 확대한 것은 바람직하나, 여전히 개별 근로자에게는 정보 요구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있고,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유지하거나 직업성 질환 발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근로자에게 중대한 건강장해가 발생하는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로 요건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으며 대상물질을 양도·제공하는 자 또는 이를 취급하는 사업주에게 해당 정보를 제공하게 되어있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다섯째, 개정이 필요한 사항임에도 언급조차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먼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필참 성원이며, 주로 노동자 조직 추천으로 선임되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임에도 불구하고, 작업 현장에서의 별다른 권한(예컨대 대체정보로 기재된 구성성분의 명칭 및 함유량 정보에 대한 자료 제공 요구권, 자료열람권, 작업중지권 등)이 없다. 개정법안이 이에 대해 어떠한 고려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실망스럽고, 노동자의 참여와 권리 보장에 대한 정부의 기본 태도가 무엇인지 재차 확인하게 되는 지점이다.

또한, 건강은 신체와 정신의 조화라는 점, 노동 현장에서 정신건강의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이 진정한 '전면 개정'이 되기 위해 정신 건강에 대한 내용이 적극적으로 포함되었어야 한다. '업무수행이나 이와 관련한 인적·물적 환경에 따른 신체적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에 대한 예방의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과하여, 고객 응대뿐만 아니라, 일터 괴롭힘을 포함한 정신건강을 저해하는 노동환경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행법의 매우 모순된 규정에 의하여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심의 자체를 무시할 수 있는 법 불비 사항이 존재하고 있다. 의결된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되나, 아예 명시된 심의안을 올리지 않으면, 사업주 임의대로 할 수 있다는 맹점이다. 전부개정안에서는 이점이 개선되어 사업주의 악의적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심의절차 무시를 제어하여야 한다.

이상의 내용으로 볼 때 정부의 개정안은 방향에있어 일부 타당하나, 그 내용은 부실하여 전부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강조한 생명존중, 노동존중 그리고 산업재해의 획기적 감소의 핵심 관건은 '일하는 사람'의 참여와 권리 보장이다. 이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다음의 내용을 포함하여 구체화되어야 한다.

첫째, 보호 대상의 확대가 '일하는 사람'으로 전면화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보호 책임자도 사업을 통해 이득을 보는 자로 확대되어야 한다. 둘째, 보호 대상자는 보호의 대상임과 동시에 권리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업중지의 주체, 정보청구와 수합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셋째, 신체 건강과 동시에 정신 건강이 보호 예방의 영역에 속해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전면 개정'이라면 업무 성과를 만들기 위한 졸속인 짜깁기가 아니라 현재 법에 부족한 철학을 보충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녹여내는 것부터 시작해 그것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틀을 짜내는 것으로 마무리되어야 할것이다.

* 각주
1) 고용노동부공고제2018-66호,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 1. 개정이유
2)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입장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8.02. http://www.kilsh.or.kr/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권종호님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이자 연구소 회원입니다. 또한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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