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의 여왕2>의 한 장면

<추리의 여왕2>의 한 장면 ⓒ KBS


한국드라마계에서 '시즌제'는 참 희박하다. <막돼먹은 영애씨>나 <하이킥>시리즈와 같은 '시트콤'의 요소가 많은 작품이 아니고서는 사실상 성공한 시즌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케이블 방송 OCN의 경우 몇 년 전만 해도 <신의 퀴즈>나 <뱀파이어 검사>, <특수사건 전담반> 등 시즌제 장르물을 내놓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조차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얼마전 종영한 <나쁜 녀석들>의 경우 제목만 같았을 뿐 출연한 배우진이 완전히 달랐다. <나쁜 녀석들> 시즌1에 출연했던 박해진, 마동석 등의 존재감이 달라지면서, 이후 마동석이 단독주연급인 <38사기동대>로 돌아왔듯, 무엇보다 시즌제에서는 출연 배우들의 연속성 여부가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KBS 2TV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은 시즌1에 출연했던 권상우, 최강희 등 주연 배우가 시즌제에 적극 호응하며 순조롭게 시즌2의 길을 열었다. 하지만 이른바 '미드', 미국 드라마들이 길게는 10여년 동안 시즌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출연 배우들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즌을 이어갈 수 있을 만큼 내용이 충실하며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수준인가' 또한 시즌제 드라마의 중대한 관건이 된다. 설사 출연 배우들이 시즌제에 동의한다고 해도, 전작에 대한 호응을 이어갈 만한 작품의 질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가가 '시즌제' 성공 여부를 가름하게 된다. 최근 눈에 띄었던 OCN의 장르물들이 몇 시즌을 넘기지 못한 결정적 이유가 바로 이러한 '내용&소재 고갈'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제 4회를 넘긴 <추리의 여왕 시즌2>의 걸음은 그다지 산뜻하지만은 않다.

추리와 추격, 두 마리 토끼 깔끔하게 잡았던 시즌1

2017년 4월부터 방영된 <추리의 여왕> 시즌1은 검사인 남편의 아내로, 시집살이를 하면서도 '추리 본능'을 숨기지 못한 주부 유설옥(최강희 분)이 인근에서 벌어지는 형사사건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과 자살로 처리된 부모님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기본 줄기였다.

그런 그녀가 범죄 현장에서 만난 (역시나 개인적인 사연을 가진) 하완승(권상우 분) 형사와 엮이게 되면서 '두뇌 플레이의 주부 탐정'과 '저돌적인 형사'라는 걸출한 콤비가 탄생했다. 배방동이라는 지역과 유설옥의 친구 김경미(김현숙 분)의 반찬 가게를 배경으로 한 시즌1은 관할인 '서동서'를 거점으로 '추리'와 '추격'이란 두 마리 토끼를 깔끔하게 잡았다.

평균 시청률 9.8%. 객관적으로 높은 수치라 할 수 있는 시청률임에도 불구하고 <추리의 여왕> 특유의 색감과 분위기를 살린 '연출'과 거기에 어우러진 '동네 추리 어드벤처'라는 독특한 설정은 애청자층 형성에 한 몫 하며 시즌2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리고 두 주연 배우의 결심으로, 불과 1년여 만에 시즌2로 돌아오게 됐다.

지난 2월 28일부터 첫 방송한 <추리의 여왕2>는 앞 시즌에 대한 '일관성'을 유지하며 '변주'를 해내는 방법을 택한 듯하다. 유설옥과 하완승은 이전 시즌과 건재하게 시즌2로 돌아왔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달라졌다. 시즌1 방송 마지막에 '이혼'의 아픔을 겪은 유설옥에게선 시어머니와 시누이 눈치를 보며 사건 해결을 위해 갖은 핑계를 대고 뛰쳐나오던 '주부 유설옥'의 모습은 없다. 자유로운 '돌싱'으로 돌아온 그녀는 시즌1에서 '동지애'를 나누었던 하완승 형사와 대놓고 썸을 타는 사이로 발전했다.

 KBS2TV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2> 포스터

KBS2TV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2> 포스터 ⓒ KBS2


두 사람의 건재와 달리, 주변 인물들은 조금 달라졌다. 무엇보다 유설옥이 이혼을 했기 때문에 시즌1에서 주요 갈등 관계로 등장했던 시댁 식구들이 사라졌다. 또 서동서를 거점으노 배방동 주변 이야기를 '동네 추리극'으로 펼쳐갔던 시즌1과 달리, 그 거점이 중진서로 옮겨갔다.

또한 시즌2에는 하완승 형사가 사랑했던 여인이자 해결되지 않은 사건의 주인공인 서현수가 그를 중진서로 이끄는 매개로 등장해 시즌1에 이어, 시즌2의 여전한 기본 갈등 구조를 유지하는 데 일조한다. 배방 파출소의 홍준오(이원근 분) 소장을 비롯한 배광태 팀장(안길강 분) 등이 함께 뭉쳤던 유설옥의 친구 경미의 반찬 가게는 '경미'가 경찰시험에 합격하면서, 아직은 두 주인공만의 고즈넉한 아지트로 묘사되고 있다.

'생활밀착형 친근함' 찾아보기 어려운 시즌2

주부 유설옥이 장바구니를 들고 익숙하게 휘젓고 다니던 배방시장 등을 배경으로 했던 시즌1처럼 시즌2도 여전히 중진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주부'라는 생활 밀착형의 친근함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도 '이게 시즌2야?'라며 의아해 하는 시청자들 대부분은 배방시장을 배경으로 추격전을 벌이고, 마트 앞에서 작전을 짜던 '배방동 시절의 삶이 묻어나는 추리의 여왕'이 그리운 것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설옥·하완승과 함께 배방동을 누볐던 '동지'들의 부재, 심지어 때론 견원지간이며, 심지어 유설옥과의 사이에서 하완승과 미묘한 경쟁 구도를 만들었던 우성하(박병은 분)의 모호하면서도 미미한 존재 역시 시즌2를 낯설게 하는 한 요소다.

그 그리움을 대신하는 건 새로운 갈등 구조다. 경찰 시험에서 떨어진 뒤 명예 경찰이 된 유설옥과 중진서로 발령이 난 하완승을 중심으로 중진서 식구들이 묘사되는데, 하완승의 동기이자 경쟁자였던 계성우 팀장(오민석 분)과 조인호 과장(김원해 분), 신장구 서장(김종수 분)등 하완승 형사의 '편'은 없다. 이 낯선, 하지만 말썽 많은 형사(하완승)를 왕따시키는 경찰서 내 분위기와 서열을 강조하는 구도는 <추리의 여왕 시즌2>를 더욱 낯설고, 진부하게 만든다.

아직은 낯설면서도 진부해진 <추리의 여왕2> 4회에서 새롭게 흥미를 유발하는 존재 정희연(이다희 분)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케이크 전문점을 4곳이나 차린 미적 감각이 뛰어난 여성으로 묘사된 정희연은 완승과 설옥의 추리 수사에 끼어드는 것도 모자라, 완승을 두고 설옥과 '사랑의 경쟁'을 벌이겠다고 밝힌다. 그녀의 미묘한 캐릭터가 뻔한 수사물이 될 뻔한 시즌2에 활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마침 하완승의 형(하지승) 역할을 배우 김태우가 맡았다는 것만으로 궁금증은 배가 되었다.

 KBS 드라마 <추리의 여왕2>의 한 장면

KBS 드라마 <추리의 여왕2>의 한 장면 ⓒ KBS2


이렇게 익숙함과 낯섬, 그리고 진부함이 공존하는 <추리의 여왕2>. 그러나 가장 우려되는 건 4회까지 펼쳐진 사건들의 면면이다. 첫회 프롤로그처럼 등장한 결혼 사기단 사건,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중진동 방화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나 방식이 '추리 어드벤처'인 <추리의 여왕2>에 맞게 세팅되었는가에 대한 우려를 남긴다.

여전히 시즌1의 고질적 병폐였던 사건 진행의 '헐거움'이나, 늘어짐이 시즌 2에 와서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유설옥의 추리는 기대되고, 하완승의 넉살과 저돌성은 여전한 듯하지만, 시즌1이 보여준 '배방동 어드벤처'의 묘미를 아직 시즌2가 살려내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심지어 4회, 아파트 벽돌 투척 사건을 그대로 옮긴 듯한 어린이 방화 사건의 마무리는 '온정적 미담'으로 종료되면서 외려 사건의 의미를 희석시키는 결론을 낸 것으로 보여 아쉬움을 남긴다. 캐릭터는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사건이 그 캐릭터의 맛을 살려내지 못한다면, 시즌 2는 <추리의 여왕>의 마지막 시즌이 될 것이다.

부디, 시즌1이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받았던 '포인트'가 무엇이었는지 잘 간파하여, 다시 한번 중진서를 배경으로 한 '동네 추리 활극'을 재연해 내길 바라본다. 그런 의미에서 5회, 고시원으로 간 유설옥의 생활밀착형 '추리'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추리의 여왕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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