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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희롱이나 승진 탈락, 모성권(출산휴가, 육아휴직) 침해 등, 여성들은 노동생애 중에 많은 차별을 겪는다. 이러한 고용상의 성차별은 여성들이 직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시작된다. 대표적인 예로, 작년 말 검찰청에서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중간 수사 결과에서 대한석탄공사와 가스안전공사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 단계에서 비정상적으로 낮은 점수를 주거나 점수를 조작해 여성 지원자를 탈락시켰다.

이뿐 아니다. "여자가 애 낳고도 오래 다니기엔 ○○분야가 좋다"는 주문을 숱하게 들으며 '좁은 미래'에 갇히는 것, '남자인 스펙'이 없어 더 미친 듯이 스펙쌓기를 하면서도 보다 가중된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 어렵게 붙은 최종면접에서 '결(혼)-남(친)-출(산) 계획에 대한 질문을 들어야만 하는 것 등 '채용 성차별'은 여성의 취준시기에 다양한 층위에서 존재한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018년 3월 8일 여성의날을 맞아 '채용 성차별'의 문제를 드러내고자 20대 취준여성들을 인터뷰하고 집담회를 열었다. 이번 편은 연재의 마지막, 집담회 정리 기사다. [편집자말]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월 21일 마포구 공간여성과일에서 <여성취준, 이거 실화냐 집담회>을 열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월 21일 마포구 공간여성과일에서 <20대 여성취준, 이거 실화냐> 집담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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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의 '성 격차지수'는 144개국 중 118위, <이코노미스트>지가 조사하는 유리천장 지수는 OECD 29개국 중 5년째 꼴찌. 심지어 OECD 가입국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성별임금 격차'는 지난 21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로부터 한국 정부가 비판받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한국 여성들이 노동 시장에서 얼마나 차별 받는지는 이미 통계가 증명한다. 그러나 통계가 잡지 못하는 '차별'이란 또 얼마나 많은가. 채용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은근하고 교묘한 성차별, 여성이기 때문에 짊어져야 하는 '경력단절'의 압박, 여성들을 고용 형태가 불안하거나 저임금인 '하위 직급'으로 몰아넣는 회사들, 남성 중심 조직에서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성희롱 위협 등등. 말로 다 하기 힘들 정도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이중 '20대 여성의 취업준비'에 집중해, <20대 여성 취준, 이거 실화냐> 기획을 진행했다. 20대 여성 세 명을 만나 이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직접 경험했던 차별과 편견, 이로 인한 고통에 대해서 들어봤다. 남성중심적인 노동시장은 여성들을 구조적으로 '2등 시민'으로 몰아넣고 있었고, 그럼에도 여성들은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을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어 지난달 21일 마포구 '공간 여성과 일'에선  같은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20대 여성 '쌀알', '마라', '염소'와 기획을 준비한 다른 세대의 여성이자 여성노동자회 활동가인 '이메', '이을', '여름'(모두 활동명)이 한 자리에 모이는 집담회가 열렸다. 그동안 보고 듣고 경험했던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에 대해서 공유하다 보니, 예정된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왔다.

우울증에 탈모까지... "여자와 남자는 대학생활의 질이 다르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월 21일 마포구 공간여성과일에서 <여성취준, 이거 실화냐 집담회>을 열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월 21일 마포구 공간여성과일에서 <20대 여성취준, 이거 실화냐>집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마라, 쌀알, 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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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맡은 이을은 "채용 성차별 뿐만 아니라 노동과 관련된 성차별을 어떻게 하면 근절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리"라며 "박기동 전 가스안전공사 사장은 무려 여성 7명을 (여자라는 이유로) 떨어뜨렸다. 성차별은 시대를 달리하면서 쭉 이어졌고, 모든 여성들이 겪어야 하는 문제였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분명히 현존하는 '정황적 차별'이 여성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이메는 "딸은 취업준비 기간 동안 탈모가 일어났고, 딸의 친구 중에는 서울 4년제 인문계에 스펙도 좋은데 서류에서 자꾸 떨어지면서 거식증에 걸린 경우도 있다"며 "'왜 나를 여자로 낳았냐'며 엄마에게 울면서 말한 친구도 있다고 들었다. 여성들은 사회가 자기를 거부한다는 느낌이 들고, 자기자리를 찾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불안에 삶이 잠식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재학 중인 염소는 "선배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고 1학년 2학기부터 스펙을 쌓았다. 저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대학생활을 매 순간을 쪼개서 생활한다. 그런데 남자들은 대외활동 경력이나 스펙이 많이 부족한데도 취업 고민을 안 한다"며 "여자와 남자는 대학생활의 질이 다르다. 여학생들은 성별이라는 벽을 뛰어넘기 위해서 남학생들보다 더 독하게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집담회 참석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부분은 남자들의 취업을 보면서 느끼는 무기력감과 좌절감이었다. "친구(여자)는 우등졸업 수준의 학점을 받아서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학점이 2점대고 문사철(문학·사학·철학 전공)인 오빠도 함께 들어갔다", "같은 공대를 나와도 여자들은 취업이 안 된다", "여자들은 토익 960도 흔한데, 남자들끼리는 880점도 천재라고 하더라" 등의 발언이 터져나왔다. 비슷한 스펙도 아니고, 한참 스펙이 부족한 남자들이 비교적 쉽게 입사하는 걸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마라는 채용 성차별 속에서 20대 여성들이 느끼는 무기력감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능력은 있지만 여성이라서 차별을 받고 인정을 받지 못한다'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이건 여자들은 할 수 없는 직업이구나'라며 체득해버리는 경우도 있다"며 "주변을 보면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도 안 되는구나 싶어서 미리 포기하게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직업을 선택할 때부터 '여성'인 것이 걸림돌"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월 21일 마포구 공간여성과일에서 <여성취준, 이거 실화냐 집담회>을 열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월 21일 마포구 공간여성과일에서 <20대 여성취준, 이거 실화냐> 집담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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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취업준비생으로서 다른 20대 여성들을 인터뷰했던 쌀알, 마라, 염소는 채용 과정뿐만 아니라, 애초에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성별 때문에 제한받을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상황에 대해 털어놓았다. (관련 기사: 3개국어에 회계자격증 땄는데... "25살? 대기업은 무리")

무역회사에 다니는 여성을 인터뷰했던 쌀알은 "인터뷰했던 분은 직장을 그만두셨는데, 이유가 회사가 기혼여성들을 대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결혼하거나 임신하면 그만둬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고, 심지어 인사과에서 올해 그만두실거냐 전화가 왔다는 말까지 돌았다고 한다"며 "그만둔 뒤에 서비스직 알바를 하려니까 25살은 나이가 많아서 알바로는 안 뽑는다고 했다더라"고 전했다.

회계업무 노동자를 인터뷰했던 마라는 "직무 선택부터 차별이 온다. 연봉과 적성이 문제가 아니라 이 일을 얼마나 오래할 수 있을지부터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제가 인터뷰한 분은 처음부터 여자를 많이 쓰는 회계전산 업무를 선택한 것"이라며 "나이도 많지 않음에도 여성들은 자신을 일부 포기하고 자신을 갉아먹는 생각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을은 "직무가 분업화 되고 여성의 성역할이 고정된 상황에서 자기의 적성을 포기하고 한정해서 취직하게 된다"고 지적했고, 여름 역시 "기업문화가 군대 수준이라 여자들이 가기가 힘들다. 회계, 서비스 직종, 은행 텔러 등에 찾아서 가는게 아니라 내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문화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야기가 넘어가면서, '여성들이 면접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불쾌한 경험'으로 주제가 넘어갔다.

"진상손님 있을 때 어떡할 거냐", "남자고객들이 손을 잡을 때 어떻게 할거냐"는 성희롱에 가까운 질문이 여전히 면접장에서 이어지고 있고, 결혼·남자친구·출산이라는 소위 '결남출'에 대해서는 여자들에게만 물어보고 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여성이 동등한 노동자가 아닌 오로지 '여성'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강하다"는 말이 나오자 참석자 모두가 공감했다.

이메는 "심지어 고용노동부 취업 매뉴얼조차도 여성이 이런 (성희롱적) 질문을 받았을 때 트러블을 안 일으키고 잘 빠져나와야 한다는 식으로 설명을 한다"고 비판했다.

아일랜드의 '평등법원'처럼 실질적으로 성차별 규율할 수 있어야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월 21일 마포구 공간여성과일에서 <여성취준, 이거 실화냐 집담회>을 열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월 21일 마포구 공간여성과일에서 <20대 여성취준, 이거 실화냐 >집담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성평등 노동'에 대한 정의를 적으며 집담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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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담회 참가자들은 실제 노동현장에서 일어나는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 여성관리직 증대 ▲ 조직문화 변화 ▲ 적극적 차별 시정 조치의 활성화 ▲ 평등법원 같은 성차별 규율기관 설치 ▲ 여성혐오적 인식 변화 ▲ 여성 간의 연대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쌀알은 "개인에게 죽을 때까지 버티라고 하는게 아니라 버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며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성이 관리직에 많이 올라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 남자 면접관들만 있는 상태에서 면접을 보는게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름은 "관리직 여성만큼이나 '조직 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들어갈 때는 여성이 더 많은 직장이라도 (남아서) 일하는 사람은 남자가 더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폭탄주 돌리는 문화 속에서 일하는 여성은 '남성화'가 될 수밖에 없다"며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라와 이메는 "인권위의 권고 조치로는 부족하다. 사회적으로 성차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엄격하게 집행해야 한다. 아일랜드의 '평등법원(평등감시국) 같은 구속력있고 실효성 있는 처벌 기관을 만들어서 직장내 성차별에 대해 시정하고 구제해야 한다"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염소는 "사람들이 계급적 차별은 차별인데, 성차별은 차별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성차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만큼 법이나 정책이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을 또한 "'성차별도 차별이다'라는 합의가 이뤄지고 기업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고 밝혔다.

이들은 '성평등 노동'에 대해 '내 마음대로 사는 것', '참지 않는 것', '나 스스로가 나를 낮추지 않는 것', '내가 온전히 꿈꿀 수 있는 것' , '여직원, 여자선배가 없는 것(여자로 명명되는), '꿈꾸대로 사는 것' 등 각자의 정의를 말한 뒤 집담회를 마쳤다.

[3.8 여성의날 - 20대 여성취준, 이거 실화냐 이전기사]
① 3개국어에 회계자격증 땄는데... "25살? 대기업 무리"
② 결혼하니 "올해 그만두냐" 묻던 회사, 커플링을 뺐다
③ 대외활동 20개 했더니... "여자는 고스펙이어도 안 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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