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치 않은 경쟁 상대가 있었지만 이번 시즌에도 넘버원은 '또치' 박혜진이었다.

우리은행 위비의 에이스 박혜진은 8일 서울 양재동의 더케이호텔 컨벤션센터 그랜드블룸에서 열린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정규시즌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2013-2014 시즌 처음으로 MVP에 오른 박혜진은 2014-2015시즌, 2016-2017 시즌에 이어 역대 4번째로 MVP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여제' 정선민(7회)에 이은 역대 단독 2위 기록이다.

박혜진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35경기에 모두 출전해 14.5득점 5.2리바운드 5.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5.1개의 어시스트와 90.3%의 자유투 성공률, 경기당 38분26초의 평균 출전시간은 전체 1위 기록이다. 통산 4번째 MVP를 수상하며 현존하는 WKBL 최고의 선수임을 재확인한 박혜진은 이제 통합 6연패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달릴 예정이다.

 박지수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지만 박혜진은 여전히 WKBL 최고의 선수였다.

박지수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지만 박혜진은 여전히 WKBL 최고의 선수였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박혜진의 각성과 함께 시작된 우리은행의 전성시대

박혜진은 자타가 공인하는 WKBL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다. 리그에서 최근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과 5개 이상의 리바운드, 3개 이상의 어시스트, 85% 이상의 자유투 성공률, 35분 이상의 평균 출전 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유일한 선수가 바로 박혜진이다. 박혜진은 코트에서 좀처럼 동료들에게 짜증을 내지 않고 가장 열심히 뛰는 선수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 우리은행은 양지희가 은퇴하고 김정은이 가세하는 등 팀 전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이 6연속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울 수 있었던 비결은 역시 박혜진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위성우 감독 역시 코트에서는 좀처럼 박혜진의 플레이를 칭찬하지 않지만 누구보다 박혜진에 대한 신뢰가 높다. 우리은행의 무적시대는 박혜진의 각성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큰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8일 열린 시상식은 박혜진에게 그리 호의적인 분위기로 흐르지 않았다. 박혜진이 BEST5와 어시스트, 자유투상을 받으며 소소한(?) 수확에 만족하는 사이 MVP 경쟁자 박지수(KB스타즈)는 리바운드, 블록슛왕, 우수수비선수상, 윤덕주상(공헌도가 높은 선수에게 주는 상), BEST5까지 무려 5관왕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역대 최연소 MVP라는 타이틀까지 걸리면서 박지수의 MVP 수상 가능성은 더욱 높아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이름이 불린 선수는 이번에도 박혜진이었다. 박혜진은 수상 소감에서 "예전에는 심하게 혼나면 감독님이 미웠는데 요즘은 '내가 제대로 못 가르쳐서 미안하다'는 말로 나를 두 배로 미안하게 만드신다"며 위성우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더불어 지난 2월 24일 부친상을 당한 위성우 감독을 향한 위로의 말도 잊지 않았다.

박혜진은 이어 "주변에서 전성기를 달려야 할 나이라고 얘기해 주시지만 나는 아직 정점을 찍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기량 향상에 대한 각오도 덧붙였다. 박혜진은 WKBL 최고의 스타답게 이번 시즌을 끝으로 해체를 선언한 KDB생명 위너스 구단의 순조로운 인수에 대한 바람과 KDB생명 선수들을 향한 응원으로 수상소감을 마쳤다.

한채진 눈물의 수상소감, 외국인 선수 홀대는 여전

MVP의 주인공은 박혜진이었지만 시상식에서 가장 바쁜 선수는 단연 박지수였다. 지난 시즌 22경기에만 출전하고도 신인상을 수상했던 박지수는 이번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해 14.2득점 12.9리바운드 3.3어시스트 1.4스틸 2.5블록슛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센터로 떠올랐다. 비록 MVP는 아쉽게 놓쳤지만 박지수는 시상식에서 5개의 상을 휩쓸며 1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본인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인왕의 주인공은 삼성생명의 식스맨 이주연이었다. 이주연은 이번 시즌 22경기에 출전해 평균 12분 20초를 소화하며 3.05득점 1.2리바운드1어시스트0.7스틸을 기록했다. 이주연은 2016년에 프로에 입단한 2년 차 선수지만 이번 시즌에 입단한 1년 차 루키들의 활약이 워낙 미미해 이주연이 입단 2년 만에 신인왕을 차지했다.

모두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시상식에서 모범 선수상을 받은 한채진(KDB생명)은 수상소감을 말하는 도중 눈물을 보여 현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소속팀 KDB생명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농구단 운영을 접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한채진은 "우리 선수들이 더 좋은 활약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또 다른 희망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안타까운 수상소감을 남겼다.

매 시즌 시상식마다 제기되는 문제지만 이번 시즌 역시 외국인 선수들은 시상식에서 외면을 받았다. 특히 득점(22.6점)과 리바운드(15.2개), 어시스트(5.5개), 스틸(3.1개) 등 무려 4개 부문에서 1위에 오른 엘리사 토마스(삼성생명 블루밍스)는 기록에 의한 시상에서 모두 제외된 채 최우수 외국인 선수상과 BEST5에 만족해야 했다(토마스는 윤덕주상의 기준이 된 공헌도에서도 수상자인 박지수보다 200점 이상 높았다).

만약 류현진(LA다저스)이 메이저리그에서 25승에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도 미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이영상을 받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인종차별 논란이 나올 것이다. 시즌 때는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활용도가 높은 외국인 선수가 정작 시상식에서는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되는 것이 과연 여자 농구 발전에 도움되는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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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2017-2018 정규리그 시상식 박혜진 박지수 한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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