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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통상외교에는 3가지가 없다.' 지난 7일 <한국경제신문> 기사 제목이다. 전략도, 컨트롤타워도, 전문가도 없다고 했다. 맞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들 3가지보다 더 중요한 '3무(無')가 있다. 바로 투명성과 국회의 관심 부족, 이로 인한 국민의 지지 부족이 바로 그것이다.

RCEP 협상단은 공개, 한미FTA 재협상 협상단은 비공개

 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교섭실장을 수석대표로 한 우리측 협상단(왼쪽)이 3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2차 협상에 참석해 마이클 비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이끄는 미국 협상단과 착석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교섭실장을 수석대표로 한 우리측 협상단(왼쪽)이 지난 1월 3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2차 협상에 참석해 마이클 비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이끄는 미국 협상단과 착석해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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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 진행된 한미FTA 제2차 개정협상에서 미측은 비먼 대표보를 포함한 11명이, 우리측은 산업부와 외교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 30여 명이 협상에 참여했다.(<연합뉴스> 1월 31일)

한미FTA 재협상은 미국이 제안했지만, 이에 대응하는 인력은 한국이 3배에 달한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태풍에 맞선 한국 측 협상단은 누구일까? 협상단 명단은 국회에조차 제대로 보고되지 않는 협상 주제를 추측할 수 있는 단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국회 산업위 소속 손금주 의원(무소속, 전남 나주화순)은 지난 2월 5일 산업부에 "한미 FTA 1~2차 개정협상에 참여한 협상단 현황"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산업부는 "통상적으로 FTA 협상 관련 사항은 대외 비공개로 하고 있는 바, 협상단 현황 등 구체적인 사항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면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2013년 시작되어 현재 진행중인 통상조약인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때와는 딴판이다. 산업부는 지난 2016년 5월 'RCEP 관련 각 차수별 분야별 한국 협상단 명단'을 요구한 박주선 국회 부의장에게 2013년 5월 브루나이에서 개최된 제1차 협상부터 2016년 4월 호주에서 열린 제12차 협상에 참여한 협상단의 명단 및 참석 분야를 상세히 보고한 바 있다.

협상단 명단을 비공개해왔다는 산업부의 해명이 설득력이 없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에도 공개되었던 협상단 명단이 외교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외교'를 하겠다던 문재인 정부에서는 감춰진다. 통상외교의 '1무(無)', 투명성 부족의 증거다.

한미FTA 재협상 특위 구성은 절대 하지 마라?

더 큰 문제는 국회의 무관심이다. 현재 한미FTA 개정협상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 하에 진행 중이다. 행정부는 물론, 국회의 총력지원이 없이는 성공적 협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회는 '협상 잘 해 봐라'는 식으로 방관만 하고 있다. 현재 국회는 박근혜 정권 당시 통상 기능 조정으로 인해 협상 과정에 대한 통제는 국회 산업위가, 조약 비준동의안 의결은 국회 외통위가 담당하는 등 통상협상 전반에 대한 국회 차원의 점검과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 1일 박주선 국회 부의장은 <한미 FTA 및 한중 FTA 개정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대표발의했다. ▲통상조약 체결ㆍ비준과정 전반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한을 원활히 이행하고, ▲FTA 개정협상과정의 투명성을 높여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한편,▲이해당사자로부터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해 종합적이고 효율적인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국회는 2006년 7월 31일 한미 FTA 특별위원회를 열고 한미 FTA 협상 추진과정 전반에 대해 질의했다.
 국회는 2006년 7월 31일 한미 FTA 특별위원회를 열고 한미 FTA 협상 추진과정 전반에 대해 질의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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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경제권과의 FTA를 앞두고 국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참여정부 당시이던 2006년 7월 구성된 국회 한미FTA 체결대책 특별위원회는 다음해인 2007년 9월 28일까지 총 28차례의 회의를 통해 한미FTA 협상의 전반적 내용을 국회 차원에서 검토하고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국회 차원의 특별위원회 구성은 요원하다. 산업부 당국자는 민주당 원내 지도부를 만나 특위 구성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같은 산업부의 반대로 인해 특위 구성결의안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통상외교의 '2무(無)', 국회의 관심 부족은 정말 큰 문제다.

밀행주의와 국회의 관심 부족이 초래한 국민 지지 부족

행정부는 감추고, 국회는 방치한다. 깜깜이로 진행되는 협상의 내용을 모르기에, 국민적 여론은 모아질 수조차 없다.

국민은 지금 불안하다. 미국계 회사 GM은 군산공장 폐쇄방침을 밝혔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미국의 무역보복에 노출된 수출액만도 세탁기(1조 원), 태양광 모듈(1조 4천억 원), 철강(3조 5천억 원) 등 무려 연간 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對) 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18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3% 줄었다. 올 2월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3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7%나 급감했다.

협상이 완료되지도 않았음에도, 선제적으로 미국에 대한 흑자 줄이기에 나선 탓이다. 힘의 무대인 외교협상에서 국민적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코 성공적 협상이 될 수 없으리란 것은 '선제적 흑자 줄이기'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밀행주의 타파를 통한 투명성 확보가 우선이다

통상외교의 '3무'라 지적받았던 전략, 컨트롤타워, 전문가도 조속히 갖춰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필요한 것이 행정부의 투명성, 국회의 적극적 개입, 그리고 국민적 지지다.

그 시작은 통상교섭본부의 밀행주의 행태를 타파하는 것이다. 김현종 본부장은 지난 2010년 펴낸 <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에서 기존의 FTA 추진과정에서의 밀행주의에 대해 이렇게 후회했다.

"한미, 한EU FTA를 비롯하여 수십 개 국가들과의 협상 과정에서 나는 어떡하면 국민과 공감대를 이룰 수 있을까 참 많은 고민을 했다. (중략)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념과 지역, 계층 간 갈등은 생각보다 깊었다. 대국민 차원에서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나의 부족함 때문이다(497면)"

이어 그는 이렇게 적었다.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는 진정한 힘은 국민들로부터 나온다."

지금도 변함없는 진실이다. 통상교섭본부가 보다 투명하게 국민과 함께 하는 외교의 길로 들어서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국회 FTA연구모임 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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