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가 안양 KGC를 누르고 올 시즌 확실한 인삼공사 킬러임을 또다시 입증했다. 7일 안양 실내체육관서 있었던 6라운드 맞대결에서 79-75로 승리하며 시즌 전승을 이어나갔다. 이날 승리로 KCC는 34승 17패를 기록하며 선두 원주 DB를 2경기 차로 추격하게된 것은 물론 3위 울산 현대모비스에게 1경기 차로 달아나게 되며 한숨 돌리게 됐다. 4강 직행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이날 승리의 선봉장은 단연 이정현(27득점, 3점슛 7개)이었다. 올 시즌 유달리 친정팀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이정현은 이날 경기에서도 물오른 득점력을 선보이며 고비 때마다 KGC를 옥죄었다.

이정현이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불리고 있는 배경에는 특유의 영리함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정현은 돌파, 외곽슛은 물론 보조리딩과 게임조립까지 슈팅가드가 갖춰야할 모든 요소를 고르게 갖춘 전천후 2번이다. 외곽이 말을 듣지 않는 날은 돌파로, 그마저도 안되면 패싱게임에 집중하는 등 어떤 방식으로든 팀에 공헌할 줄 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주전으로 중용 받을 수 있는 이유다.

이정현의 이날 슛감은 매우 좋았다. 공을 오래소유하기보다는 부지런히 빈 공간을 찾아다니며 외곽슛 조준에 나섰다. KCC의 전체적인 공격 흐름이 좋지 않았음에도 이날 이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정현의 기복 없던 외곽슛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부상으로 인해 운동능력을 상실한 상태임에도 김민구의 천재적 패싱능력은 여전했다.

부상으로 인해 운동능력을 상실한 상태임에도 김민구의 천재적 패싱능력은 여전했다. ⓒ 전주 KCC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로드, 같이 다운되었던 사이먼

KCC 찰스 로드(33·200.1cm)의 가장 큰 장점은 리카르도 라틀리프(29·199.2cm), 데이비드 사이먼(36·204㎝) 등 리그 최고 장신 외국인선수들과 맞붙어도 쉽게 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체적인 평가나 안정성은 그들보다 떨어질지 몰라도 맞대결시 유달리 승부욕을 불태운다. 적어도 그들을 상대로 버틸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로드의 가치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감정 기복으로 인해 스스로 말려버리는 날도 있으나 덩크나 블록슛 등을 통해 흥이 나게 되면 어떤 빅맨 못지않은 플레이를 뽐낸다. 로드가 정상급 장신 외국인선수들에게 강한 이유는 기동성에서 라틀리프를 따라갈 수 있고, 몸싸움에서 사이먼에게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사이먼의 포스트업시 몸으로 잘 버티어내면서 빠른 손으로 스틸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날 로드는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으며 파울 관리 역시 아쉬웠다. 2쿼터 중반 큐제이 피터슨(15득점)에게 반칙을 범해 일찌감치 3파울에 빠지며 스스로 자신에게 족쇄를 걸어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이먼 역시 평소에 비해 몸 상태가 무거웠다는 점이다.

사이먼은 23득점 18리바운드로 전체적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전번에 워낙 부진했고 무엇보다 심판 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팀에 찬물을 끼얹는 등 다른 경기에 비교해 공헌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KCC 추승균 감독은 시즌 내내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이현민, 에밋, 하승진 동시 출격 라인업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다. 비록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기는 하지만 현 KCC 수장은 추감독이고 본인의 시즌 플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에 나름대로의 신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은지라 이후 결과를 보고 스스로 책임을 지면된다.

이러한 선수 구성에서는 스피드를 갖춘 장신 포워드 송교창(22·201cm)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진다. 앞선과 포스트를 오가며 그들로 인해 헐거워진 수비구멍을 메워야하기 때문이다.

송교창은 외국인선수가 1명 출전하는 쿼터에서는 적극적인 리바운드가 돋보였다. 2명 출전시에는 인삼공사 단신 외인 피터슨을 수비하기도 했다. 송교창은 언제나처럼 속공시 강한 모습을 보였다. 김민구의 롱패스를 받아 자유투 득점을 얻어내는가 하면 속공 상황에서 원핸드 덩크슛을 시도하며 상대 파울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정현의 외곽슛이 실패하자 곧 바로 잡아 세컨슛까지 성공시켰다. 3쿼터 막판에는 과감한 속공 레이업 슛으로 사이먼의 파울을 유도하며 바스켓 카운트를 얻어냈다. 빠르게 코트 곳곳을 누비고 다니기에 가능한 플레이라 할 수 있다.

김민구의 10분, 경기 흐름을 바꾸다

김민구(27·191cm)는 오랜만에 출전 기회를 잡았음에도 특유의 패싱 센스는 여전했다. KCC는 2쿼터 중반까지 득점부진에 허덕였다. 전체적으로 오펜스가 빡빡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현민 대신 김민구가 나오자 순식간에 득점력이 살아나며 10여점차 리드를 잡아가기 시작한다.

김민구는 부상으로 신체 능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코트 전체를 보는 넓은 시야는 여전히 명불허전이었다. 이로 인해 KCC의 공격 리듬에 속도감이 붙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그는 빠른 템포로 망설이지 않고 정확한 패스를 건네 동료들의 슛감을 살려줬다.

속공시 빠르게 달리면서도 양사이드의 빈곳을 정확하게 보며  공격옵션을 넓혀주는 역할을 아주 잘해냈다. 겉으로 보이는 기록은 3리바운드, 3어시스트지만 그가 코트에 있는 10분간 KCC는 에너지가 넘쳤다. 일단 패스가 잘 돌고 공수전환이 활발하게 되었던지라 팬들이 왜 그렇게 김민구를 외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반면 25분가량을 소화한 사실상 주전 1번 이현민 딜레마는 아쉽게도 계속됐다. 김민구가 나가고 이현민이 다시 나오기 무섭게 인삼공사의 앞선은 거짓말처럼 살아났다. 이후 전성현의 3점슛이 터지며 동점까지 허용했다.

올 시즌 KCC는 이현민이 나오면 공격시 볼이 잘 돌지 않고 앞선 수비가 붕괴되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그는 신장이 김민구보다 17cm가 작을뿐더러 스피드나 게임조립 능력에서도 별반 앞서지 못한다. 김민구에게 어려움을 겪던 KGC 가드진은 이현민이 나오자 부담을 덜게 됐다.

앞선에서 공이 잘돌자 KGC의 외곽슛도  연달아 살아났다. 이현민과 김민구는 패스플레이에서 차이가 있다. 한템포 빠르게 시원시원 패스가 나가는 김민구와 달리 이현민은 상대적으로 패스 타이밍이 느리다. 거기에 어렵사리 드리블을 치며 골밑 깊숙이 들어갈 때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장신 숲에 막혀 어디로 패스해야 될지 몰라 허둥지둥 댈 때가 많다. 동료들도 패스를 받기가 어려워진다.

종료 1분여를 남기고 출전한 정희재(27·195cm)는 팬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선수다. 신인시절부터 될성부른 떡잎으로 평가받던 그는 상무에서 MVP까지 차지하는 등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힘과 기동력을 갖춘 준수한 수비수이면서 외곽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타팀 팬들도 정희재의 놀라운 성장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전역 후 출전시간을 거의 가져가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뜨겁던 슛감을 다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이날 경기는 이정현의 여전한 기량과 김민구의 10분간 임팩트 등 KCC 앞선의 빼어난 외곽과 운영이 돋보인 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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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김민구 10분 경기흐름 올시즌 전승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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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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