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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전 충남인권조례지키기공동행동과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천안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권조례 폐지안을 관철시킨 자유한국당과 지역 개신교계를 강하게 규탄했다.
 지난 2월 충남인권조례지키기공동행동과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천안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권조례 폐지안을 관철시킨 자유한국당과 지역 개신교계를 강하게 규탄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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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정무비서 성폭행 의혹으로 물러났다.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안 전 지사의 퇴장이 충남인권조례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 인권조례에 반대했던 보수 성향 단체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바른성지키기부모연합, 성폭력근절충남본부 등 27개 보수단체 등은 7일 오전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조례를 집중 공격했다. 이들의 발언은 이랬다.

"안희정 지사가 충남도지사로서 꾸준히 호소해왔고, 최근 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의까지 요구하며 반드시 증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 인권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안 지사는) 다음 세대에 순리를 거스르는 동성애와 에이즈 확산을 장려하는 인권조례안 제정을 주장해 왔다."

"이번 사태로 인해 안희정은 성범죄자로 낙오될 것이며 그가 재의를 요구한 인권조례안 역시 결국에는 폐지될 것이다."

안 전 지사와 관련한 논란은 분명 지탄 받아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안 전 지사의 문제와 인권조례를 곧장 결부시키려는 움직임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안 전 지사 논란은 인권조례가 더 빨리, 더 정교히 제정되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정무비서는 지난 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그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터뷰 이후에 저에게 닥쳐올 수많은 변화들 충분히 두렵습니다. 하지만 저한테 제일 두려운 것은 안희정 지사입니다. 실제로 제가 오늘 이후에라도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했고 그래서 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게 방송이라고 생각했고 이 방송을 통해서 국민들이 저를 지켜줬으면 좋겠어서 조금이라도 지켜줬으면 좋겠고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언론에 자신을 공개하는 일만이 안전을 보장받을 유일한 선택지라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안 전 지사는 도지사 임기 동안 '인권도정'을 강조했고, 특히 충남인권조례에 남다른 애정을 기울였다. 충남도의회가 인권조례 폐지안을 밀어붙이다시피 가결했으나, 안 전 지사는 "인권 도정은 민주주의자로서 저의 소신이며 신념"이라면서 재의를 요구했다.

이토록 인권을 강조했던 안 지사였지만 정무비서에겐 그저 공포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더구나 피해자의 증언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네 의견을 달지 말라, 네 생각을 얘기하지 말라, 너는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다. 투명하게 살아라, 그림자처럼 살아라"고 주문했다. 이 같은 행위는 누가 보아도 명백한 인권침해다. 이번 성폭행 논란이 터지고 난 후, 안 전 지사를 향해 '이율배반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정무비서인 김지은씨는 5일 jtbc <뉴스룸>에 나와 안 지사로부터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안 지사는 이에 대해 '성관계는 있었지만, 강압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정무비서는 5일 jtbc <뉴스룸>에 나와 안 지사로부터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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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은 당신들의 먹잇감이 아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안 전 지사의 이중성이다. 충남인권조례와는 무관하다. 충남인권조례는 역설적으로 안 전 지사의 이중성을 일깨우고 있다. 아래 인용할 충남인권조례 제3장 8조 1항이 특히 그렇다.

"충남도민은 모든 형태의 범죄와 폭력, 재해, 재난 기타 위험요소로부터 안전하게 생활할 권리가 있다."

안 전 지사의 정무비서는 인권조례가 말하고 있는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때문에 언론 인터뷰를 자청하고, 2차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개 증언에 나섰다. 정무비서는 인터뷰 말미 국민들에게 부디 자신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제 우리 사회가, 특히 충남 지역사회가 그의 호소에 응답해야할 차례다. 충남인권조례는 2012년 5월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이 주도해 마련됐고, 2015년 전부 개정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주도는 특정 정당이 했을지 모르지만, 충남인권조례는 집단 지성의 산물이다. 즉, 안 전 지사도, 충남도의회 다수당인 자유한국당 소유도 아니다. 진영과 무관하게, 충남도민들의 인권을 위해 기본적으로 제정되어야할 조례인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파문은 충남인권조례가 왜 필요한지 고민해 볼 계기라고 생각한다. 또 이 같은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충남인권조례를 가다듬을 필요성도 있다고 본다. 그 이유는 충남인권조례 어디에도 이번과 같은 사건의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문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는 정무비서뿐만 아니라 충남도민에게 큰 상처를 남기고 떠났다. 안 전 지사는 떠났지만 충남인권조례가 함께 폐기되어서는 안 된다. 기자는 누차 인권은 정치적 이해를 초월하는 보편적 가치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주장을 하고 싶다. 특정 진영은 안 전 지사의 성폭행 논란이 정략적인 호재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충남인권조례 폐지 찬성 측에서는 폐지안 재상정을 4월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SNS 단체 대화방을 통해 나돌고 있다. 그즈음 민주당 도의원들 가운데 4명이 시장 혹은 군수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게 되고, 그래서 자유한국당이 더욱 확실히 우위를 점해 폐지안을 최종 가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인권이 정략적으로 이용될 성질의 것이 아니지만,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건전한 상식을 지닌 시민사회가 충남인권조례 폐지를 밀어 붙이려는 그 어떤 시도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동시에 충남인권조례를 용기를 내어 '미투'를 외치는 약자들의 안전망이 될 수 있도록 정교하게 다듬는 일에 매진해 주기를 바란다. 이런 일이 이뤄질 때, 피해자의 용기 있는 증언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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