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제14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 출전한 김윤호 선수의 모습.

지난 2017년 제14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 출전한 김윤호 선수의 모습. ⓒ 대한장애인체육회


슬로프를 내려오며 유려한 턴과 멋진 점프를 선보이는 스노보드. 시즌마다 수많은 '보더 지망생'이 리조트로 향하지만, 익숙해지려면 상당한 훈련과 연습을 거쳐야 한다.

장애인에게는 스노보드를 타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장애인 스노보드는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첫 채택됐다. 선수들은 상지장애(SB-UL)와 하지장애로 나뉘며, 하지장애는 다시 정도에 따라 두 등급(SBLL-1, SBLL-2)으로 구분된다.

세부 종목은 뱅크드 슬라롬과 스노보드 크로스가 있다. 뱅크드 슬라롬은 말 그대로 회전(Slalom)하며 내려오는 경기다. 스노보드를 타고 기문 코스를 타고 오며 기록을 겨룬다. 선수들이 보다 쉽게 회전할 수 있도록 각 기문마다 눈으로 쌓아올린 뱅크가 조성되어 있다. 그래서 뱅크드 슬라롬(Banked Slalom, BSL)이다. 각 선수에게는 3번의 코스 주행 기회가 주어지며, 이 중 최고 기록으로 메달을 가린다.

스노보드 크로스의 코스에는 다양한 지형지물이 설치되어 있다. 뱅크, 롤러, 스파인, 점프, 우탱 등이다. 예선전은 선수 혼자 코스를 단독 주행하여 기록을 측정한다. 보통 2번씩 주행하여 빠른 기록으로 순위를 매긴다. 결승에 진출하면, 예선전 기록에 따라 2명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한다. 신체 혹은 스노보드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면 승리한다. 이긴 선수는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여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50세 노장 국가대표, 스노보드 열정은 늙지 않았다

2018 평창 패럴림픽 스노보드에 나서는 국가대표는 모두 4명이다. 박수혁, 김윤호, 박항승, 최석민 선수 전원이 세부종목 2개에 다 도전한다.

대표팀 막내인 박수혁 선수는 IPC가 선정한 이번 대회 10대 라이징 스타 중 한 명이다. 태어날 때부터 오른팔이 없었던 박수혁 선수는 보드 위에서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근력 운동을 꾸준히 했고, 스케이트 보드를 타며 밸런스 연습도 멈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고소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 자기자신과 싸웠다. 스노보드 점프대에서 처음으로 점프에 성공했을 때의 감정을 잊지 못한다. 스스로의 공포와 맞서 보드 위에 올라선 그는, 이번 평창에서도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김윤호 선수는 원래 오토바이를 즐겨 탔다. 그러나 19살이었던 2001년, 사고로 인해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 했다. 방황도 했지만, 결국 극복해냈다. 등산도 하고, 아이스하키도 하며 운동과 재활에 나섰다. 2015년, 대한장애인스키협회 스노보드 선수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여기까지 왔다. 의족을 끼고 보드를 타는 건 결코 만만치 않았다. 몇 시간 동안 타다보면 살이 짓무르기도 한다. 그러나 한 아내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인 김윤호 선수는 가족을 위해 슬로프를 질주한다.

박항승 선수는 특수학교 교사였다. 4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팔과 오른다리를 잃었다. 지체 장애 1급이었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였다. 다만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했다. 그는 도전했고, 특수교육학과에 진학하고, 특수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2012년, 당시 여자친구와 함께 처음으로 스키장 데이트를 즐겼다. 보드의 매력에 빠진 그는 그 뒤로 주말마다 여자친구와 함께 스키장으로 향했다. 그 여자친구와 스키장에서 스노보드를 신은 채 결혼식을 올렸다. 교사직을 그만두고 스노보드 선수가 되어 눈 위에 땀을 흘렸다. 상지와 하지 장애가 모두 있는 그에게는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여기까지 왔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한계가 궁금하다.

최석민 선수는 19살에 교통사고로 오른쪽 발목을 잃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서 낚시터로 향했고, 이후 15년 동안 배스 낚시 프로로 활동했다. 30대 중반이던 어느 날, 처음으로 스노보드를 접했을 때 짜릿한 속도감에 반했다. "단지 달리고 싶었다"는 이유로 낚시꾼은 스키장으로 향했다. 매년 겨울마다 개인 코치와 함께 훈련했다. 늦은 만큼 더 열심히 했고, 지난 2017년 제14회 전국장애인동계체전에서 뱅크드 슬라롬 은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늦깎이 국가대표가 됐다. 50세 '노장'이지만, 스노보드를 향한 열정은 아직 늙지 않았다.

* 장애인 스노보드(금메달 12개)
남자: 뱅크드 슬라롬 SB-UL·SBLL-1·SBLL-2, 스노보드 크로스 SB-UL·SBLL-1·SBLL-2
여자: 뱅크드 슬라롬 SB-UL·SBLL-1·SBLL-2, 스노보드 크로스 SB-UL·SBLL-1·SBL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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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스노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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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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