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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재수정: 3월 12일 오후 2시 50분]

교육감은 지역에서 학생들의 미래교육을 담당하는 최고 결정권자로서 교원인사 이동, 학교 인허가권, 예산편성 등을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다. 취급하는 예산도 조 단위일 만큼 크다. 인천광역시 교육청의 경우 2017년 한 해 예산이 약 3조 1500억 원일 정도다. 교육감이 일반 정치인들에 비해 인지도는 낮아도 유권자들의 소중한 한 표가 잘 행사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2014년에 대거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이 계속해서 안정적이고 꾸준히 교육철학과 경영방침을 실천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안목있고 개혁성향이 훌륭한 후보를 선택할 필요성은 여전히 크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후보의 자격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우리 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진보정권이 들어서긴 했어도 아직도 우리 교육은 교육선진국에 비해 무척이나 많은 낙후된 관행들이 온존해 있다. 그럼 우리 교육의 문제는 무엇인가? 우선, 사회문제가 교육 문제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 바 바로 직업 차별이 입시경쟁을 지속적으로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입시에 포로가 된 것이나 다름없는 이런 현상은 동북아시아의 공통 현상이긴 하지만 유독 한국이 심하다는 것은 이미 주지된 사실이다.

일본은 입시위주의 풍토가 있음에도 대학진학률이 그리 높지 않다. 대신 기술과 기능분야에서 장인정신이 살아있어 당장의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꾸준히 기술을 탐구하고 계승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나이든 교사들이 퇴물취급을 받지 않고 오히려 공개수업을 하면 새내기 교사들이 메모해가며 수업의 지혜를 전승하고 있다. 공장 안에서는 백발이 성성한 70대의 기술자가 20대의 직업계 고교 실습 및 졸업생에게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충분한 시간 동안 기초작업부터 기술을 전수하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다. 이는 그대로 독일의 장인을 길러내는 도제교육을 연상시킨다.

일본은 또 예컨대 추어탕을 몇 대째 이어가면서 식당건물 지붕 위의 간판에 추어탕 170년, 171년... 등과 같이 해마다 숫자를 더해 간다. 상당한 정도로 직업 차별을 극복하여 장인으로서의 자긍심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일본의 첨단기술은 이런 환경의 산물이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만 해도 26명에 이르고 있다. 참고로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를 살펴보자. (출처: 위키백과 2017.1.18일)

일본은 지금껏 노벨상 수상자가 무려 26명에 달한다.
▲ 일본의 노벨상 수상현황 (2017) 일본은 지금껏 노벨상 수상자가 무려 26명에 달한다.
ⓒ 신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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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사무직, 대기업, 공기업을 거쳐 안정적인 수입과 노후를 보장받으려는 경쟁이 과도하다. 그래서 기술과 기능을 천시하는데 이는 다시 학교에서  인성, 역사의식, 인간성 고양 등을 등한시하게 만든다.

요컨대 입시위주의 교육을 벗어나는 길은 고졸 취업 및 전문대학의 직업교육을 활성화하여 고교생 10명 3~4명만이 대학 진학이 가능해지도록 구조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2015 OECD 교육지표 및 KBS-그래픽: 박혜수): 도표에서 비교대상 국가 중에서 한국이 무려 70%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OECD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대학진학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학력인플레 현상 자체이며 청년 실업자 증가 등 각종 교육 및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 OECD 국가 대학진학률 (2015) 한국은 여전히 OECD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대학진학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학력인플레 현상 자체이며 청년 실업자 증가 등 각종 교육 및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 신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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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 공기업, 대기업을 선호하는 가치관은 생산직, 기능직, 기술직을 멀리하는 직업차별의식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미 조선시대에 상공업을 천시함으로써 당시 은본위의 세계경제 흐름을 읽어내지 못하고 결국 인조는 청 태종에게 무릎꿇는 굴욕을 당하지 않았던가?

그 이후로도 집권세력은 각성하지 못한 채 성리학 우세의 풍토에서 실학사상가들의 실사구시 정신을 구현하지 못하고 급기야 일본의 침략을 허용함으로써 나라가 망하는 최대의 역사적 과오를 범하지 않았던가? 문제는 지금도 이러한 상공업 천시의 흐름을 단절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뿌리깊은 교육과 사회의 모순을 읽어낼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가를 살펴야 할 것 같다.

둘째, 교육감 후보자 선택의 기준은?

교육감 선거의 최대 맹점은 시민들이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일반 시민들은 교육감 후보들의 성향과 교육개혁 및 행정능력 등에 대해 원천적으로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선거홍보물과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적임자를 골라내는 것이 그리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우선, 후보들의 교육문제 인식능력, 교육운동 경력, 선거과정과 비용의 투명성 및 공정성을 중심으로 판단의 단서를 찾아야 할 것 같다.

가. 우리 교육의 근본문제를 얼마나 포괄적으로 알고 있는가?

핵심적인 교육 문제를 편의상 2가지로 요약한다면, 바로 위에서 제기했던 직업차별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것과 학생들이 저마다 잠재적으로 지니고 있는 창의성을 키워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고교 및 전문대학 졸업생들을 전공에 따라 안정적으로 취업시키는 것은 직업차별, 학력차별을 극복하는 방안임과 동시에 고착되어가는 계층이동을 가능케 하는 중차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위의 일본의 노벨상 수상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입시위주의 풍토를 완화시켜 창의성 계발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어느 후보가 지역에서 기업체와 연계하여 직업교육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가? 직업교육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 즉 사무직과 대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들의 사회경제적 대우가 중소업체보다 월등하다는 데서 기인한다. 그리고 정부와 기업이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도 원인의 하나다. 이 때문에 생산직 및 중소업체 소속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은 결혼, 저출산, 복지, 노후 등에 있어서 연이어 문제에 봉착한다.

이러한 직업 차별, 임금 차별, 노동 차별은 젊은 세대로 하여금 미래를 불안하게 바라보며 빈곤과 차별의 벼랑끝에 서 있다는 긴장감을 갖게 만든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수백 대 일의 경쟁에 노출되는 나라는 OECD 국가에서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입시위주의 교육의 늪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우선 지역에서라도 직업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전문계(실업계) 고교를 활성화시킬지를 보는 것이 좋다. 현재까지 전문계 고교생들이 기업체 실습을 하는 중에 전공과 무관한 단순업무를 과도하게 맡는데다 노동인권 사각지대에서 고생하다 목숨을 끊는 일이 빈발해왔다. 교육선진국과 같이 교육 과실습을 알차게 결합하여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계획안이 나와야 한다. 나아가 국가단위 교육관계법령을 개정하여 근본적으로 해결하도록 정부에 촉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학생들 곁에서 열정을 보여야 할 교사들이 교장 승진에 골몰하는 교육계의 풍토는 여전히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혁신학교의 교장임용에서 교장자격증이없는 교사들이 응모할 수 있는 비율 15% 제한을 없앤 것으로는 개혁이라 말할 수 없다. 전면 혁신하여 교장자격증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 주로 교장들의 집단인 교총이 이마저도 극력 반대하는 것은 그들이 얼마나 학생들과 교사들의 교육적 열망을 외면하고 일신의 영달과 성취감만을 위해서 존재해 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따라서 어느 교육감 후보가 전국의 교육감들과 연대하여 교장자격증제 폐지를 통해 민주적인 관리자상을 정립하려고 하는지를 살펴야 할 것 같다.

나. 개혁의지가 얼마나 투철한가?

사람들은 흔히 원만한 대인관계를 보고 이를 인품으로 연결시키면서 호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소중한 한 표를 그러한 사람에게 아낌없이 주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대인관계의 원만한 성향이 정치역량을 증명하는 유일한 잣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능한 사람일수록 더욱 미소와 친절함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진실은 간명하고 간결하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민주주의, 정의 그리고 공정성과 같은 가치는 부드러운 인간관계의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부정과 비리, 불공정 및 비능률과 치열하게 대결한 결과물이다. 섣부르게 타협하고 원만한 인간관계에 집착하는 것은 사람들 모두로부터 인기를 얻으려는 의도된 결과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대상이다. 우리가 해방후 친일청산에 실패한 것이 얼마나 뼈아픈 실책이었던가? 정치인의 개혁의지 실종이 낳은 대표적인 과오가 아닌가? 지금도 친일후손들이 사회불안을 들먹이며 정의를 위협하고, 남북대결과 분단을 부추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세력이 되어 있음에 탄식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2007년부터 약 3년 3개월 동안 미국의 워싱턴 D.C. 교육감을 지낸 미셸 리(Michelle  Rhee)의 사례를 보면, 그녀가 얼마나 집념이 강했는가를 알 수 있다. 교원노조와 교육청이 맺은 교원 임용 규정안이 일방적으로 교원노조, 즉 기득권을 지닌 교사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일부의 조항을 발견하고 그것을 개혁하는데 남다른 열정을 보여주었다.

"(이미 임용된) 교사들은 그들이 학교를 떠날 경우 떠나는 전날까지 교육청에 알릴 의무가 없었다. 그래서 기존 교사들이 직을 유지하는 한 어떤 신규교사들도 임용될 수가 없었다. 만일 학교가 문을 닫거나 공사 등 재정비가 있을 때 그 학교 교사들은 물론 무능해서 퇴출당한 교사들의 일자리까지 우선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교사들이 일자리를 찾을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림으로써 교육청은 유능하고 재능있는 교사들을 채용할 기회를 잃었다. 즉 4월에는 유능한 교사들을 많이 뽑을 수 있는데, 교원노조의 규정 때문에 신규채용이 제한을 받으면서 8월까지 기다리다 보면 학교는 결국 우수한 교사들을 많이 놓친다."(Richard  Whitmire, The Bee Eater, Jossey-Bass, 2011, p.56~57).

개혁의지 만큼은 높이 살 만 한데, 그녀가 교육 및 사회의 구조적 환경에 대해 관심갖기 보다 교사들을 개혁대상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그녀의 역할수행에는 찬반 논란의 여지가 많았다. 적어도 옳은 것이면 섣부르게 타협하지 않는 집념을 읽을 수는 있다.

다. 교육운동 경력이 있는가?

교육운동 경력이 교육감과 같은 교육행정가의 필요충분한 조건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그러한 경험이 있다면 우리는 좀더 신뢰를 보낼 수 있다. 일례로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인성교육 및 역사의식을 제대로 고취시키지 못해 학생들의 사고가 얼마나 제약받는지를 개탄하는 교사가 있다고 하자. 이 교사가 혼자서는 안되겠다고 느껴 교원노조에 가입하여 활동했다고 하자.

그는 동료들과 토론하며 집회를 가지면 개선책이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개선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책을 더 잘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교원노조 출신의 교사들이 교육현장의 정서와 문제의식을 상대적으로 잘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경험은 대승적으로 볼 때 교육의 미래를 위한 사회적 자산이 아닐 수 없다.

명목상의 교수, 교사, 장학사, 장학관 등의 직책수행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다음과 같은경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벌 및 직업차별 극복을 위한 사회 및 교육개혁 운동, 학교 무상급식 운동, 학생과 교사들의 권리와 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력, 장학재단 설립 등 실천적 운동가로서의 경력을 지녔는가의 여부이다. 이와 같은 풍부한 사회 및 교육운동과 문제인식을 깊이 가지고 있다면 교수든 교사든 명목상의 직위는 그리 중요하지않다.

라, 선거과정 및 이후의 회계처리에 대해 얼마나 투명한가?

정치 및 행정가들이 보여주는 비리와 부정의 연장선에서 교육감들이 후보시절 및 당선 이후에 부정에 연루되어 낙마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많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실망을 안김과 동시에 교육감 선거 자체에 대해 회의를 불러일으킨다.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잘못했다면 진보성향의 교사들 대부분이 학교현장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교육활동에도 타격을 받아 결국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것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어느 후보가 선거자금을 투명하게 운용할 것인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후보측에서는 적어도 유권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자금관리의 계획안을 밝히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진보 성향의 인물들을 압도적으로 많이 선택했다. 그래서 우리는 진보인가 보수인가의 진영 대결을 넘어서 정책대결의 장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으로 고무된 적이 있었다. 따라서 2018년 올해의 교육감 후보는 정책적으로 더욱 세련되고 다듬어진 청사진을 내놓아야 할 것 같다.



태그:#2018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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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에 교육평론 45편 정도 기고했으며, 현재 인천교육청 공립 대안교육 자문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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