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에는 4명의 한국인 선수가 참가하고 있다. 이들 중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과 오승환(토론토 블루제이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는 팀에서 맡을 역할이 정해진 상태에서 시즌을 위해 현 상태를 점검하고 있으며, 최지만(밀워키 브루어스)은 초청선수로 참가하여 백업 멤버 진입을 노리고 있다.

역할은 정해졌지만 다들 상황은 절실하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끝으로 다저스와 맺었던 6년 계약이 만료되어 FA 시장에 나와야 한다. 취업 비자 발급을 기다리는 오승환은 내년에 실행될 팀 옵션을 위해 최소 70경기 이상은 등판해야 한다. 추신수는 외야수로서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최지만은 기존 라인업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부터가 우선이다.

일단 연습경기에 가장 많이 나온 선수는 추신수다. 타자인 만큼 투수들보다 출전 빈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많이 나온 선수는 최지만인데, 선발 출전보다 대타 출전이 더 많아서 기량을 보여주기에는 다소 아쉬웠다. 류현진은 1경기에 등판했는데, 최근 다저스 선수들의 집단 노로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하여 류현진도 영향을 받았고 등판도 늦어졌다. 오승환은 비자 발급이 끝나야 경기에 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팀과 함께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커브 비중 늘린 류현진, 회전력이 관건

 류현진이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 2017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홈 경기에 후반기 처음이자 26일 만의 선발 등판을 마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

미국프로야구 LA다저스의 류현진 선수 ⓒ 연합뉴스


류현진은 KBO리그 시절 빠른 공과 서클 체인지업 그리고 커브를 주로 던졌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나서는 슬라이더를 추가하며 더 많은 볼 배합을 시도했다. 그러나 슬라이더를 추가한 2014년 몇 차례 부상자 명단을 다녀왔던 류현진은 2015년 어깨 관절경 수술을 통해 관절와순 병변을 치료하고 2년 동안 1경기 등판에 그쳤다.

부상을 털어내고 다시 풀 타임 선발투수로 복귀한 류현진은 2017년 컷 패스트볼(아래 커터)을 추가했다. 지난 시즌 류현진이 던진 공의 비중은 빠른 공이 36.8%로 가장 많았고, 체인지업이 25.4%로 그 뒤를 이었다.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구종은 15.6%의 커브였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의 커브였다.

류현진의 변화구 비중이 높아진 이유 중 하나는 부상이었다. 투수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는 어깨 부상을 입었고, 수술을 받으면서 2년 동안 메이저리그 등판 1경기에 그칠 정도로 공을 내려 놓았을 정도다. 자연스럽게 구속보다는 공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볼 배합이 필요해졌다.

다행히 류현진은 공의 회전수를 더 늘리는 데 좋은 멘토가 같은 팀에서 뛰고 있다. 바로 커브가 주무기인 베테랑 왼손 투수 리치 힐이다. 비록 손가락 물집 때문에 기존에 던지던 커브 그립을 사용하지는 않고 있으며 새로운 그립이 손에 잘 익지 않아서 커브 비중을 조금 줄이고 커터 비중을 늘렸지만, 그래도 힐의 커브는 놀라운 회전력을 선보이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구위를 선보이고 있다.

커브의 위력은 낙차가 큰 관건이다. 박찬호가 전성기 시절에 던졌던 커브는 빠른 커브와 느린 커브로 나뉘어질 정도로 속도도 다양하지만 낙차 폭이 적으면 커브는 위력을 잃게 된다. 공에 회전이 많이 가해질수록 커브는 더욱 큰 각도로 떨어지는데, 정확하게 홈 플레이트에서 떨어져야 제구가 정교하다는 평을 듣는다.

류현진은 3월 6일(이하 한국 시각)에 처음으로 연습 경기에 등판했다. 원래 등판 날짜가 정해졌으나 다저스 선수단을 휩쓴 노로 바이러스에 류현진도 피해가지 못했고, 이로 인해 등판이 늦어졌다. 류현진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연습 경기에서 2.2이닝 3피안타 1실점했는데, 이 경기에서 커브에 회전을 더 많이 주는 연습을 했음을 밝혔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류현진의 커브는 생각보다 제구가 잘 되지 않았고, 홈 플레이트보다 앞에서 떨어지는 공이 많았다. 너무 앞에서 떨어지다보니 상대 타자들이 속아 넘어가질 않았다. 류현진은 일단 정규 시즌 선발 로테이션 보직이 확정된 상황에서 연습 경기에서 커브의 움직임을 개선하려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전 준비하는 오승환, 실전과 같은 슬라이더 훈련

오승환은 아직 연습 경기에 등판하지 않고 있다. 보통 미국이나 캐나다 국적이 아닌 다른 국적의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한 뒤에 취업 비자 발급을 신청하는데, 오승환은 블루제이스와의 계약이 늦었기 때문에 취업 비자 신청이 늦었다.

아직 취업 비자가 나오지 않아서 오승환은 그레이프푸르츠리그 연습 경기에 등판할 수 없다. 이는 음주운전 3회 누적으로 취업 비자 발급이 거부된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사례를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취업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경기에 나설 수 없는 강정호는 2017년부터 2년째 스프링 캠프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으며, 올해로 기본 4년 계약이 만료된다.

하지만 오승환은 정상적으로 스프링 캠프에는 참여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는 동서로 나뉘어 플로리다 주와 애리조나 주에서 치러지는데, 블루제이스 캠프가 진행되는 듀네딘 스타디움에서 오승환은 팀 동료들과 함께 정상적인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경기까진 나서지 못하더라도 경기와 비슷한 상황으로 라이브 피칭은 가능하다.

오승환은 시속 150km 안팎의 빠른 공과 시속 137km 짜리 슬라이더 조합으로 커리어를 보내왔다. 이를 통해 KBO리그 역대 최다 세이브 1위 기록을 갖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2년 연속 구원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2016년에 셋업맨과 마무리투수로 평균 자책점 1.92의 뛰어난 성적을 올리면서 위력을 뽐냈다.

그러나 2017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참가 후유증 여파로 제구가 좋지 않았다. 결국 평균 자책점 4.10을 기록하며 굳건했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주전 마무리 자리도 집단 체제로 바뀌었을 정도였다. 때문에 오승환은 FA 시장에서도 새로운 팀을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일단 오승환은 로베르토 오수나 앞에서 등판하는 셋업맨 역할을 맡게 된다. 지난 시즌 오수나가 뛰어난 마무리투수 역할을 수행하긴 했지만, 블론 세이브가 10개나 되는 등 불안한 모습도 있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마무리투수 경험이 있는 오승환이 2016년 카디널스에서 그랬듯이 마무리투수로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16년 카디널스의 마무리투수 트레버 로젠탈은 부상으로 인해 부진에 빠진 뒤 오승환에게 역할을 넘기고 2017년 수술대에 올랐던 적도 있다. 그로 인하여 오승환이 2016년 시즌 후반기에 마무리투수 자리를 차지했던 적도 있고, 2017년에도 로젠탈의 부상으로 집단 마무리투수 체제를 시행했던 적이 있었다.

오승환이 지난 시즌 극도로 부진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올 시즌 스프링 캠프에서 팀 동료들에게 들려오는 호평이 단순한 립 서비스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오승환은 자신의 주무기 중 하나였던 슬라이더를 더욱 예리하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야수 입지 좁아지는 추신수, 타격 폼 변화 시도

추신수는 올해로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계약 5년차를 맞이한다. 하지만 추신수는 이전까지 4년을 보내는 동안 모든 시즌에 제 역할을 한 것은 아니었다. 계약 첫 해인 2014년에는 워낙 선수단 전체적으로 부상병동이었기 때문에 팔꿈치와 발목 통증을 안고 뛰다가 시즌 막판에 팀이 꼴찌가 확정된 이후 수술을 받고 쉴 수 있었다.

이후 2015년 첫 달에 0.096까지 타율이 내려갔다가 후반기 스퍼트를 통해 팀 전력에 보탬이 되었고, 2016년에는 부상자 명단을 너무 자주 오갔다. 2017년에는 부상이 발목을 잡은 것이 아니고 극도의 부진에 빠진 것은 아니었으나 팀이 기대하던 모습에 미치지는 못했다.

대부분의 선수가 그렇듯이 추신수도 나이에 따른 세월의 흐름은 막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비 지표에 있어서 갈수록 평가가 떨어지고 있다. 전성기 시절에는 3할 타율에 20홈런과 20도루를 모두 달성할 정도로 타격의 정교함과 적절한 파워 그리고 주루 및 수비까지 모든 범위를 아우르는 선수였지만, 부상의 여파로 인하여 도루는 자제하게 되었고 수비 범위도 많이 축소됐다.

이 때문에 레인저스에서는 추신수의 수비 부담을 덜고 타격에 집중하게 한다는 목적으로 지명타자 출전 빈도를 늘리고 있다. 실제로 이번 스프링 캠프에서도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빈도가 높아졌는데, 레인저스는 지난 해 외야 유망주 자원 윌리 칼훈이 다저스에서 다르빗슈 유(현 시카고 컵스) 트레이드 때 합류한 이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으며 시범경기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칼훈이 좌익수를 맡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델라이노 드실즈가 중견수로 이동했고, 중견수로 키워지던 노마 마자라까지 연쇄적으로 우익수로 이동했다. 결국 부상 이력이 많았던 추신수가 지명타자로 가게 된 상황이다. FA 대박을 터뜨리기 전후로 리드오프로서 가치를 올려가던 추신수는 잦은 부상 이후 리드오프보다는 다른 타순에서의 역할을 더 많이 수행하고 있다.

물론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 중심 타선에 있었다. 정교함과 파워 그리고 주루까지 고루 갖추면서 주로 3번이나 5번 타순에서 출전했다. 현재 MLB.com에서 팀별 분석에 따르면 추신수를 레인저스의 3번 지명타자로 예상하고 있는다.

그런데 20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지명타자는 추신수를 포함하여 3명밖에 없다(알버트 푸홀스, 핸리 라미레스). 다만 푸홀스는 마이너리그 시절 3루수로 육성되다가 메이저리그에서 1루수를 맡게 된 경우로, 투타 겸업 선발투수 오타니 료헤이의 영입으로 인하여 이승엽(은퇴 시즌 1루수로 복귀)처럼 다시 1루수로 주 역할이 바뀔 가능성은 있다.

이는 아직까지 야구계에서 지명타자가 타격에 집중하는 역할보다는 수비에서 경쟁자 또는 세대 교체 선수가 등장하여 역할을 넘겨주고 맡는 포지션이라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데이비드 오티즈(은퇴)나 최준석(현 NC 다이노스)의 경우는 워낙 수비 범위가 좁아서 커리어 대부분을 지명타자로 뛴 특이한 사례다.

추신수가 지명타자 역할이 늘어난 것은 김주찬(KIA 타이거즈)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두 선수 모두 외야수이고 주루 플레이 능력이 뛰어났지만 부상으로 인하여 도루를 자제하게 된 사례로, 김주찬도 이미 체력 안배 차원에서 지명타자 출전 비중이 늘어난 상황이다.

그런데 추신수의 타격 성적을 보면 30홈런 시즌은 한 번도 없었다. 대부분의 지명타자는 파워를 통한 타점 생산에 주력을 두고 있는데, 추신수는 장타보다는 출루율이 장점인 타자이기 때문에 지명타자에 썩 어울리지는 않는 선수다. 레인저스 입장에서는 조이 갈로에게 3루수를 맡기고, 무릎쏴 자세를 활용하면서까지 나쁜 공에도 장타를 만들어내는 백전노장 애드리안 벨트레에게 지명타자를 맡기는 것이 득점 향상에 좋을 수도 있다.

추신수의 경우는 사정이 좀 애매하다. 2010년 3할 타율에 22홈런 90타점까지 기록해 본 적은 있으나 30홈런 또는 100타점 시즌은 한 번도 없었다. 더군다나 레인저스의 홈 구장 글로브 라이프 파크는 외야에 부는 제트 기류로 인해 파워 히터들에게 최적화된 경기장인 만큼 타격에 집중하는 파워 히터에게 그 역할을 맡기는 게 좋다. 하지만 추신수가 레인저스 이적 이후 부상 이력이 너무 많아서 레인저스는 고육지책으로 고액 연봉 선수인 추신수를 지명타자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추신수는 겨우내 타격 폼 변화를 시도했다. 강정호처럼 레그 킥 자세를 통해 보다 많은 안타와 타점을 내기 위해 시범경기에서 꾸준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3월 7일까지 추신수의 시범경기 타율은 0.462로 아직까지는 타격 폼 변화로 인한 효과를 보고 있다. 시범경기 6안타 중 장타가 3개(홈런 1개, 2루타 2개)로 장타력을 올리려는 추신수의 의지를 볼 수 있다.

한편 최지만은 이러한 경기 스타일 변화보다는 일단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중요한 상황이다. 7일 경기에서도 경기 말미에 대타로 출전하여 볼넷으로 출루했는데, 최지만은 일단 보다 많은 출루를 통해 팀 득점력 향상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처지다.

이렇듯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은 올해도 메이저리그라는 험난한 무대에서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전까지 보지 못했던 다른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선수 활용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는 코리안리거들이 올 시즌 어떠한 활약을 선보이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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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메이저리그야구 스프링캠프 류현진커브단련 추신수레그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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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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