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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한산하기만 했던 충남도청 프레스센터 휴게실은 6일 취재진으로 가득찼다.
 평소 한산하기만 했던 충남도청 프레스센터 휴게실은 6일 취재진으로 가득찼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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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무비서 성폭행 의혹으로 충남 뿐 아니라 나라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충남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진보 정당들은 6일 일제히 성명서를 내고 "안희정 지사의 사과 및 사퇴"를 촉구했다. 안 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온 국민의 관심사에 언론이 촉각을 세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취재 열기가 지나치게 과열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6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는 평소보다 많은 취재인원이 모였다. 모 언론사의 경우 방송팀과 충남도청 상주 기자, 본사 파견 기자 등 4명 이상의 취재진이 포진해 취재를 하는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서울과 충남 등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취재진은 충남도청 뿐 아니라 안희정 충남지사의 관사 앞에까지 취재 차량을 대기시켜 놓고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충남도청 구내식당은 이날 점심밥이 모자라 수차례 다시 지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와 관련해 구내식당 관계자는 "700명 분의 밥을 지었지만 모자랐다"며 "밥을 몇 차례 더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상 대기 중인 취재진과 공무원들이 대거 구내식당으로 몰리면서 식당 밥이 부족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취재진의 취재열기와 관련, 한 지역 신문 기자는 "JTBC에서 방송된 것 이상으로 특별히 더 나올 것도 없는 상황인데 무엇 때문에 이 많은 기자들이 도청에 모인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취재 경쟁이 지나친 것 같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기자는 "혹시 안희정 지사가 기자회견이라도 할까봐 기다리고는 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다"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추가 보도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의 열띤 취재 경쟁 탓에 지역의 큰 화제 하나도 묻히고 말았다. 최근 삽교호 인근에서는 기름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아산시가 국과수 의뢰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출된 기름은 절삭유라는 판정이 나왔다. 현대자동차 인주공장이 기름유출의 진원지일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제시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삽교호에서 생계를 유지하며 살고 있는 아산시 인주면 어업계 주민들은 며칠 전부터 기자회견을 예고해 왔다.

인주면 어업계 주민들은 안 지사의 성폭행 사태로 충남도 뿐 아니라 온 나라가 뒤숭숭한 상황이었지만 예정대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날 열린 주민들의 기자회견은 JTBC와 <오마이뉴스> 및 일부 지역 언론에서만 다뤘다.

이와 관련해 인주면 주민 A씨는 "큰 사건이 터져서 우리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면서도 "그 많은 기자들이 도청에 왔음에도 우리 사건이 좀 더 많이 보도 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태그:#취재경쟁 , #안희정 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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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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