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각 팀이 2018년 새로운 시즌 준비에 한창인 가운데, 올 시즌을 지켜보는 색다른 요소가 생겼다. 2018년 시즌은 예년에 비해 다소 일찍 시작하고 늦게 끝나는 긴 일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평창 동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진행중), 러시아 월드컵,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등 굵직한 국제 스포츠 대회가 한 번에 겹치는 해인데, 그 영향을 받은 것이다.

물론 동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스프링 캠프 시기에 열리기 때문에 시즌 일정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으며, 월드컵 역시 시즌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2002년 대한민국과 일본에서 월드컵이 열렸을 때도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에만 리그 경기가 열리지 않았을 뿐, 대회 기간 전체에 걸쳐 시즌을 중단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아시안 게임은 이런 대회들과 달리 시즌 일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에 야구가 포함되어 있고, 대한민국은 1998 방콕 아시안 게임부터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 야구 종목에 KBO리그 프로 선수들을 차출하고 있다.

대한민국 남자 스포츠 선수들은 병역 문제에도 민감한데, 스포츠 선수들이 현재 병역 특례를 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3위 이내)하거나, 아시안 게임에서 1위를 하는 방법이다. 비시즌에 4주 기초 군사 훈련을 받고 자신의 커리어에 충실하면 되기 때문에 기량이 절정에 이른 프로 선수들은 국가대표에 선발되기 위해 확실한 눈도장을 찍으려 하는 선수들도 있다.

프로 선수들의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 참가 독려 차원에서 KBO리그는 해당 대회가 열리는 동안에는 리그 경기를 열지 않는다. 아시안 게임이 겨울에 치러질 경우에는 해외파 선수들도 참여할 수 있지만, 8월이나 9월에 열릴 경우 해외파 선수들은 차출이 사실상 불가능하여 KBO리그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야 할 때도 많기 때문이다.

한여름에 열리는 아시안 게임, 144경기 시스템 첫 장기 시즌

고개숙인 대한민국 지난해 3월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전 대한민국과 이스라엘의 경기. 연장끝에 2-1로 패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2017.3.6

▲ 고개숙인 대한민국 지난해 3월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전 대한민국과 이스라엘의 경기. 연장끝에 2-1로 패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2017.3.6 ⓒ 연합뉴스


그런데 이러한 국제 대회들은 4년마다 항상 같은 시기에 열리지만은 않는다. 세계에 수많은 나라들이 분포해 있는데, 그 나라들의 지리적 위치나 기후가 천차만별이라 개최국의 기후를 감안하여 날씨가 최적화된 시기에 대회를 치르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대한민국에서 아시안 게임(서울, 부산, 인천)과 하계 올림픽(서울)이 열렸을 때도 주로 9월에 열렸으며, 2002년의 월드컵도 다른 대회보다 반 달 가량 빠른 6월에 열렸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경우 중동 지역의 기후를 감안하여 여름이 아닌 겨울에 열릴 예정이다.

2018년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와 팔렘방에서 열리는 아시안 게임은 8월 하순에 열린다. 보통 이 시기에 KBO리그는 3연전 일정을 마치고 2연전 일정으로 전환되는 시기다.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데, 경기 일정 편성의 문제로 개막전과 시즌 후반에는 불가피하게 2연전이 편성된다. 나머지 1경기는 순연된 잔여 경기를 포함하여 정규 시즌의 모든 경기가 끝나는 마지막 날에 편성한다.

2014년 인천아시안 게임의 경우 우선 편성된 경기들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치러졌고,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잔여 경기 일정으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KBO리그를 이어갔다. 또한 주말 3연전이 우천 순연될 경우 추후 편성이 아니라 바로 다음 월요일에 치르는 방식을 도입하여 최대한 잔여 경기 편성을 줄이기도 했다. 다만 2014년에는 그럼에도 우천 순연이 너무 많아서 한국 시리즈 1차전이 11월이 되어서야 열렸다.

4년 만에 아시안 게임이 열리는 올해에도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아시안 게임이 열리는 동안 대부분의 팀들이 주전급 선수들을 차출하기 때문에 경기가 열릴 수 없는 것도 있지만, 2014년 가을처럼 기상 이변으로 장마철이 아닐 때 또 우천 순연이 대거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올 시즌 개막은 3월 24일 토요일로, KBO리그 역사상 가장 빠른 날짜에 열리는 개막전이다. 이 부문 종전 기록은 KBO리그 원년인 1982년과 2010년 3월 27일이었다. 2010년에는 겨울에 광저우 아시안 게임이 있었기 때문에 시즌을 다소 일찍 시작했다.

그러나 이 때까지 시즌을 일찍 치르거나 아시안 게임으로 시즌을 중단했던 적은 KBO리그의 규모가 지금보다 적었을 시대다. 2015년부터 10구단이 되면서 이 해부터 팀당 144경기를 치르게 되었고, 10구단 체제에서 맞는 아시안 게임은 올 시즌이 처음이기 때문에 2018년은 역대급으로 장기 시즌이 될 전망이다.

리그 일정 장기화, 투수들에게 큰 영향

이 순간 영원히 양현종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산을 상대로 1-0 완봉승을 거둔 양현종이 경기 종료 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2017.10.26

▲ 이 순간 영원히 양현종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산을 상대로 1-0 완봉승을 거둔 양현종이 경기 종료 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2017.10.26 ⓒ 연합뉴스


리그 일정이 바뀔 경우,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선수들이다. 시즌이 일찍 시작되거나 늦게 끝날 경우 추운 날씨에도 경기를 해야 한다. KBO리그 경기장 중 겨울에도 상대적으로 따뜻하게 경기를 할 수 있는 곳은 실내 경기장인 고척 스카이돔 뿐이다.

추운 날씨에 경기를 하게 되면 선수들의 몸이 굳어져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줄 수도 없을 뿐더러, 자칫 무리한 수비나 주루 플레이 도중 큰 부상이 올 수도 있다. 공을 던지는 투수들도 어깨가 빨리 식어 버려 너무 많은 공을 던질 수 없다.

3월 스프링 캠프 시기에 열리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투구수 제한 규정이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추운 날씨에 몸이 덜 풀린 투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스프링 캠프 시범경기에 등판하는 선발투수들도 처음에는 30~40구 선에서 출발하여 개막에 맞춰 100구까지 맞춘다.

다만 시즌이 일찍 시작하기 때문에 선발투수들의 경우 투구수 한계를 100구까지 끌어올리는 시기를 예년보다 앞당겨야 한다. 지난 시즌 MVP를 수상한 양현종(KIA 타이거즈)의 경우도 워낙 많은 공을 던져서 조금 쉬어줘야 하지만, 몸을 일찍 만든 이유도 길어진 시즌 일정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즌 초반에 한정하여 6선발을 준비하는 팀들도 있으며, 투수 엔트리를 좀 더 많이 가져가는 팀들도 있다. 조금씩 다르지만 각자 팀 선수 자원들의 특징들을 감안하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한시적 6선발? 벌떼 마운드? 팀 컬러에 따라 달라지는 시즌 준비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의 경우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 그리고 팻 딘까지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선발투수가 3명이나 되고, 지난 시즌 임기영이 처음으로 풀 타임 선발로 활약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스프링 캠프에서 5선발만 찾으면 시즌을 쉽게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4선발 임기영이 어깨 통증으로 인해 개막 로테이션에 들어가지 못할 가능성이 생기면서 만일에 대비해서 6선발까지 찾아 놓아야 할 상황이 됐다. 임기영이 빨리 회복될 경우는 시즌 초반에만 6선발을 돌리면 되겠지만, 아무래도 투수에게 영향이 큰 어깨 통증인 만큼 임기영의 부상이 장기화될 경우까지 생각해서 빈 자리를 메울 수 있는 투수로 6선발을 준비해야 한다.

SK 와이번스는 지난 시즌 힘겹게 5위를 차지했다. 에이스 김광현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아 1년을 통째로 쉬었기 때문에 에이스 없이 1년을 버텼기 때문이다. 올해 개막에 맞춰 복귀하긴 하지만, 팔꿈치나 어깨 수술 후 1년 이상 쉰 선발투수들이 복귀 시즌에 너무 많은 공을 던지는 것은 부상 재발의 위험이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이 때문에 SK는 에이스 보호 차원에서 올 시즌을 6선발 체제로 치를 가능성이 높다. 물론 6선발 요원이 풀 타임 선발로 던지는 것은 아니고, 시즌 일정에 따라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의 역할이다. 시즌 초반에 선발투수들의 이닝 조절 차원에서 로테이션에 들어갔다가 잠시 불펜으로 가고, 다시 선발투수들의 체력 관리가 필요한 시기에 로테이션에 합류하는 방법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6선발 체제가 아닌 다른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투수 자원이 많지만 선발 로테이션은 5명 그대로 가고, 구원투수들을 많이 활용하는 벌떼 마운드 작전이다. 지난 시즌 박진형, 배장호, 조정훈,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구축됐다. 트레이드와 2차 드래프트 등을 통해 장시환, 조무근, 고효준 등도 영입했기 때문에 구원투수 활용의 폭이 넓다.

대부분 투수 엔트리는 12명으로 꾸리는데, 롯데는 올 시즌 투수 엔트리를 13명으로 할 가능성도 있다. 선발투수들이 다소 일찍 내려가더라도 구원투수들을 대량 투입하며 교체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가면, 한 경기에서 투수 개인에게 지우는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적용했던 투수 운영도 방법이 될 수는 있다. 지난해 다저스는 사실상 2년 만에 실전에 복귀한 류현진, 토미 존 서저리 이후 처음으로 풀 타임을 치르는 브랜든 맥카시 등 장기 부상에서 돌아온 선발투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10일 부상자 명단 및 마이너리그 유망주 등을 활용하여 도합 10명의 선발투수를 활용했다.

게다가 다저스는 선발투수 자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구원투수들까지 철저하게 나눠 투입했고, 규정 이닝을 채웠던 투수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뿐이었을 정도였다. 이러한 투수 운영으로 다저스는 정규 시즌에서 가장 많은 승리(104승)를 올렸고, 1988년 이후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월드 시리즈까지 진출했다.

물론 이러한 각 팀의 투수 운영 계획은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계획일 뿐이다. 활용해야 할 선수 자원에서 부상이 생기는 등 변수가 발생하면 이러한 계획은 꼬이고, 결국 일단 있는 선수들로 실전에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10구단 720경기 체제가 된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아시안 게임 시즌이다. 그 어느 때보다 시즌이 길어질 것이 확실한 가운데, 10팀이 모두 선수들의 체력적 문제로 걱정이 클 시기인 만큼 이러한 변수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올 시즌 큰 관심거리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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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스프링캠프 리그일정편성 2018아시안게임 장기시즌투수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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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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