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제방송 SBSCNBC는 2월 22일부터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 2018년 시즌 방송을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부터 1시간 동안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방송 영상과 주요 내용을 싣는다. - 기자 말

"좋은 교육 받고 잘 사는 한국 사람들은 교수 되고, 돈 벌고, 자기 은퇴연금 생각하고, 맛있는 음식 먹고, 자기중심의 욕망에 빠져서 나라나 사회를 생각하지 않아요. (과거 한국의) 선비는 희생이 따르더라도 사회를 위해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는 지성인이었죠. 지식인이라면 배운 걸 실천하고 사회를 위해 공헌해야 하는데, 지금 한국의 많은 지식인들은 그런 의식이 전혀 없어요."


한·중·일 문화에 정통한 연구자로서 언론기고와 출판, 강연을 통해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해온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54·한국명 이만열)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가 지난 1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했다. 그는 개인적 출세와 안락한 삶에 집착할 뿐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자세가 부족한 한국 지식인을 비판하고, 기후변화와 외교전략 등 당면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밝혔다.

지식의 실천과 사회공헌 중시했던 '선비정신' 회복해야

미국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일리노이대 등을 거쳐 2007년부터 국내 대학에서 강의해 온 그는 "한국 문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이 선비정신"이라고 말했다. '지식인의 핵심적 역할은 사회를 위해 학문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그는 조선 후기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처럼 오늘날의 지식인들이 공동체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발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지성인이라면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희생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지성인이라면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희생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SBSCNBC

관련사진보기


지난 1995년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와서 연암의 소설을 탐독한 뒤 '양반전' 등 여러 단편을 영어로 번역 소개하기도 한 그는 "거지와 가난한 농민 등을 일부러 주인공으로 만든 연암은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는 인식도 있었던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 시절 권위만 생각하고 윤리의식이 없는 양반이 '자격증'에 불과했던 것처럼 현대사회에서도 사회적 책임감이 없는 교수·법조인 등은 명칭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촛불정신 일상에서 이어가지 못하면 '1960년' 반복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1월 '촛불을 든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라는 칼럼을 써서 주목받았던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정치를 직업정치인에게만 맡겨 놓고 시민이 관심을 돌리면 근본적인 개혁을 이룰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촛불시위 당시 한국 시민들의 열정에 공감했지만, 자칫하면 1960년 4·19 혁명 직후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바꿨다고 끝난 게 아니며,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정치를 감시해야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촛불혁명이 진정한 사회개혁으로 이어지려면 시민들이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촛불혁명이 진정한 사회개혁으로 이어지려면 시민들이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SBSCNBC

관련사진보기


평소 한국 언론을 향해 '질 낮은 기사를 쏟아내는 레드오션'이라고 비판해 온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국에 정착한 10년 동안 점점 볼 만한 기사, 진실을 추구하는 기사가 줄어들고 홍보성 기사가 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한국 기자들은 똑똑하지만 시민들이 꼭 알아야 할 심각한 이슈를 제대로 기사화하지 않는다"고 힐난했다. 그는 "(언론) 변화의 시작은 결국 시민"이라며 "열심히 취재하는 기자들을 시민들이 응원하고 독려해야 더 좋은 언론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해수면상승·식량위기 부르는 기후변화는 '안보문제'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해 "안보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많은 전문가들이 기후변화를 (현재 인류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하고 있지만 언론은 주목하지 않는다"며 "한국도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하고,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상승이 계속되면 15~20년 후 부산·인천·울산 등 해변 도시들이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후변화는 곧 안보문제”라고 역설하는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
 “기후변화는 곧 안보문제”라고 역설하는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
ⓒ SBSCNBC

관련사진보기


그는 "호주·미국·남미 등 값싼 농산물을 수출하던 국가들이 머지않아 사막화와 기상재해 등으로 더 이상 싼값에 수출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기후변화가 초래할 식량안보 위기를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비해 국내 농업에 진지하게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석유 전량 수입 등 에너지의 대외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한국은 태양열, 풍력 등에 과감히 투자하지 않으면 전쟁 등 비상시에 꼼짝 못 하는 위기를 겪을 것이라며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 외교, '새우콤플렉스' 벗고 독자전략 세워야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전통적인 패권국 미국과 떠오르는 강국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의 외교 현실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어머니의 고향인 룩셈부르크가 프랑스, 독일 사이에 낀 작은 나라의 처지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국민소득을 달성한 선진국이 된 것처럼 한국은 고래 사이에서 등 터진다는 '새우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같은) 강대국을 모방하고 그들의 입장을 좇아가기보다 한국만의 입장과 전략을 가져야 한다"며 "나라 규모가 작아서 힘이 없다, 아무것도 못 한다는 생각은 큰 실수"라고 말했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강대국의 입장을 모방하기보다 한국만의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강대국의 입장을 모방하기보다 한국만의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SBSCNBC

관련사진보기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국 사람들은 자기 역사를 잊고 외국에서 배우려 하지만, 사실 고려·조선 때만 해도 섬세하면서도 세련된 외교 전략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한국 외교에는 그런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며 "외국 사람들도 한국의 독자적 입장과 생각을 기대하는 만큼 과거의 경험을 재해석해 독자적인 외교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페스트라이쉬, #임마누엘, #제정임, #문답쇼, #SBSCNBC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