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본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습니다)
▲ 아버지께서는 오피스텔 한 가구의 임대료와 국민연금으로 노후 대비를 할 계획이라고 하셨다 . (본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습니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지난 설날이었다. 부모님이 한 건물을 가리키셨다.

"이 오피스텔이야"

두 분의 앞날을 위해 미리 사놓으신 오피스텔이었다. 한창 건설 중이었다. 아버지께서는 오피스텔 한 가구의 임대료와 국민연금으로 노후 대비를 할 계획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우리 부부에게도 물어보셨다.

"임대아파트에 살게 되면 어떻게 돈을 모으려고 그래?"

임대아파트가 보증금과 월 임대료가 저렴해서 좋은 줄 알지만, 실제로 돈을 모으기는 어렵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우리 부부는 임대아파트를 신청했고 4월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도 조금씩 저축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잘 할 거예요."
"하고 있다고? 그 형편에? 어이구..."

아버지는 혀를 끌끌 차셨다.

그러고 보니 우리 부모님이 사시는 삼송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지금처럼 개발되기 전만 해도 논과 밭, 작은 집들과 소박한 도로가 주를 이루던 동네였다. 그런데 요즘은 아파트가 많이 지어졌다. 각종 프랜차이즈 가게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동네보다는 삼송'지구'라고 부른다. 부모님은 이곳에 집을 가진 것을 만족스러워하신다.

작년 추석에는 우리 부부를 근처 초대형 쇼핑몰에 데려가셨다. 우리 부부가 심심해 보이기도 하고, 그냥 구경시켜주고 싶다고 하셨다. 쇼핑몰 규모는 정말 컸고 사람도 많았다. 웬만한 놀이 공원보다 더 크다는 생각도 들었다. 부모님은 신기해하는 우리 부부를 바라보며 흐뭇해하셨다. 아니나 다를까 한마디 던지신다.

"원주에는 이런 거 없지?"

초대형 쇼핑몰이 우리 부모님의 자존감도 올려주는 것 같았다.

.
▲ 집이 신분을 나타내는 우리 사회에 착한 자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 pixabay

관련사진보기


잊고 있던 감수성으로 세상의 메시지에 저항하기

지난 수요일, 아내와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를 봤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사람과 자연, 음식 같은 자기만의 숲을 벗 삼아 살아간다. 영화는 우리 부부가 잊고 살았던 일상과 감각을 되살려주었다. 땅의 고마움, 정직한 노동과 땀, 음식을 통한 관계, 도움을 주고받는 이웃, 동식물들의 성장과 순환, 신중한 소비, 계절의 성실함, 다양한 날씨의 소중함.

이 이야기가 집이 신분을 나타내는 우리 사회에 착한 자극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소박한 저항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자기의 숲을 딱딱한 건물로 채우라는 세상의 가르침을 거부하자. 가족, 노동, 땀, 동물, 식물, 자연, 이웃, 정직 같은 가치가 온기를 얻을 기회다.

부모님의 삶의 방식을 비난할 마음은 없다. 그분들이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는 방식이었다. 덕분에 나는 부모님에게 많은 혜택를 받았다. 집이 재산인 것은 누군가에게는 절박한 문제이기도 하다. 다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명이 아닌 콘크리트를 자기의 숲으로 여기는 사회는 문제다. 한 방향으로 가는 이 사회는 무언가 잘못되었다.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2위가 건물주다. 어린아이도 이 세상의 흐름을 알고 있다.

우리 모두가 귀농을 해야 한다거나 영화 속 그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건 영화를 단조롭게 이해하는 결과이며 불가능한 일이다. 귀농 또한 다양한 삶의 방식 중에 하나로 존중받으면 족하다. 우리 사회의 진짜 염려는 귀농하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기만의 숲이 없어서다. 이 세상 한복판에 살면서 우리는 어떻게 이 세상의 메시지에 저항할 수 있을까? 나의 숲에 무엇을 채우며 살까? 다음에는 우리 부부의 우여곡절 일상을 나누고자 한다.


태그:#감수성, #감각, #생명, #나만의숲, #세상에저항하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