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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은 지난 1월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과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 반박 성명을 발표한 뒤 차량을 타고 사무실을 떠나고 있는 모습.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은 지난 1월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과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 반박 성명을 발표한 뒤 차량을 타고 사무실을 떠나고 있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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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이다.'

최근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이다. 검찰의 끈질긴 수사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온갖 비리가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다. 다스(DAS) 실소유주 및 소송비 대납, 특수활동비, 매관매직 논란 등 각 건마다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는 사건들이다.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 앞에 참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황은 전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영포빌딩 지하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발견된 청와대 문건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라는 '부작위 위법 확인'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작위'란 일정한 처분을 해야 할 법률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불법 행위의 원인 제공자가 적반하장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이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가기록원 측은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서 영포빌딩에서 발견된 문건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서 회수하라는 공문을 보내왔다. 이에 대해 기록원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은 현 대통령만 지정할 수 있으며, 검찰수사 종료 후 회수하는 것으로 협의 중'이라고 통보했다. 결정을 통보했음에도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MB의 '영포문건', 새로운 범죄행위의 구성

지난 1월 2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전날 경북 경주시 다스 및 다스 관계사를 압수수색하면서 같은 시간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에 있는 다스 서울 사무실에도 수사관을 보내 업무 자료와 컴퓨터 저장 전산 자료 등을 확보했다. 사진은 이날 청계재단이 입주해 있는 건물인 영포빌딩.
 지난 1월 2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전날 경북 경주시 다스 및 다스 관계사를 압수수색하면서 같은 시간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에 있는 다스 서울 사무실에도 수사관을 보내 업무 자료와 컴퓨터 저장 전산 자료 등을 확보했다. 사진은 이날 청계재단이 입주해 있는 건물인 영포빌딩.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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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영포빌딩 지하 2층에서 발견된 대통령기록물은 어떤 기록인지, 이 같은 기록들을 영포빌딩에 보관하고 있는 것이 어떤 불법적 행위에 해당하는지 분석해보도록 하자. 우선 영포빌딩 대통령기록물은 2009년 삼성의 다스 소송 비용관련 VIP 보고 문건, 다스 경영상황 보고 문건, 국가위기센터·민정수석실이 만든 '일일 상황보고' 기록 등이다.

이 기록들은 대통령기록물법 제2조(대통령기록물 정의)에 따라 '대통령의 보좌기관·자문기관 및 경호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에서 생산한 기록물들이며,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문건들이다. 즉 이 기록들이 진본·원본이고 대통령기록물 이관 과정을 위반해 보관하고 있었다면 대통령기록물법 제14조(무단파기·반출등의 금지)를 위반하게 돼 최대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관련 기록물을 실수로 보관했다'고 변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과거 대통령기록물의 생산 및 이관 과정에서 지적된 문제를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http://www.opengirok.or.kr/3488)에서 지적한, 종이기록물을 생산하지 않은 점을 보면 오늘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었다. 결국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2월 5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영포빌딩에서 발견된 문건 중에 비밀기록으로 추정되는 기록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한 국가위기센터·민정수석실이 만든 '일일 상황보고'가 그 대상이다. 이 기록들은 '보안업무규정'상 비밀기록일 가능성이 높고, 이를 영포빌딩에 보관하는 행위는 보안업무규정 위반이 된다. 영포빌딩에서 발견된 문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불법행위를 고스란히 증명할 수 있는 핵심 증거일 수도 있지만, 그 문건을 사적으로 보존한 것으로도 새로운 범죄행위가 구성되는 것이다.

"강도범이 '경찰 제압은 폭행'이라고 주장하는 셈"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은 지난 1월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과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반박하던 중 기침을 하고 있는 모습.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은 지난 1월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과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반박하던 중 기침을 하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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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자신의 이런 행위에 대해서 눈을 감고, 적반하장으로 국가기록원 및 검찰을 상대로 부작위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조수진 변호사(법무법인 위민)는 "이런 행정소송은 대통령기록물을 지키고자 하는 소송이 아니라 자신의 위법행위를 드러날까 두려워 해 증거 활용을 막는 목적으로 한 소송으로 오히려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다"라면서 "비유하자면 경찰이 강도범을 현장에서 발견해 제압하려고 했더니, (강도범이) 제압행위는 폭행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라고 비판했다.

참여정부에서 대통령기록물 이관 작업을 담당했던 이영남 교수(한신대)는 "검찰에서 법원에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 기록이기 때문에 법 절차상 전혀 문제가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행위는 도둑이 훔친 물건을 원 주인에게 돌려주라고 소송을 제기한 꼴이다"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 교수는 "국가기록원에서 이번 수사가 끝나면 관련 기록물을 회수하는 절차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폐부를 찌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각종 꼼수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7.5%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를 찬성하고 있다(반대 26.8%, 잘 모름 5.7%). 빠져나가려고 몸부림 칠수록, 올무는 더욱 옥죄어 올 것이다. 이제라도 겸허한 마음으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진심 어린 반성이 있기를 기대한다. 물론 이것도 희망일 뿐이다.

[관련 기사]
MB의 끝없는 꼼수... 영포빌딩 문건 30년 봉인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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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진한 기자는 알권리연구소 소장이자 국가기록관리혁신 TF 위원입니다.



태그:#이명박 , #영포빌딩, #행정소송, #대통령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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