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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9년을 기다렸다. 합강리와 장남평야를 오가며 채식과 휴식을 취하던 큰고니가 보이지 않기 시작한 것은 2010년 겨울부터이다. 2009년 겨울을 마지막으로 10마리 내외의 큰고니는 합강리를 찾지 않았다. 4대강 사업으로 공사가 시작되면서 하천에 준설이 이루어지고 물이 가두어지면서 서식처로 합강리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큰고니는 문화재청에서 지정한 천연기념물 201-2호이며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귀한 새이다. 흔히 백조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전장이 140cm이며 날개를 피면 3m에 육박하는 우리나라를 찾는 대형조류에 속한다. 이번에 찾아온 큰고니는 총 11마리로 장남평야와 합강리를 오가며 휴식과 채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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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강리와 장남평야를 찾은 큰고니 무리 .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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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에서 번식하고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큰고니의 개체수는 매우 적은 편이다. 큰고니는 잠수할 수 없어 몸의 크기와 유사한 1m 내외의 낮은 물을 좋아한다. 강주변 넓은 들에서 낱곡 등도 채식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월동한다. 때문에 4대강 사업 이전 평균 수심 80cm 내외였던 합강리와 배후 장남평야는 큰고니에게 매우 좋은 서식조건을 유지하고 있었다.(금강에 다시 나타난 모래섬, 정말 고맙네)

2009년 착공한 4대강 사업으로 준설과 보건설이 이루어지면서 4m의 수심으로 변했다. 큰고니가 휴식하던 하중도(하천에 형성된 섬)와 모래톱은 사라졌고, 먹이가 되던 수초들도 깊어진 수심으로 접근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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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합강리에서 만난 큰고니 .
ⓒ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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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니의 배후 먹이터였던 장남평야도 세종시가 들어오면서 원형 유지가 되고 있지 못하다. 대규모 농경지였던 장남평야는 약 1/3은 호수공원으로 조성되었고, 약 1/3은 국립수목원으로 공사중이다. 다행히 1/3은 원형지로 보전하기로 결정하고 원형지의 약 30% 면적에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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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남평야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큰고니 .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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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세종보의 수문이 개방되었다. 합강리에 물을 가두고 있단 보의 수문이 열리면서 하천에 모래톱이 돌아왔고 하중도도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에 비해 종수와 개체 수 모두 증가하면서 수문개방 효과가 일부 입증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수문 여니 늘어난 겨울철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이런 조사에도 큰고니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달 27일 장남평야에 큰고니 11마리가 찾아왔다. 9년만이다. 큰고니는 3월 2일 현재까지 장남평야와 합강리를 이동하면서 서식중이다. 이렇게 다시 찾아온 큰고니는 남쪽에서 겨울을 보내고 북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잠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찾아온 것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월동하는 기간동안 관찰되지 않았기에 완벽한 서식지로 합강리와 장남평야를 택했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찾아온 큰고니가 장남평야와 합강리에서 무사히 머물고 떠난다면 올 겨울 다시 합강리와 장남평야를 찾아올 가능성은 높다. 다만 현재 수문이 개방된 형태로 유지되고, 장남평야의 농경지가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말이다. 큰고니가 찾아올 수 있는 조건의 첫 번째는 먹이다. 하천에 수초들을 먹을 수 있는 수심과 배우 먹이터인 장남평야가 반듯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중앙의 푸른색(장남평야) 위쪽의 푸른색(합강리)
▲ 세종보와 장남평야 합강리의 모습 중앙의 푸른색(장남평야) 위쪽의 푸른색(합강리)
ⓒ 다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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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세종보의 수문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직 결정이 되지 않았다. 현재의 넓은 모래톱과 하중도가 유지되지 못한다면 큰고니의 재도래 가능성은 매우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 9년간 관찰되지 않은 것은 역시 이를 확인해주고 있다. 올해 말 다시 평가를 통해 결정될 수문의 관리방향이 개방으로 결론이 나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합강리에서 오랜만에 확인된 큰고니는 다시 볼 수 없게 된다.

거기에 배후 먹이터인 장남평야가 현재처럼 유지되어야 한다. 이미 약 2/3가 호수공원과 국립수목원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남아 있는 농경지의 가치는 큰고니에게 더욱 높아졌다. 원형지가 보전된 지역중에서도 약 30%의 면적만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마저도 중지된다면 큰고니에게는 치명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행복도시건설청은 장남평야를 이대로 놔둘 생각이 없어 보인다. 세종 중앙공원 2단계 개발계획을 변경하여 추진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경계획에 따르면 현재 농사를 짓고 있는 면적을 대폭 축소하고 원형지가 보전되고 있는 곳도 공원으로 조성하여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호수공원과 수목원의 대규모 이용시설을 조성했음에도 추가로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조성하는 것이다.

행복도시건설청에서 계획한 공원조성계획으로 진행한다면, 큰고니는 이제 합강리에서 영영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하천과 농경지에서 먹이를 찾는 큰고니의 서식특성상 배후 농경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갇고 있기 때문이다. 장남평야는 큰고니 이외에도 흑두루미와 다양한 도요새 등이 찾아오는 지역이다. 현재 농경지로 유지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희귀조류 서식 확인된 세종시 '장남 평야' 보호지역 지정해야 )

필자는 기사를 통해 장남평야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홍콩의 습지공원을 제안했다. 원형지 보존을 최대한 진행하고 일부만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행복도시 건설청은 대부분을 개발하고 극히 일부(원형보전지 87만㎡ 중 21만㎡만) 원형으로 유지하는 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세종시 생태시민협의회는 협의 불가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행복도시건설청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우리도 홍콩 습지 공원은 꿈이 아니다)

2016년 3월 환경부와 이미 보전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공원조성계획을 이미 세워 놓았다. 계획에 맞추어 보전할 곳과 개발할 곳이 이미 정해져 있는 사업인 것이다. 본래 계획대로 시행하면 될 일을 가지고 지역의 주민들이 논습지를 반대한다고 하여 2단계 중앙공원 조성계획을 대폭 수정하여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행복도시건설청의 이런 행정집행이 과도한 권한 남용으로 보이는 이유다. 세종시 건설과정에서 이미 금개구리 서식처로 원형지로 보전하기로 결론이 났음에도 이렇게 개발계획을 강행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

환경부와의 협의내용은 장남평야의 최소한의 생태계 유지를 위해 필요한 공간으로 보전하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었다. 보전형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이미 하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의 보전지역마저 줄여가며 인공공원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큰고니를 비롯한 합강리와 장남평야를 찾아오는 새들에게 2018년은 매우 중요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세종보 수문개방에 대한 결정과 장남평야의 중앙공원개발계획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최선의 선택은 수문개방 결정과 중앙공원의 개발계획을 본래 환경부가 합의된 계획대로 추진되어야 한다. 둘 중에 하나라도 결론이 잘못 난다면 큰고니는 다시 합강리를 찾지 않을 것이다.

세종보의 경우 수문개망에 따른 모니터링결과를 종합하여 올해 말 결론이 날 것이다. 다양한 모니터링 결과 강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큰 이변이 없다면 수문 개방으로 결론이 나야 정상인 것이다.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문제는 중앙공원 2단계 사업이다. 행복도시건설청이 원형지 보전면적을 대폭 축소한 계획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환경도시 세종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태계 유지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현재 수문개방과 장남평야의 원형보존은 최소한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공간이다. 최대의 공간을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의 공간마저 빼앗아 사람만을 위한 공간으로 만든다면 세종시의 생태계와의 공존은 없다고 단언한다. 생물들이 살 수 없는 최악의 환경도시가 되는 길을 막기 위해서라도 세종보 수문개방과 장남평야의 원형보전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이경호 기자는 대전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장남평야, #합강리, #큰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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