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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책이 나왔습니다'는 저자가 된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된 시민기자라면 누구나 출간 후기를 쓸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책이 나왔습니다. 제목은 <웃음의 현대사>입니다. 제목만 놓고 볼 때는 '어떤 책이지?' 갸우뚱거리실 분 적지 않을 겁니다. 서점에 가보면, '인문' 신간 코너에 비치해 놓은 곳도 있고 '역사' 신간 코너에 자리 잡아 놓은 곳도 있습니다. 정확한 분류는 '인문'입니다. 이번에 알았는데 출판사에서 책의 유형을 정하더라고요. 혹시, 서점에 가셨다가 이 책이 역사코너에 있는 걸 발견하시면, 그건 그대로 두시고 인문코너에도 있는지 확인하시고, 혹여 없다면 그쪽으로 슬쩍 가져다 놓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자신이 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당당하게 말 할 수 있는 고마운 이 지면에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지는 꽤 되었습니다. 책이 나오기도 전부터 '나오면 뭐라고 쓰지?' 했습니다. 지난 2월 6일 마침내 책이 나오고, 슬슬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며칠 전에 작정하고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웃음의 현대사>
▲ 표지 <웃음의 현대사>
ⓒ 웨일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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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멍석 깔아 놓으면 더 놀지 못한다고, 쓰다 멈추고 쓰다 '이렇게 써도 되는 건가?' 하며 다시 본 적이 많았습니다.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다가 결국 포기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쓴 책을 읽고 글을 써서 책동네에 송고했는데 그게 더 편했습니다. 역시 자화자찬은 쉽지 않은가 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고 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이렇게 다시 도전하고 있습니다.

'시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우리를 웃게 한다'는 부제가 있는 <웃음의 현대사>는 한마디로 압축해서 말하면 '예능 프로그램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의 연령대에 맞게 떠올릴 수 있는 예능인들이 저마다 있을 겁니다.

제 경우는 MBC <웃으면 복이 와요>에서 코미디를 하셨던 구봉서·배삼룡·서영춘·이기동 등이 최초의 예능인입니다. 어떤 분들은 심형래·김형곤 등이겠고 또 어떤 분들은 최양락이고 이경규 혹은 유재석이 최초의 예능인일 것입니다. 저는 1992년 우연한 계기로 방송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후로 2018년 현재까지 운 좋게 하고 있습니다.

대략 절반 정도는 예능인들과 주로 일했고 나머지 절반은 교양 색채가 진한 프로그램을 했습니다. 후자의 프로그램을 하더라도 최소 진행자는 유명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어쨌든 방송작가를 하며 웃기는 사람들과 일을 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최근까지 했고 시즌2를 준비 중인 한 프로그램의 진행자도 대한민국에서 말 잘 하기로 자타가 공인하는 분이니까요.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웃길 줄 아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보면 참 신기합니다. 같은 얘기를 해도 어떤 사람이 하면 재미없고 어떤 사람이 하면 재미있는 경험, 누구나 있을 겁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차이가 나는 거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방송작가를 하면서, 이렇게 재미와 웃음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들과 예능인들의 세계와 흐름을 정리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약간 조사를 해보니 다행스러운 건 정리를 해본다 해도 그 시작이 아무리 길게 거슬러 올라가도 일제강점기 정도면 되겠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물론 조선시대, 고려시대 혹은 그 이전의 시대에도 예능은 있었고 웃기는 사람들이 존재했겠지만 기록에 남아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게 저에게는 무척이나 다행이었습니다.

황석영 작가의 소설 <여울물소리>를 보면 시대 배경이 조선 후기인데 '전기수'라는 직업이 나옵니다. 이야기를 전해주는 사람입니다.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들이 워낙 많았던 시대라 가능했겠지요. 그 다음으로 나타나는 분들이 판소리나 창을 하시는 분들이고 여기에 재미있는 스토리를 넣어 '재담'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박춘재가 있고, 그에게 영향을 받고 일제 강점기 시대 들어온 일본의 만담을 변형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만담'을 만든 신불출이 등장합니다.

무성영화 시대의 스타 '변사'도 빼놓을 수 없죠. 무엇보다, 식민지 조선에 처음으로 라디오가 등장하는데 1927년 2월 16일 전파를 발사한 '경성방송국'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대중매체를 매개로 하는 스타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비운의 첫 텔레비전 방송이 시작되고, 우리 모두가 잘 아는 KBS-TV가 출범하는 건 1961년 12월 31일입니다.

TV 수상기의 보급이 전국구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 건 1980년대인데, 그 전에는 라디오와 영화가 강력한 대중문화를 형성했고 1980년부터 컬러 방송의 시작과 함께 KBS, MBC와 1991년에 SBS가 가세하고 2000년대 들어와 수많은 케이블방송과 종편 4사 등이 생겨 인터넷, 모바일 등과 함께 그야말로 영상의 춘추전국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 역사를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여기에,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는 각 시대에 관한 이야기를 매 단락마다 배치했습니다. 각 시대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그걸 알아야 그 시대에 왜 그런 프로그램이 나왔는지, 인기가 있었는지가 더 잘 이해가 되니까요.

그렇게 해서 일제강점기 식민지 조선 민중을 재미있게 해준 예능인을 시작으로, 해방과 한국전쟁, 박정희 시대, 5공화국을 거쳐 '토토가'로 기억되는 1990년대와 2000년대에서 2018년 오늘에 이르기까지 명멸했던 예능 프로그램들과 예능인, 제작진의 이야기를 제가 보고 듣고 경험한 에피소드와 함께 엮었습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약간의 '깔대기' 신공을 해본다면, 저자로서의 저는 내용을 떠나 '최초'로 시도해보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전작 <일인자 유재석>이 한 명의 예능인을 분석한 '최초'의 책이었듯이 이 책도 예능 프로그램과 예능의 역사를 정리한 '최초'의 책이 거의 맞습니다.

'거의'라고 여지를 둔 이유는 2002년 두 분의 신방과 교수가 정리한 책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매우 학술적이고 딱딱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제 책 <웃음의 현대사>를 최초로 말해도 그 분들에게 그리 누를 끼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책은 또 어떤 유형의 '최초'에 도전해볼까 고민 들어갑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웃음의 현대사 - 시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우리를 웃게 한다

김영주 지음, 웨일북(2018)


태그:#웃음의 현대사, #김영주 방송작가, #예능의 역사, #시대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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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관심이 많습니다. 진심이 담긴 글쓰기를 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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