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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모 부대에서 소속 일병이 자살을 기도해 중태에 빠진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18일 오후 4시 20분께 강원도 인제에 있는 육군 모 부대 소속 김 모 일병(21)이 자살을 시도했다. 이 사고로 김 일병은 원주기독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지만 아직까지 의식이 없는 상태다.

'5분 대기조' 였던 김 일병은 이날 사고 직전 군부대 상담센터(군 헬프콜)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무언가 큰 일을 실행하려는 듯한 암시와 함께 소속 부대에 소식을 전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센터에서는 즉시 해당 부대에 김 일병의 상태를 확인할 것을 긴급요청했지만 부대 내 막사 뒤에 쓰러져 있던 김 일병을 발견하기까지 그로부터 약 20분 가량이 소요됐다.

김 일병의 위치 파악이 늦어져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평소 부대원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김 일병은 사고가 있기 전인 지난 1월에도 자살을 시도하려 한 정황이 있어 수 차례 정신과 진료와 내부 상담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일병의 가족들은 김 일병이 입대 전인 지난해 상반기 기억력 감퇴로 인해 정신과 진료를 받았지만, 우울증과 자살시도는 자대 배치 후에 나타난 증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 일병의 아버지는 "사건 당일 상담센터를 통해 사전 연락을 받고도 아들의 소재를 제때 파악하지 못해 결국 중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말과 이 달 초 각각 '잘 적응하고 있고 부대에서도 잘 돌보고 있다'고 알려왔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사건 당일 홀로 떨어져 있는 등 부대 관계자와 동료 장병들이 아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들이 자살을 시도한 이유에 대해서도 "아들이 노트에 '다 내 잘못'이라면서도 '나를 좋게 생각하지 않았던 분들이 계신다'고 써 놓았다"며 "문제 장병으로 찍혀 소외되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평소 부대 내에서 내부 상담 외에 어떤 완화프로그램을 해왔는지 궁금하다"며 "자살을 시도할 만큼 정신상태가 불안정한 아들을 아무런 보호 없이 부대 내에 왜 홀로 방치했는지 모르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해당 부대 관계자는 김 일병의 가족들에게 '김 일병에게 관심을 갖고 정신과 진료는 물론 병영생활 상담관의 주기적인 상담을 진행해 별 문제 없이 잘 생활해 왔고, 사건 당일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자살을 기도할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군부대에서는 2일 오전, 김 일병의 가족들에게 사건 경위에 대한 중간 조사결과를 밝힐 예정이다.


태그:#육군, #자살기도, #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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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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