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의 유해가 타계한 지 23년 만에 고국인 한국으로 돌아왔다. 올해 통영국제음악제는 이에 초점을 맞춰 음악제 이름을 < 귀향(Returning Home) >이라 짓고 독일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윤이상을 환영하고 기린다.

오는 3월 30일부터 4월 8일까지 경상남도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과 통영시 일원에서 열리는 음악제를 앞두고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후암동 독일문화원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윤이상 유해 지난 25일 통영 도착

통영국제음악제 2018 통영국제음악제를 앞두고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독일문화원에서 올해 음악제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 통영국제음악제 윤이상 선생의 유해가 안장돼 있었던 독일 베를린 가토우 명예묘지 모습. ⓒ 통영국제음악재단


통영국제음악제 2018 통영국제음악제를 앞두고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독일문화원에서 올해 음악제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 통영국제음악제 플로리안 리임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왼쪽)가 윤이상 선생의 아내인 이수자씨에게 직접 이송한 유해를 전달했다. ⓒ 통영국제음악재단


플로리안 라임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는 지난 23일(현지시각) 베를린 가토우 명예묘지를 개장하여 윤이상의 유해를 고국으로 이송, 지난 25일 통영에 도착했다. 2018 통영국제음악제의 개막일인 3월 30일 오후 2시, 윤이상의 유해는 통영국제음악당 안의 동쪽 바닷가 언덕에 안장될 예정이다. 통영시는 공설봉안당에 유해를 임시 보관 중이며, 음악제 개막일에 맞춰 이장식을 개최할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플로리안 라임 대표는 지난 23일 독일 베를린의 묘지 개장에 대한 질문에 "굉장히 감동적인 순간이었다"며 "사실 독일인으로서는 위대한 아티스트를 독일에서 떠나보내야 한다는 게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제가 한국생활 4년째인데 한국에서 그 분을 모실 수 있어서 기쁘기도 했다. 두 감정이 교차했다"며 당시의 감정을 밝혔다.

"오는 3월 30일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일에 묘지 부지에서 윤이상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작은 세레모니를 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대중에 오픈에서 참배와 헌화를 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아티스트가 세상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순 없지만 대화를 시도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윤이상 선생님이 그런 존재로 남았으면 좋겠다." (플로리안 라임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

독일 베를린은 윤이상의 '제2의 고향'이다. 1917년 통영에서 태어난 윤이상은 1995년 타계할 때까지 인생의 절반인 39년은 한국에서, 나머지 절반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 생활했다. 특히 음악가로서 독일에서 가장 큰 성공을 누렸던 만큼 윤이상의 음악은 독일에서 가장 사랑받고 인정받았다. 윤이상은 1972년 독일 시민권을 얻기도 했다.

윤이상은 지난 1967년 중앙정보부에 의해 조작된 동백림(East Berlin)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고초를 겪었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 윤이상은 친북 논란 등으로 제대로 음악성을 평가받지 못했다. 반면 외국에서는 세계적 현대 음악가로 인정 받았다.

<귀향>이란 이름의 이번 음악제에 대한 플로리안 라임 대표의 생각을 들어봤다.

"윤이상 선생의 유해가 돌아오는 것도 하나의 의미지만, 많은 프로그램에 그 의미를 담으려고 했다. 고향, 정체성에 중점을 뒀다. 요즘 세상은 이민자도 많고 난민문제도 심각해서 '고향'의 의미가 희석되고 경계가 희미해진 것 같다. 전쟁이나 정치적 이유로 고향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 사람도 많은데 우리가 돌아가야 하는 홈(Home)이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지를 선보이고 싶었다." (플로리안 라임 대표)

통영국제음악제 2018 통영국제음악제를 앞두고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독일문화원에서 올해 음악제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 통영국제음악제 윤이상 선생의 유해가 안장될 통영국제음악당 내 동쪽 바닷가 언덕의 모습. ⓒ 통영국제음악재단


통영국제음악제 2018 통영국제음악제를 앞두고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독일문화원에서 올해 음악제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 통영국제음악제 플로리안 라임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 ⓒ 통영국제음악재단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용민 예술기획본부장은 이장에 관해 부연설명하며 "유해가 이렇게 빨리 올지 저희도 몰랐다"고 말했다. "원래는 항공우편으로 모시는 계획이었고 3월 10일쯤으로 예상했는데, 현지 계획이 변경돼 직접 이장이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윤이상 선생은 독일에서 고국을 계속 그리워하고 사랑했다. 1994년 윤이상음악제에 참석하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고국으로 돌아오고자 여러 번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죽으면 통영바다의 파도소리가 들리는 곳에 묻히고 싶다'고 소원하셨다. 2002년 통영국제음악제가 열리면서 이장 문제가 지역사회에서 거론됐는데 쉽지 않았다. 독일과 한국에 유해를 반씩 모시는 분장도 생각했다.

윤이상 선생의 부인과 딸이 오직 남편과 아버지의 소망에 따라 우리라도 통영에 가서 살자 해서 한국에 정착을 하게 됐다. 지금 사모님 연세가 많다보니 윤이상 선생의 소망을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점점 더해졌던 것이다. 통영시에서 외교부를 통해 독일 정부에 문서를 발송했고 지난 23일 베를린에서 11시 이장이 결정돼서 윤이상의 따님과 플로리안 라임 대표가 베를린 가서 개장해 직접 모시고 왔다. 25일에 한국에 도착해 선생의 부인이신 이수자 사모님께 보여드렸다." (이용민 예술기획본부장)

윤이상의 숨겨진 곡 '낙동강의 시' 연주

통영국제음악제 2018 통영국제음악제를 앞두고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독일문화원에서 올해 음악제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 통영국제음악제 작곡가 윤이상 ⓒ 통영국제음악재단


이번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윤이상의 곡이 많이 연주된다. 개막공연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보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1981),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모음곡',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를 선보인다. '광주여 영원히'는 5·18민주화운동에서 비롯된 곡이다. 그밖에도 다양한 연주자를 통해 윤이상의 '바라'(1960), '노래'(1964), 실내교향곡 2번 '자유에의 헌정'(1989) 등 많은 곡이 선보여질 예정이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악보가 미출판된 곡인 '낙동강의 시'가 이번 음악제에서 세계 초연된다는 것이다. 윤이상이 한국에서 활동하던 시절에 남긴 관현악 모음곡인 이 곡은 그가 1950년대에 부산에서 작곡해 유학을 떠난 후 파리에서 완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낙동강 유역의 부산에서 음악교사를 지낸 적 있는 윤이상은 전쟁 중 남북이 격전을 벌였던 낙동강의 당시 상황을 비극적 정서로 곡에 담았다.

이번 2018 통영국제음악제에선 평창올림픽의 개막식에서 노래한 소프라노 황수미가 보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를 꾸민다. 또한,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스타 연주자로 급부상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리사이틀도 준비돼 있다.

통영국제음악제 2018 통영국제음악제를 앞두고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독일문화원에서 올해 음악제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 통영국제음악제 기자간담회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독일문화원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현장. (왼쪽부터) 통영국제음악제 기획팀장 김소현,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 플로리안 라임, 참여 아티스트 박민희, 예술기획본부장 이용민. ⓒ 통영국제음악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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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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