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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어준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다음날 청원글은 장난이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어준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다음날 청원글은 장난이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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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씨로부터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25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딴지일보에서 일했다가 김어준씨로부터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청원 1: 2월 25일>
안녕하세요.
저는 딴지일보에서 일을 했습니다.
딴지일보 김어준씨 한테 성추행,성폭행 당했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청와대에다가 올립니다.
#미투 #with you
김어준씨는 성 관련된 말을 많이 하고, 여자 앞에서 섹스,섹스 라는 용어를 말합니다.
이런한 사실을 폭로하면, 큰 피해를 준다고 합니다.
김어준씨, 성범죄로 고소하고 싶습니다.


김어준씨를 성범죄자로 고소하고 싶다는 글은 신빙성이 의심될 정도로 조잡한 글이었지만 참여자가 2600명이 넘었고,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사이트 등에서 공유됐습니다.
다음날인 26일 동일 인물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김어준씨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김어준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올린 청원 글이 장난이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청원 2(사과):2월 26일>
김어준씨 죄송합니다.
딴지일보 김어준 성추행 당한 청원 글
청와대 관계자님 ㅠ 삭제해주세요. ㅠ
그리고 김어준씨 죄송합니다.장난으로 올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장난으로 김어준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던 작성자는 재차 글의 삭제를 요구합니다. 동의 글도 쓰지 말아 달라고 요청합니다.

<청원3(삭제요청):2월26일>
김어준 성추행 청원글, 장난으로 썼습니다. 죄송합니다.
장난으로 ㅠㅠ 죄송합니다.
동의 글 쓰지말아주세요 ㅠ 죄송합니다.
삭제 좀 해주세요 ㅠ


김어준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무고죄로 처벌해야 한다'라는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실제로 이 글의 작성자는 명예훼손 내지는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거짓 성추행 주장은 미투 운동을 흔든다'

성적인 피해를 당했다고 고백하는 미투운동은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감춰뒀던 상처를 다시 꺼내 또다시 아픔을 겪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힘겹게 용기를 내 성범죄 사실을 고백했는데, 자신의 말을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면 더 큰 상처를 받게 됩니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거짓 글이 난무할수록 사람들은 진짜 피해자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게 됩니다. 무조건 의심의 눈길을 보냅니다.

실제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 글이나 인터뷰가 올라오면 일단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누군가는 장난으로 올린 글이지만, 고통을 버티며 살아온 피해자들을 '양치기 소년'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또한,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흔들 수도 있습니다.

'거짓과 성범죄는 강력한 처벌을, 피해자는 보호해야'

성범죄 피해자가 아님에도 거짓말을 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실제로 멀쩡한 사람을 성범죄자로 만드는 일도 벌어집니다.

이런 문제도 심각하지만, 피해자의 고백을 무시하거나 가해자 중심의 사회적 분위기도 2차 피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아프리카 남수단으로 선교 봉사를 했던 여성이 신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는 고백이 나왔습니다. 소속된 교구에서 사죄의 글이 홈페이지에 게시됐고, 가해자는 사죄하려고 했지만 피해자가 버틴다는 식으로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피해 입은 여성은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는데 사죄하면 모든 일이 원만하게 해결될까요? 그저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묻힐 수 있다고 믿는 걸까요?

김어준씨의 미투 관련 발언과 이를 반박하는 금태섭 의원의 페이스북 글이 계속 논란에 논란을 더하고 있습니다. 연속된 사건 속에서 진짜 미투 운동의 본질은 이미 사람들의 머리에서 하나씩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거짓과 성범죄는 모두 강력하게 처벌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지금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는 어떤 상황에 있는지, 그들이 제대로 보호받는지 여부입니다.
'불쌍하다', '안타깝다', '분노한다'는 말로 끝낸다면 그저 말에 불과합니다. 우리 사회 속에 성범죄 관련 피해자를 보호하고,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김어준, #성추행, #미투운동, #피해자,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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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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