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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이 25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리고 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선전부장)이 앞줄에 앉은 이방카 트럼프 미국 백악관 보좌관을 쳐다보고 있다.
▲ 이방카 바라보는 김영철 2018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이 25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리고 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선전부장)이 앞줄에 앉은 이방카 트럼프 미국 백악관 보좌관을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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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26일 오전 9시 17분]

"미국과 대화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남한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25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이 그동안 "미국이 대북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미국과의 대화는 없다"고 수차례 공언해왔다는 점에서 대단히 큰 변화다.

이는 약 2주 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북한 초청 의사를 전달한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이 조속히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 데 대한 답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2일, 귀환한 김여정 부부장으로 관련 보고를 받은 뒤 '향후 북남관계 개선 발전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해당 부문에서 이를 위한 실무적 대책을 세우라는 '강령적인 지시'를 한 바 있다.

북에서 이 '강령적인 지시'를 수행해야 할 책임자가 바로 통일전선부장으로, 대남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김영철이다. 그가 직접 문 대통령에게 미국과 대화할 '충분'한 의사가 있다고 화답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의 비핵화 대화와 남북 대화가 별도로 갈 수 없다"고 한 것에 대해 김영철 부위원장이 동의 의사를 밝힌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북은 전통적으로 '핵문제와 남북관계는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3차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며 '북핵문제 진전을 위한 북미대화'를 그 '여건'으로 제시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이 부응하는 모양새다.

북에 대화 촉구한 틸러슨에 대해서도 응답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악수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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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난 19일 "외교 수장으로서 나의 일은 우리가 채널을 열어놓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 반드시 알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당신(북한)이 나에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를 귀 기울이고 있다"고 했던 틸러슨 미 국무장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틸러슨 장관은 북에 대한 지속적 압박을 강조하는 한편 김정은 위원장을 "우리가 외교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일해야 할 사람"이라며 대화를 강조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대화'는 현재로서는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수준의 '본 대화'가 아니라 조건 없이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탐색적 대화'를 말한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김 부위원장의 이 발언과 아울러 북측 대표단에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이 함께 왔다는 것까지 틸러슨 장관 발언에 대한 화답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의 발언은 하루 전 미국 재무부가 북한과 중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 파나마 등 국적·등록·기항 선박 28척과 해운사 등 기업 27곳, 개인 1명 등 총 56개 대상에 대한 포괄적 '해상차단'(maritime interdiction) 조치를 취한 것과 비교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상최대 대북제재"라며 이같은 조치를 취했음에도 통상적인 격한 반응과는 달리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을 방문 중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 측과 북측 대표단의 접촉 여부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북한 대표단에는 최강일 부국장이, 미국 대표단에는 백악관에서 남북한 문제를 실무적으로 담당하는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참여하고 있어 접촉을 위한 '인적 준비'는 갖춰진 상태다.

그러나 미국 측이 접촉 가능성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현재 북은 대화하겠다는 것이고 미국이 거부하겠다는 모양새인데, 미국이 계속 이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때문에 '탐색적 대화' 정도는 당장 이번이 아니어도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탐색적 대화' 이후 2가지 장애물

'탐색적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여전히 두 가지의 큰 장애물이 있다.

하나는 미국의 정책적 혼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대북 압박을 강조하면서 군사 옵션 가능성을 거론하는 반면, 틸러슨 국무장관은 확실하게 대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전략적 역할 분담이라는 시각은 지금은 사라졌다. 같은 날 거의 동시에 양측 입장이 나오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김준형 교수는 "'굿캅 배드캅 전략'이 아닌 혼란 상황으로 봐야 한다. '지금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는 우물에서 숭늉 찾기'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의 3차 정상회담 제안 이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통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이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전화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압박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하면서, 미국이 내부 혼선을 정리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하나는 북한이 '탐색적 대화'를 넘어 본대화가 이뤄질 때, 한미와 북한 사이에 어떤 접점을 만들어내는 점이다. 이를 위해 '중재'를 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대북 특사 등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정확한 진의를 파악해 내는 게 중요하다.

외교안보라인 전직 고위 관계자는 "우리쪽 인사가 가서 김정은 위원장과 오랜 대화를 하다보면, 핵 문제 진전을 위한 단서 한두 개 정도를 갖고 오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그:#김영철 통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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