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이루려고 하면 해내던 성격…배짱이 좋다"

이상호 은메달 '엄지척' 24일 강원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남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한국의 이상호가 은메달을 차지, 시상대에서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이상호 은메달 '엄지척' 24일 강원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남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한국의 이상호가 은메달을 차지, 시상대에서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평창=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한국 스키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이상호(23)의 아버지 이차원 씨는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차분하고 느리게 말은 이어갔지만, 그의 얼굴에는 눈물이 말라붙은 자국이 선명했다.

이상호는 24일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경기 내내 목놓아 아들의 이름을 불렀던 이차원 씨는 인형 세리머니가 끝난 뒤 "오늘 은메달은 상호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각 분야 전문가가 밤새 매달린 덕분이다. 그리고 응원해주신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상호의 별명은 잘 알려졌다시피 '배추 보이'다.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에서 자란 이상호는 고랭지 배추밭에서 스노보드를 타면서 올림픽 메달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차원 씨는 "상호의 소질이 어디까지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보드를 타는 걸 좋아했을 뿐"이라며 "아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도 상호는 자신만만했다. 상호가 자신감을 유지한 것도 각 분야 전문가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상호는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스노보드를 탔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한국 스키종목에서 메달을 딴 경험이 있는 선수가 없다 보니,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스노보드가 되겠느냐'고 냉담한 시선을 보내던 사람도 있었다.

지난 시간을 떠올리다 감정이 북받친 듯 이차원 씨의 눈시울은 점점 붉어졌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배추밭에서 여기까지 온 세월이 생각났다. '과연 이런 날이 올까' 생각도 했다. 남들이 무시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결국 아들과 저의 판단이 옳았다.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이상호는 4강에서 얀 코시르(슬로베니아)와 경기에서 중반까지 0.16초 차로 뒤지다가 막판 스퍼트로 0.01초 차로 결승 티켓을 얻었다.

이차원 씨는 "다들 질 거로 생각했다. 전광판을 보니 속도 낼 포인트를 찾더라. 순간적으로 '되겠다' 싶었다"면서 "금메달을 못 따서 아쉽지만, 아직 어리니 다음 기회도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본 아들의 성격은 어떨까.

이차원 씨는 "굉장히 꼼꼼하고 이루려고 하면 해낸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배짱도 좋다. 그리고 하나씩 챙겨가면서 (자신이) 얘기한 것에 대한 결과를 꼭 얻는다"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가 끝난 뒤 이상호를 어릴 때부터 지도한 이상헌 코치가 이차원 씨를 찾아왔다.

이상헌 코치는 "아들을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이차원 씨는 "잘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부둥켜안았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키워내고 길러낸 두 남자의 눈에는 다시 눈물이 맺혔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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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배추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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