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길었던 2018 KBO리그 FA 시장이 드디어 문을 닫았다. 해외리그에서 FA 자격을 얻어서 KBO리그 구단으로 왔던 선수들까지 합하여 모두 20명이 KBO리그 FA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그 20명 모두가 계약을 이뤄내지는 못하면서 모두가 행복하진 못했던 시장이 됐다.

매년 FA시장마다 벌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여전했던 탓이었다. 나이 서른 전후로 선수 기량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정상급 선수들은 원 소속 팀에서도 최고의 대우를 해주며 재계약하거나 다른 팀에서 최고의 대우를 해주며 대형 계약을 이끌어냈지만, 그 이외의 선수들은 협상이 길어지면서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사인만 하고 바로 트레이드된 선수도 2명이나 됐다. 스프링 캠프가 시작되고 나서야 계약을 체결한 선수도 있었으며, 끝내 팀을 찾지 못한 '미아' 선수도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행복했던 겨울,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찾아주지 않는 현실을 뼈저리게 체감한 겨울이었다. 마지막까지 시장에 남아있던 외야수 이우민은 끝내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한 채 은퇴를 선언했다.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대박 이끌어낸 '빅5'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큰 계약을 이끌어낸 5명의 선수들은 최소 규모가 80억 원이었다. 정상급 포수 강민호가 이전 소속 팀 롯데 자이언츠와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결국 다른 팀과 협상을 진행했고, 삼성 라이온즈와 4년 80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강민호를 붙잡지 않은 롯데는 두산 베어스에서 FA로 풀린 외야수 민병헌을 4년 80억 원 계약으로 영입했다.

국내파 FA 선수들 중에서 가장 큰 계약을 이끌어낸 선수는 외야수 손아섭이었다. 손아섭은 2015년 겨울 프리미어 12가 끝난 뒤 황재균과 더불어 포스팅 시스템에 도전,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한 적도 있었다. 1년 전 FA 계약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황재균처럼 손아섭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할 것처럼 보였으나 결국 4년 98억 원으로 롯데와 재계약했다.

롯데, 손아섭과 FA 계약 롯데 자이언츠가 내부 자유계약선수인 외야수 손아섭과 4년 총액 98억원 조건으로 계약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롯데, 손아섭과 FA 계약 롯데 자이언츠가 내부 자유계약선수인 외야수 손아섭과 4년 총액 98억원 조건으로 계약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롯데 자이언츠 제공


나머지 2명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KBO리그로 돌아온 복귀파 선수들이었다. 손아섭과 함께 포스팅 시스템 무응찰의 시련을 겪었으나 FA 계약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내야수 황재균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스프링 캠프 초청 선수로 시작하여 잠시나마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시즌 막판 40인 메이저리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KBO리그 복귀를 선택했고, kt 위즈와 4년 88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2년 계약을 체결했던 외야수 김현수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하며 2년 동안 풀 타임 메이저리그 선수로 뛰었다. 그러나 2017년 김현수는 오리올스 외야에서 점점 존재감이 줄어들었고, 결국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젊은 외야수들의 뒤를 받쳐주는 4번째 외야수로 시즌을 마쳤다.

FA 시장에서 여러 가지 방향을 두고 고민하던 김현수는 친정 팀 두산 베어스와 같은 경기장을 사용하는 이웃 팀 LG 트윈스와 4년 115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해 FA 시장에서 롯데와 4년 150억 원 계약을 체결했던 이대호 다음 가는 역대 2번째 규모의 계약이었다.

나름 가치 인정받고 계약한 선수들의 상황은?

'빅5'를 제외한 선수들 중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은 베테랑 내야수 정근우였다. 비록 협상이 길었지만, 정근우는 원 소속 팀 한화 이글스와 2+1년 35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마지막 3년째 계약 실행 여부가 2년 동안의 활약에 따라 달려 있는 불완전 3년이지만, 지난 4년 동안 한화에서 가장 많이 출전했던 내구성을 인정받은 계약이었다.

한화 마운드에서 궂은 일들을 도맡아 했던 안영명(2년 12억 원)과 박정진(2년 7억 5천만 원)도 재계약을 체결했다. 선수단 전체가 부상병동으로 신음했던 한화(단장 박종훈)는 선수 한 명이 소중한 상황이었고, FA 시장에 나왔던 소속 팀 선수 3명을 모두 붙잡는데 성공했다.

챔피언 KIA 타이거즈 타선에서 한 축을 맡았던 베테랑 외야수 김주찬도 재계약에 성공했다. 역시 2+1년 27억 원 계약으로, 3년째 계약 실행 여부는 2년 동안의 활약에 따라 달려 있다. 30대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김주찬은 부상 위험이 큰 무리한 주루를 자제하는 대신 타격에 집중하면서 가치를 다시 한 번 끌어올렸다. 김주찬처럼 소속 팀에서 혼자 FA로 나왔던 외야수 정의윤 역시 SK 와이번스와 4년 29억 원 재계약에 성공했다.

FA 선수가 5명이나 나왔던 롯데 자이언츠는 상황이 좀 복잡했다. 강민호를 붙잡지 않았고, 대신 같은 가격으로 외야수 민병헌을 영입한 가운데, 손아섭과 문규현만 재계약을 체결했다. 내야수 문규현 역시 2+1년 10억 원 계약으로 3년째 계약 실행 여부가 2년 동안의 활약에 따라 달려 있다.

NC 다이노스의 FA 선수 3명도 모두 재계약했다. 내야수 손시헌(2년 15억 원)과 지석훈(2년 6억 원) 그리고 외야수 이종욱(1년 5억 원)까지 3명이 모두 협상 시간은 조금 길었으나 큰 문제 없이 재계약했다. 두산 베어스의 구원투수 김승회도 1+1년 3억 원에 재계약을 체결했으며, 삼성 라이온즈의 구원투수 권오준 역시 2년 6억 원에 재계약했다.

선수 생활 연장이 절실했던 선수들

외야수 이대형은 FA를 앞둔 마지막 시즌에 수비 도중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 2017년 8월에 시즌을 접었고,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을 받았기 때문에 최소 1년의 재활이 필요하다. 2018년 전반기를 뛸 수 없다는 점으로 인해 이대형은 FA 시장에서 가치가 높지 않았다. 결국 이대형은 kt와 2년 4억원에 재계약했는데, 2018년이 재활 시즌인 점을 감안하면 제대로 뛸 수 있는 시간은 1년을 조금 넘는다.

넥센 히어로즈에서 FA로 나왔던 내야수 채태인도 시장에서 그렇게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결국 사인 & 트레이드 형식으로 일단 넥센과 계약을 체결한 뒤 롯데로 트레이드되었다. 1+1년 10억 원 규모의 계약으로 채태인은 일단 롯데에서 선수로 뛸 기회를 이어가게 됐다.

지명타자 최준석은 더 간절했다. 두산 베어스에 있을 때보다 롯데에서 뛸 때 출전 기회는 더 많이 얻었고, 커리어 하이 시즌도 만들었던 최준석이었다. 그러나 4년 계약 후반부에 이르러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선구안과 파워에는 뛰어났으나, 너무나 느린 주루 플레이 때문에 자신도 2루타를 많이 만들지 못했고, 최준석 뒤에서 뛰는 주자들까지도 그 손해가 컸다.

이 때문에 FA 시장에서 최준석을 찾는 팀은 없었다. 선수로서 뛰는 것이 절실했던 최준석을 본 김경문 감독이 그를 품기로 했고, 결국 사인 & 트레이드 형식의 계약으로 NC에서 기회를 얻게 됐다. 5500만 원이라는 계약 규모보다 최준석에게는 기회가 더 소중했고, 최준석은 지명타자 자리가 굳건한 NC에서 보다 많은 역할을 하기 위해 체중 감량과 함께 1루 수비까지 연습하고 있다.

혼자 남은 이우민, 지도자로 시작하는 제 2의 인생

최준석이 가까스로 팀을 찾으면서 FA시장에는 외야수 이우민이 혼자 남았다. 최준석이 계약을 하지 못할 때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던 것과 달리 이우민에게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 동안 롯데의 좌익수 자리가 취약했기에 이우민이 꾸준히 선수로 뛸 수 있었지만, 롯데가 FA시장에서 민병헌을 영입하면서 이우민의 자리가 사라졌다.

타율 2할 대 중반에 30대 후반인 외야수 이우민을 찾는 팀은 아무도 없었다. FA를 선언하지 않을 경우 보호선수 20명에서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서 FA를 선언했는데, 다른 팀에서는 그를 찾지 않았고 롯데에서는 그에게 코치 자리를 제안했던 상황이었다. 선수 생활 연장을 위해 FA 시장에 나왔지만 결국 이우민은 냉혹한 현실을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되어 방출된 베테랑 내야수 정성훈도 김기태 감독이 품으면서 고향 팀 KIA 타이거즈로 가게 됐다. 그러나 정성훈은 현재 KBO리그 역대 최다 출전 기록에서 공동 1위(2135경기, 양준혁과 동률)에 올라 있어 대기록 수립 과정에 있기라도 하지만, 이우민은 그런 대기록과도 거리가 먼 선수였다.

그래도 이우민은 최근 하체를 활용하여 타격 능력이 향상되었고, 아직 선수로 더 뛸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FA시장에 나왔다. 스프링 캠프가 시작되었고, 1차 캠프가 종료된 팀도 있었지만 끝내 이우민은 팀을 찾지 못했다. 결국 이우민은 은퇴를 선언하면서 17년 동안 롯데 한 팀에서만 뛴 선수로 남게 되었다.

이우민은 대타, 대주자, 대수비 등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 선수였다. 그러나 베테랑보다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최근 리그의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이러한 교체 요원들도 젊은 후보 선수들에게 역할이 맡겨지는 상황이었다.

이우민은 선후배 동료들이 이끌고 있던 아마추어 팀에서 개인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으나 결국 은퇴하고 지도자 수업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성적은 1003경기 출전에 타율 0.233 433안타 15홈런 168타점 56도루 275득점이었다.

최종 협상 기한이 폐지되면서 FA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길었다. 최준석은 스프링 캠프가 시작되고 나서야 팀을 찾았고, 이우민은 끝내 팀을 찾지 못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이 최종 결렬된 오승환(마무리투수)의 경우 메이저리그에서는 FA 자격이지만, KBO리그에서는 FA 자격이 아니기에 FA시장은 사실상 종료 분위기로 본다.

4년 계약을 보장받은 선수는 20명 중 6명에 불과했으며, 노장 선수들의 대부분은 1~2년의 짧은 계약을 체결했다. 사실상 은퇴 준비 기간으로 보이는 계약 조건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다음 시즌이 끝난 뒤 열릴 시장에서 그 차이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다음 시즌 FA 자격을 갖는 선수들이 얼마나 권리를 행사할지 그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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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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