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도핑파문을 일으켜 충격을 준 러시아가 최악의 성적으로 평창을 마감하게 됐다. 동계스포츠 5강이라는 영예도 과거에 불과하다.

주경기장 앞 러시아 국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조직적 도핑 스캔들을 일으킨 러시아 국가 선수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금지한 소식이 알려진 7일 오전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주경기장 앞에 설치된 참가국 국기봉에서 러시아 국기(왼쪽)가 펄럭이고 있다.

▲ 주경기장 앞 러시아 국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조직적 도핑 스캔들을 일으킨 러시아 국가 선수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금지한 소식이 알려진 지난 2017년 12월 7일 오전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주경기장 앞에 설치된 참가국 국기봉에서 러시아 국기(왼쪽)가 펄럭이고 있다. ⓒ 연합뉴스


러시아(OAR)은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을 하루 앞둔 24일 오전까지 종합 15위(금메달 1개, 은메달 5개, 동메달 8개)에 머물고 있다. 이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와 맞먹는 최악의 성적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징계를 받아 도핑 검사를 통과한 깨끗한 선수만이 개인 자격으로 평창 출전이 가능했던 러시아는 결국 처참한 성적을 내고 말았다.

평창에서도 또 '도핑 의혹' 제기된 러시아

러시아의 징계는 국제 스포츠계에서 자국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물론 해당 선수들에게는 상당히 불명예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결과는 자국 내에서 불법적으로 금지약물을 투여해 발생한 것이기에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다. 공정해야 하는 스포츠 경기에서 불합리한 처사를 초래했기 때문아다.

그러나 러시아는 평창에서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계속해서 도핑 의혹을 받고 있다. 먼저 나온 것은 컬링 믹스더블 종목이다. 이 종목 동메달 리스트인 알렉산더 크루셸니츠키(26)가 도핑 샘플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의 샘플에서 발견된 성분은 멜도니움이었고, A와 B 두 개 샘플에서 모두 발견됐다.

크루셸니츠키는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을 통해 성명을 내고 반도핑 규정 위반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출석해 해명할 권리도 포기하겠다"면서 "의미 없는 싸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그는 동메달도 반납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고의성만은 없었다며 꾸준한 노력과 훈련으로 동메달을 획득한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의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스포츠 전문지 '스포르트-엑스프레스'는 여자 봅슬레이 2인승 선수였던 나데즈다 세르게예바(30)가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세르게예바는 평창에서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러시아 봅슬레이·스켈레톤 연맹 회장 알렉산드르 주브코프는 세르게예바의 도핑 검사 결과와 관련해 "지난 13일 테스트에서는 샘플이 깨끗했으나, 닷새 뒤 샘플에서는 뭔가가 발견됐다"고만 밝히며 상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했다.

매너도 진 러시아

이번 대회에서 러시아 선수는 물론 관중들도 소치 동계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이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10일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임효준(22·한국체대), 싱키 크네흐트(네덜란드)에 이어 3위로 들어와 동메달을 가져간 세멘 엘리스트라토프는 시상식 직후 "이곳에 오지 못한 선수들에게 바친다"며 "가혹하고 불공평한 처사"라며 노골적으로 IOC를 겨냥해 불만을 드러냈다. 거시아 쇼트트랙은 이번 도핑 파문으로 남자 선수는 단 3명이 평창에 참가해, 최소 4명이 있어야 하는 계주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또한 대표적인 선수인 빅토르 안도 도핑 의혹에 연루돼 평창행이 좌절되기도 했다,

23일 피겨 여자싱글에서 자국의 첫 메달을 획득한 알리나 자기토바는 시상식에서 올림픽 찬가가 연주되자 줄곧 입을 삐죽 내미는 태도를 보이며, 자신의 국가가 울리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러시아 관중들은 피겨스케이팅 경기에서 비신사적인 태도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일반적으로 피겨스케이팅의 경우 경기 시작 전과 다음 선수가 나올 때는 응원을 중지하는 것이 매너다. 그러나 러시아 관중들은 오로지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결과가 발표되고 난 후 다음 선수가 링크 위에서 몸을 풀고 있을 때도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는 등 경기 지연을 초래했다.

이미 이들은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무례한 태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바 있다. 당시 러시아는 피겨 경기장에서 소음이 심한 응원도구를 사용하는가 하면, 선수들이 점프를 시도하려고 할 때마다 소리를 지르는 등 위험한 행동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한편 러시아 올림픽 위원회는 23일 성명을 통해 "조직적 도핑을 주도한 것에 대한 벌금 1500만 달러(약 162억 원)를 완납했다며 자격정지 해제를 위한 재정적인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밝혔다. 현재 IOC는 25일에 열리는 폐막식에서 러시아가 국기를 들고 입장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수많은 도핑 문제로 전 세계 모든 스포츠 선수들에게 아픔을 줬다.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함에도 오히려 당당한 태도로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처벌을 받은 선수들에게 유감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세계적인 동계스포츠 강국으로 꼽혔던 러시아지만 평창에서는 과거의 영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성적은 물론 선수와 관중들의 태도에서도 아쉬운 모습만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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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러시아 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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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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