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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도쿄에 있는 '케이센(惠泉)여학원 대학' 학생 14명이 아산 설화산(아산시 배방읍 중리 산86-1번지 일대) 폐금광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일본 도쿄에 있는 '케이센(惠泉)여학원 대학' 학생 14명이 아산 설화산(아산시 배방읍 중리 산86-1번지 일대) 폐금광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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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일본 대학생들이 아산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해 한국의 역사를 온몸으로 체감했다.

23일 아산 설화산 유해발굴 현장. 일본 도쿄에 있는 한 여대학에 재학중인 12명이 아산 민간인 유해발굴 현장을 찾았다.

아산시와 한국전쟁기민간인학살 유해발굴공동조사단은 지난 22일부터 설화산(아산시 배방읍 중리 산86-1번지 일대) 폐금광에서 유해발굴을 벌이고 있다. 이곳에는 1951년 1월께 부역 혐의로 불법 총살 당한 대략 200~300명의 시신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 대학생들은 작정한 듯 직업복 차림에 목장갑을 끼고 호미를 들었다. 유해발굴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서다. 전날에는 아산에 도착해 밤늦게까지 학살 사건에 대해 선행 학습을 하는 열의를 보였다.

때문인지 현장에 도착한 이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배어 있었다. 이날 이들에게는 암매장지에서 파낸 흙더미를 헤집어 유해를 골라내는 일을 맡겼다. 이들은 가파른 산자락 흙더미 앞에 나란히 일렬로 늘어서 밭을 일구듯 조심스럽게 흙더미를 다뤘다. 오래지 않아 여기저기에 다리뼈와 팔뼈 등 희생자 유해가 드러났다.

 일본 도쿄에 있는 '케이센(惠泉)여학원 대학' 학생 14명이 아산 설화산(아산시 배방읍 중리 산86-1번지 일대) 폐금광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일본 도쿄에 있는 '케이센(惠泉)여학원 대학' 학생 14명이 아산 설화산(아산시 배방읍 중리 산86-1번지 일대) 폐금광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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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학생들은 사람의 뼈를 처음 접하면서도 누구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나카무라(26)씨는 "현장에 처음 들어설 때는 긴장했지만, 막상 유해를 접하니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며 "냉전 시대 국가폭력에 의한 억울한 희생자라는 사건의 실체를 잘 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일본의 한국을 강제로 침탈한 여파로 분단과 전쟁이 일어나 희생됐다는 생각에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으로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학생(29)도 "현장을 오면서 정겹고 평화로운 시골풍경을 접하다 유해를 대하니 한국의 산천마다 아픈 역사가 숨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이들의 죽음 뒤에 일본이라는 국가가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이날 점심시간을 뒤로 미루며 힘을 보태기 위해 애썼다. 한 학생은 유해를 보며 두 손을 모아 추모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20일 '동아시아 역사 필드스터디' 프로그램으로 '분단과 통일', '국가폭력'이라는 키워드를 들고 한국을 방문했다. 첫 방문지는 판문점과 DMZ와 통일전망대였다.

 '일본 '케이센(惠泉)여학원 대학' 학생들과 유해발굴공동조사단이 기념쵤영을 하고 있다.
 '일본 '케이센(惠泉)여학원 대학' 학생들과 유해발굴공동조사단이 기념쵤영을 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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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씨는 "DMZ에는 분단이 있었지만, 한국의 시민들에게서 평창올림픽 등 평화의 기운을 느꼈다"며 "남북이 꼭 평화통일을 이뤄 동아시아 평화에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에 관심이 많은 그는 대학에서 일본 언론이 광주민주화항쟁을 어떻게 보도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들은 23일 다음 목적지인 홍콩과 마카오로 떠난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과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를 각각 찾아 식민지 시대 무슨 일이 있었고, 해당 국가의 시민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어떤 움직임일 보였는지를 체험하기 위해서다.

약 1600여 명이 재학 중인 이 대학은 전 학생이 밭을 일구고 원예작물을 기르며 땅과 생명의 존엄성을 체득하고 있다. 또 수년째 동아시아를 직접 돌며 역사를 배우는 '동아시아 역사 필드스터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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