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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목숨 끊은 대형쇼핑몰 노동자

요즘 늘어난 걱정이 하나 있다. 바로 미세먼지이다. 그럴 때면 야외활동보다 실내를 더 선호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대형쇼핑몰을 익숙하게 찾게 된다. 깨끗하고 쾌적하고, 배가 고프면 금방 음식도 사먹을 수 있고, 영화, 도서, 오락 등을 즐길 수 있도록 요즘의 대형쇼핑몰은 더욱 커지고 화려하다.

그런 대형쇼핑몰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19일 오전 스타필드 고양점 재고창고에서 한 아동복 브랜드의 점포 매니저이자 업주인 A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A씨는 20일 낮 결국 사망했다.

A씨가 근무했던 스타필드 고양점은 신세계 그룹에서 경영하는 대형 복합쇼핑몰 브랜드로 작년 8월 26일 개장했다. 연면적 36만4000m²(11만300평) 규모로 축구장 10개 크기에 달하며 입점 브랜드 560개, 식당만 100여 개뿐만 아니라 체험시설까지 운영한다. 개장 첫날에는 무려 10만 명이 방문했을 정도다.

 대형쇼핑몰에는 수많은 상품, 사람, 노동자들이 오고간다
 대형쇼핑몰에는 수많은 상품, 사람, 노동자들이 오고간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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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다룬 <한겨레>는 A씨 동료를 인터뷰했다. 그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제대로 쉬지 못해서 많이 힘들어했다고 한다. 실제 스타필드는 연중무휴 영업방침을 세웠고 매일 오전10시부터 밤 10시까지 오픈한다. 그런 조건에서 A씨는 본인 외 1명의 직원과 함께 아동복 매장을 운영했다. 직원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5일, 하루 8시간씩 근무했지만 A씨는 아니었다. 매일 매장에 나왔고 숨지기 전 6개월 동안 쉰 날은 3일 남짓이었다. 매장에만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매장 연락을 계속 받았다고 했다.

장시간 노동과 과로에 더해 A씨는 경영악화로 압박을 받았다. 매일 나가서 힘들게 일했지만 매장 상황은 악화되어 올해 들어 직원 월급을 주지 못했다. 숨지기 직전 주말 A씨는 직원에게 못준 월급을 주기 위해 개인 돈을 헐어야겠다고 했고, 은행에 간다고 했던 월요일 아침 매장 창고에서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자 했다. 하지만 신세계와 브랜드 본사는 그 어떤 책임도 없다며 고인의 죽음을 외면하고 있다.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의 장시간 과로 문제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스타필드. 고객도 365일 언제나 방문한다는 것, 이것은 노동자가 쉬는 날 없이 365일 매일 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24시간 운영되던 대형마트의 경우 2012년부터 의무휴업일 지정과 영업시간을 규제를 받아 현재는 한 달에 최소 2번은 쉬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최소'한으로 이뤄지고 있고 새벽에만 운영을 안할 뿐이지, 영업 종료 시간은 밤 11시, 12시에 달한다.

실제 대형마트 계산·판촉판매직, 백화점 직영노동자, 백화점 입점협력업체 노동자, 대형마트 입점혁력업체 노동자, 유통 문구판매직, 유통 방문판매직 등 유통 서비스 노동자 2204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실태조사 결과(17년 12월13일 발표)를 살펴보면 이들의 주당 노동시간은 43.3시간이었다. 52시간 이상 일하는 비율은 16.3%로 3명 중 2명이 '일과 삶의 불균형'을 호소했다.

법정노동시간이 주40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주말, 휴일, 야간에 근무하는 것도 큰 문제다. 유통업 노동자의 휴무일은 한 달 평균 8.4일이었지만 주말 휴무일은 단 3일에 그친다. 주말과 휴일에도 쉴 수 있도록 적정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사회적 관계가 단절이 되더라도 주말에 일을 하러 나와야 한다. 최근 워라벨(Work-Life Balance)처럼 일과 삶의 균형을 직장 선택, 만족도의 중요한 가치 기준으로 세우는 사회적 요구와 매우 상반된 처지에 놓여있는 것이다. 

유통 서비스 업계에서 장시간 노동이 강제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윤 확보를 위한 인력 부족과 사측의 자본 중심적 운영방침 등을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 업체들은 365일 연중무휴 운영이 마치 시민의 편의를 위한 것처럼 얘기한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유통서비스 산업 노동자의 상당수가 비정규직인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불안정한 고용형태의 노동자를 대규모로 고용하여 저임금을 지급하고, 장시간 일하게 하지만 적정한 노동강도를 보장하지 않고 소규모 인력으로 쉬는 시간과 휴게 공간 없이 일을 해야만 하는 조건에 처해있는 이들이 바로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이다.

당연히 장시간 노동과 격무에 시달리는 대형마트, 백화점, 대형쇼핑몰 등에서 일하는 유통서비스 노동자의 몸과 삶은 건강할 수가 없다. 정상적인 생체리듬은 깨지고 방해받아 여러 증상과 질병이 생긴다. 가장 흔한 것이 우울과 불안, 규칙적 식사를 하지 못해 발생하는 소화기관 문제다. 특히, 고객과 대면접촉을 해야 하는 유통서비스 노동자의 경우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히 높다. 피로도가 높아져 각종 위험사고에 노출되고, 가족, 친구, 동료 등 사회적 관계도 단절되기 쉽다. 야간노동을 할 경우에는 뇌심혈관계질환과 암 등에 걸릴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이 같은 장시간 노동과 스트레스, 열악한 노동환경은 노동자를 질병과 사고, 죽음에 가깝게 한다.

실제 이들이 겪는 흔한 직업병은 디스크, 족저근막염, 방광염, 하지정맥류 등으로 오랜 시간 동안 쉬지 못하고 서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걸린다. 이렇게 장시간 노동과 감정노동, 고용 불안정은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을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

노동자의 몸과 삶에 좋은 장시간 노동은 없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장시간 노동을 근절하자는 요구가 뜨겁다. 불안정한 조건에서 열악하게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병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위험한 사고에 시달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한기도 한다.

OECD 회원국 중 장시간 노동으로 1, 2위를 다투는 우리나라는 사실 2011년에 ILO(국제노동기구)의 주 40시간 노동협약을 비준했다. 이 협약은 '노동자가 근대산업의 특성인 급속한 기술적 진보의 혜택을 가능한 한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모든 종류의 노동에 있어서 노동시간을 가능한 한 단축하기 위하여 계속적 노력을 하고', '생활 수준이 저하되지 않는 방식으로 주 40시간제 원칙을 승인할 것'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근기법 59조 특례조항으로 무제한 연장노동을 오히려 정부가 적극 권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ILO의 주40시간제 원칙 협약을 비준했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다.

이런 협약 내용에 유통서비스 노동자 역시 당연히 포함된다. 어떤 노동자여도 자기 몸과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발전시킬 권리가 있다.

 노동자의 몸에 좋은 장시간노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자의 몸에 좋은 장시간노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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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3일 시민단체들과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등은 '노동자도, 점주도 설 명절 단 하루만이라도 함께 쉬자, 함께 살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미 영국, 호주, 뉴질랜드는 크리스마스, 부활절 등 명절에 준하는 공휴일엔 대형마트가 의무적으로 쉬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실제 이 나라에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경험에 비춰보면 다소 어색하긴 하지만, 충격받는 점이 바로 평일 밤이나 주말에 작은 상가부터 큰 쇼핑몰까지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같은 노동자로서 생각해보면 '쉴 권리'가 적극 보장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규제다. 우리나라 역시 충분히 시행할 수 있고, 또 시행해야만 하는 기준이다.

노동자의 몸과 삶에 좋은 장시간 노동은 없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도 노동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죽음을 멈춰야 한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고 우리 사회의 몫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나래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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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