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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접견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김여정과 악수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접견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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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자신의 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특사로 보낸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폐회식에는 대남업무를 총괄하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겸 당 부위원장을 파견하기로 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포함된 개회식 대표단과 역시 리선권 위원장이 참여하는 폐회식 대표단의 면면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의 '평창 구상'은 미국과의 접촉보다는 남북관계쪽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영철 파견'의 의미를 "그가 대남사업 책임자라는 점에서 당장은 미국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에 의미를 두겠다는 뜻"으로 분석했다

김여정-총론, 김영철-각론 담당

김여정 부부장은 특사로서 김 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의지에 대한 '총론'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친서를 전달했고,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 즉 3차 남북정상회담 제안도 전했다. 김여정 부부장이 귀환한 뒤 2주 뒤인 25일에 방남하는 김영철 부장은 이를 보완하는 각론 설명과 후속 조치 준비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방남과 관련해 지난 12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보도가 눈에 띈다. 김정은 위원장은 귀환한 김여정 부부장에게 관련 보고를 받고 "좋은 분위기를 더욱 승화시켜 훌륭한 결과들을 계속 쌓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북남관계 개선 발전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해당 부문에서 이를 위한 실무적 대책을 세우라는 '강령적인 지시'를 내렸다. (북에서 '강령적 지시'는 일반적인 명령보다 훨씬 강한 표현으로, 반드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북에서 '북남관계'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통전부라는 점에서, 그의 방남은 김정은 위원장의 '강령적인 지시'를 이행하기 위한 과정의 하나로 보인다.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통일부는 '천안함 사건 주범'논란이 있는 그를 수용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통전부장으로서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진전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책임 있는 인물",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관한 실질적인 대화와 협의가 가능한 상대"라고 평가했다.

김영철 방남, 김정은의 '강령적 지시' 수행 차원

김정은 위원장을 뺀 대남업무의 최고책임자로서 '조명균-리선권 장관급 회담', '김여정 등 고위급 대표단 파견', '평창올림픽 참가-예술단, 응원단 파견' 등 일련의 업무를 총괄지휘한 그가 이제 전면에 등장해 '김여정 특사 이후' 남북관계 국면을 이끌게 된 것이다.

통일부는 22일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행사 참석을 위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대표단을 2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파견하겠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3년 3월, 당시 군 정찰총국장 자격으로 조선중앙TV에 출연해 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통일부는 22일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행사 참석을 위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대표단을 2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파견하겠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3년 3월, 당시 군 정찰총국장 자격으로 조선중앙TV에 출연해 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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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가 김영철 부장의 방남이 "김여정 특사 귀환 이후 남북간 비공식 접촉에 따른 결과물"이라면서, 그의 파트너가 서훈 국가정보원장이라고 밝힌 데서 보이듯이 이후 국면은 '서훈-김영철'라인이 주도하게 될 전망이다.

그는 어떤 카드를 갖고 올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 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 초청 의사를 다시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조명균-리선권)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합의했던 군사당국회담개최 일정과 이산가족상봉 등 기타 인적 교류에 대해 구체적인 제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영철 부장의 방한 일정(25~27일)과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백악관 고문의 방한 일정(23~26일)이 겹치기는 하지만, 의미있는 만남은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이방카 보좌관 일행 중에, 2014년 11월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에 억류됐던 케네스 배 등 미국인 2명의 석방을 위해 방북했을 때 동참해 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을 만났던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포함돼 있어, 여지를 남기고 있다.

그러나 서울을 통해 미국으로 가겠다는 북한 구상이 성공하느냐 여부는 역시 북한 핵문제에 달렸다. "지금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기대는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이를 웅변한다.

북한이 최고위급 인사들을 연속으로 파견한다는 점에서 핵 문제에 대해 변화된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전통적으로 북은 핵문제는 미국과의 문제임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정성장 실장은 "북한이 두 차례나 고위급 대표단을 보낸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도 답방 형식으로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 남북정상회담과 북핵 문제 등 양국의 관심사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개시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태그:#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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