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의 최다빈이 연기하고 있다.

2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의 최다빈이 연기하고 있다. ⓒ 이희훈


'피겨 요정' 최다빈(18·수리고)이 써내는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첫 동계 아시안게임 금메달, 세계선수권 톱10에 이어 이번에는 '올림픽 톱10'이었다. 김연아 키즈가 해낸 가장 위대한 성과였다.

최다빈은 23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131,49점(기술점수 68.74점, 구성점수 62.75점)을 기록하며, 종전 자신의 개인 최고기록(128.45점)을 뛰어 넘었다. 최다빈은 쇼트프로그램 67.77점과 합쳐 총점 199.26점을 받아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최다빈은 평창에서 쇼트프로그램, 프리스케이팅, 총점 모두 개인 기록을 수립한 것은 물론 '피겨여왕' 김연아(28) 이후 올림픽 톱10을 해낸 최초의 선수로 남게 됐다.

최다빈, 미국-러시아 선수 모두 제쳤다

 2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의 최다빈이 연기하고 있다.

2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의 최다빈이 연기하고 있다. ⓒ 이희훈


 2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의 최다빈이 연기하고 있다.

2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의 최다빈이 연기하고 있다. ⓒ 이희훈


최다빈은 김연아가 소치를 끝으로 은퇴한 후 한국 피겨를 이끌어왔다. 주니어 시절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두 차례 동메달을 획득해 내며 서서히 국제대회에 알리기 시작한 그는 첫 세계 선수권에서는 감기 몸살 여파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선전해 14위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지난 시즌 그의 피겨 인생에 꽃이 활짝 폈다.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피겨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따내며 전 세계에 최다빈의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이어진 2017년 세계선수권에서는 10위에 이름을 올리며 평창에 한국 여자 피겨 선수 2명이 서게 했다. 여왕이 은퇴한 후 그를 동경하며 성장한 이들이 해낸 최고의 성과였다.

꿈의 무대였던 올림픽에서도 최다빈은 또 하나의 위대한 기록을 써냈다. 피겨 변방인 한국이 여왕이 은퇴하고 난 후에도 올림픽 톱10이라는 대기록을 해낸 것이다. 물론 최다빈의 성장세를 봤을 때 내심 이 기록을 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있었지만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특히 최다빈은 이번 대회에서 주요 선수 중 OAR(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 선수 1명과 미국 선수 3명을 제쳤다. 미국은 동계스포츠 5강 가운데 하나로 이번 대회에서 2006년 이후 침체기를 겪고 있는 여자 피겨를 살리기 위해 브래디 테넬, 미라이 나가수, 카렌 첸을 내보냈다.

그러나 이들 세 명은 모두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거푸 실수를 범하며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2010년 밴쿠버와 2014년 소치에서 여자선수들이 모두 4위에 그치며 '올림픽 4위 저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5위 이내 입성조차 실패해 처참한 성적을 내고 말았다.

최다빈 '김연아 이후 첫 톱10' 2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의 최다빈이 연기하고 있다.

▲ 최다빈 '김연아 이후 첫 톱10' 2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의 최다빈이 연기하고 있다. ⓒ 이희훈


반면 최다빈은 오로지 자신의 실력으로 이 모든 것을 해냈다. 매 대회마다 점프 실수가 없고 깨끗한 연기를 보여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재 피겨계에서는 점수 인플레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점프 성공률, 즉 컨시라고 말할 수 있다. 최다빈은 이 장점을 갖고 있는 선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연기를 해냈다.

'연아 키즈'들의 대약진, '역대 최고성적'

최다빈과 함께 경기를 펼친 김하늘도 프리스케이팅에서 완벽에 가까운 연기로 최고기록을 써내며 4대륙 선수권에 이어 한 달 만에 또다시 개인기록을 경신해 13위에 선전했다. 최다빈의 7위와 함께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성적이었다.

 2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의 김하늘이 연기하고 있다.

2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의 김하늘이 연기하고 있다. ⓒ 이희훈


평창은 한국 피겨에 여러모로 의미가 큰 대회였다. 밴쿠버와 소치에서 김연아는 후배들을 데리고 함께 올림픽에 나가 불모지에서 아름답고도 가장 압도적인 기적을 연출해 냈다. 그의 활약으로 전 세계가 아시아 피겨에 주목하게 됐고, 한국 피겨에는 재능을 갖춘 수 많은 선수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평창은 여왕에 뒤를 이어 이 꿈나무들이 본격적으로 올림픽을 밟는 첫 대회였다.

거기에서 보여준 최다빈과 김하늘의 무대는 어떠한 수식어로도 표현하지 못할 최고의 연기였다. 최다빈은 올 시즌 모친상, 부츠문제, 부상으로 삼중고를 겪은 아픔을 딛고 일어섰고, 김하늘은 A급 무대를 단 한 번만 치르고 곧바로 올림픽에 출전해 긴장감이 배가 됐지만 결국 이를 이겨냈다.

 2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의 김하늘이 연기하고 있다.

2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의 김하늘이 연기하고 있다. ⓒ 이희훈


혹자들은 '김연아가 은퇴했으니 이제 한국 피겨는 끝난 것이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통해 선수들은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답을 보여줬다. 톱10과 톱15라는 성적은 김연아가 등장하기 이전에 아무도 이뤄내지 못한 성적이었다. 최다빈과 김하늘이 최고 성적을 냈을 때 링크장에 한 켠에는 그들의 우상인 김연아도 함께 지켜보았다.

김연아는 항상 후배들을 응원해달라며 정기적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 태릉 실내빙상장을 찾아 여러 조언과 팁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은퇴를 했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케이트를 신고 후배들을 다독여주고 있었다. 아직은 어리기에 가야하는 길이 벅찰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피겨여왕이 언제나 함께해줬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결실을 평창에서 기대 이상으로 맺어냈다.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 댄스에 김연아가 방문해 민유라-겜린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 댄스에 김연아가 방문했다. ⓒ 공동취재사진


김연아가 남긴 유산은 실로 대단했다. 이제는 한국인 중 피겨스케이팅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상당히 대중화가 됐고 인기도 높아졌다. 비록 인프라가 나아진 것은 없지만 지속해서 재능이 있고 유망주 선수들이 올라오고 있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이번 평창의 결실도 여왕이 뿌리고 간 씨앗이 아름답게 꽃몽오리를 맺은 것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피겨는 앞으로가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음시즌에는 최다빈과 함께 시니어로 새로이 올라오는 임은수(15·한강중), 김예림(15·도장중)도 기다리고 있다. 이미 주니어에서 김연아 이후 최고 성적을 내고 있는 이들이 시니어로 올라오면 어떤 성적을 낼지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피겨의 시선은 다음 올림픽이 열릴 베이징으로 가고 있다. 김연아가 남긴 유산이 또 어떤 결실을 맺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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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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