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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페이스북 페이지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가 페이스북 코리아에 의해 통보 없이 삭제되었고 1141명의 연서명을 받아 복구됐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알려지며 사건을 다룬 기사들에는 성판매 이슈에 대한 반감과 몰이해에 기반한 성판매자/성노동자에 대한 혐오 발언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 기획을 통해 각 필자는 당시 달린 악플들을 유형별로 분류하여 하나씩 답변합니다. -기자말

3편 당연히, 성노동에도 '룰'이 있다

 케이티는 빈곤에 시달리다 성매매로 유입된다.
 케이티는 빈곤에 시달리다 성매매로 유입된다.
ⓒ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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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케이티는 혼자 아이 둘을 키우며 가난에 시달린다. 어느 날 그는 마트에서 생리대를 훔치다가 보안요원에게 들키고, 보안요원은 '당신처럼 예쁜 여자라면 도와줄 수 있다'며 케이티에게 연락처를 적어준다. 케이티는 신발 밑창이 떨어져서 학교에서 놀림을 당했다는 딸에게 새 신발을 사주기 위해, 보안요원의 알선으로 성매매를 하게 된다.

케이티는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를 본 누구도 케이티가 정말로 원해서 성매매를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케이티의 행동은 '자발적 성매매'가 되고, 처벌의 일종인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법에서는, 케이티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고 식료품이 없어서 며칠을 굶을 만큼 빈곤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성매매업소에 강제로 끌려들어 간 것이 아니라면, 한국의 성매매특별법 상 케이티와 같은 경우는 '성매매 피해자'가 아니라 '성매매한 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2004년 제정된 성매매방지법에서는 성매매에 '비자발적'으로 유입된 이들, 즉 성매매 피해자는 처벌하지 않는다. 성매매 여성들을 감금, 인신매매, 협박 등의 인권침해에서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무엇을 '비자발적'인 성매매로, 무엇을 '자발적'인 성매매로 구분해야 할까? 이 기준은 '비자발적' 성매매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해야 하지만, 필연적으로 반대의 경우를 상정하고 그들을 배제할 수밖에 없다.

법에서 정하는 성매매 피해자의 요건은 네 가지이다. ① 성매매를 강요당한 자 ② 마약에 중독된 자 ③ 청소년, 심신미약, 중대한 장애자 ④ 인신매매를 당한 자. 이 경우를 제외한 이들은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종사하는 자, 즉 '성매매한 자'로 구분된다.

시선은 법보다 차갑다

성매매 종사자를 '자발적'이라고 분류하는 것은 법뿐만이 아니다. 성판매 여성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법보다 차갑다. 법에 의해 '불법'으로 정의된 성판매 여성들은 '불법'이기 때문에 나쁘다고 평가받고, 여기에 도덕적으로 타락했다는 비난까지 덧입는다. '법을 어긴 사람'을 넘어 더러운 '창녀'로 비난받는 것이다. 여기에 '자발적' 이라는 조건이 들어가면 성판매는 더욱 용서할 수 없는 것이 된다.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비난들이 "납치당한 거면 모를까", "돈 쉽게 벌려고 자발적으로 몸을 팔아놓고 왜 피해자인 척하냐" 와 같은 것들이다. 예전처럼 인신매매와 같은 강요를 당해 집결지로 팔려가던 시대도 아닌데, 다 알고서 제 발로 성판매 산업에 들어가지 않았냐는 것이다. 비자발적인 종사자와 자발적 종사자를 나누어 '누가 더 비난받을만한가'를 위계 지음으로서, 이들은 더욱 쉽고 간편하게 '정의의 철퇴'를 휘두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자발적' 성매매는 정말 자발적일까? 영화 <호스트네이션>(이고운, 2016)은 이주여성이 어떻게 한국의 성매매시장으로 유입되는지를 다룬다. 필리핀이나 베트남에서 브로커들은 젊고 가난한 여성들에게 한국에 가서 연예인으로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주로 시골에서 올라오는 이 여성들은 춤과 노래를 부르는 오디션 영상을 찍어 공연, 엔터테인먼트 비자인 E6 비자를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길게는 1년간 합숙 생활을 해야 한다.

합숙 기간 동안 생기는 지출과 그동안 일을 하지 못해서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며 생기는 비용은 고스란히 이들의 빚으로 남는다. 이렇게 한국으로 온 이들은 주로 미군기지 근처 클럽에서 일하게 되는데, 도착해보니 자신이 생각하던 일이 아니라고 해도 그동안 들인 비용과 빚 때문에 돌아갈 수가 없게 된다.

 영화 호스트네이션은 이주 여성이 성판매 산업에 유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다루고 있다.
 영화 호스트네이션은 이주 여성이 성판매 산업에 유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다루고 있다.
ⓒ 영화 호스트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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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이 특이한 케이스가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른 성판매산업도 마찬가지다. 한 콘텐츠 제작업체에서 '배고픈 아이가 빵을 사달라고 한다면?'이라는 영상을 만든 적이 있다. 영상에서는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지나가는 이들에게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며 빵을 사달라고 말한다. 페이스북의 한 페이지에 올라온 이 영상에서 좋아요 수백 개를 받은 베스트 댓글은 '얼굴을 보고 예쁘면 사주고 용돈까지 주지만, 오크면 꺼지라고 하겠다'였다.

앞에서 언급했던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케이티가 성매매를 하는 과정도 이와 유사하다. 생리대를 훔치다 걸린 케이티에게 보안요원은 선뜻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말하지만, 그다음 따라오는 말은 '당신처럼 예쁜 사람은 도와줄 수 있다'였다. 일부 남성들이 역차별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여자들은 편하게 산다'는 말은, 사실 뜯어보면 '젊고', '예뻐서', '섹스의 대상으로 가치가 있는' 여성들에게는 대가를 바라는 친절이 쏟아진다는 말에 더 가깝다.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혹은 선택지가 적은 상황에서,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 가난하고 어린 여성은 성판매에 유입되기 쉽다. 이들은 미성년자이거나 학력이 낮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들에게 용돈을 주겠다는 남성은 차고 넘친다. 이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유통기한이 존재하는 '예쁘고 젊은 육체'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때 이들의 '몸'은 이들이 가진 거의 유일한 자원이다.

성구매 남성에게는 그런 '훈계'하지 않으면서

'자발적'이라는 이유로, 성판매자가 불법적이고 비도덕한 인간이라고 비난받을 때, '자발적'인 성구매자는 어디에 있을까? 영화에서는 아버지들이 직장 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접대를 하는 모습이나, 부유하고 타락한 재벌이나 판검사들이 룸살롱에 가서 여성을 옆에 두고 술을 마시는 것을 자주 보여준다. 전자는 '짠내나는' 우리 시대 아버지의 초상, 후자는 느와르 영화에서는 빠질 수 없는 '상남자'들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 때 누구도 이 남성들을 비도덕적으로 비난하거나 '더럽다'고 욕하지 않는다.

성판매 여성들은 "다른 떳떳한 일도 많은데"와 같은 비난을 듣지만, 성구매를 한 남성들에게 다른 떳떳한 직장을 찾으라는 조언은 통하지 않는다. 어떻게 들어간 직장인데, 요즘 같은 불경기에, '먹고사니즘'은 건드리면 안 되는 성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같은 불경기에 먹고 살기 위해 성판매 좀 하면 안 되냐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변호조차 남성들에게만 적용되고, 자발적 성매매라는 비난 속의 그 '자발성'은 여성에게만 차별적으로 적용된다.

자발과 비자발의 경계는 이토록 흐리다. 결국, '자발적 성매매'라는 것은 성판매여성을 도덕적으로 단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겹겹의 굴레에 가깝다. 이들을 단죄하고 싶어하는 시선에서 미성년자도 아니고, 장애인도 아니고, 굶어 죽을 만큼 극단적으로 가난하지도 않은 성판매자는 도저히 용서할 건덕지가 없는 것이다.

성구매자들은 돈을 지불하면서 섹스 서비스만을 원하지 않는다. 상대를 마음껏 휘둘러도 되는 권력을 쥐는 기분, 우위를 점하는 경험을 원한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몸을 팔아서라도' 가족을 부양하는 안쓰러운 여자의 이미지를 원한다. 덜 더럽고, 도덕적으로 타락하지 않은, 적당히 불쌍한 여성을 보며 이들의 불행을 동정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매자들은 극도로 가난하지도, 어린 시절이 불우하지도 않은 성판매 여성을 원하지 않는다. 아무런 (자신들이 이해해줄 만한) 이유가 없음에도 성판매를 해서 많은 돈을 버는 이들은 선호하지 않음을 넘어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다.

남초 사이트에는 '오피 언니' 구별법이 돌아다닌다. "강남의 오피스텔에 살면서 강아지를 키우고, 평일 낮에 색색의 트레이닝복을 입고 돌아다니며 택시를 자주 타는 여자는 조심하라"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 모인 남성들은 내가 못 버는 돈을 쉽게 버는 여자들에 대한 분노와 이 여자들을 '구매'하지 못한다는 박탈감을, 이들에 대한 혐오와 공격으로 돌린다.

이들이 지난해 '성판매여성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를 혐오하고 공격한 것도 여기에 맞닿아있다. 자기 주장을 하고, 똑똑한 성판매 여성, '말할 수 있는' 성판매 여성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 의심해보지 않았던 것을 뜯어서 분해해보는 것이다. 정말 이상하지 않은지 부당하지 않은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러한 페이지를 통해 이전에는 분절되어 각각 존재했던 서사들이 모여서 발화되고 공유되는 것은, 서로의 경험이 개인적인 것뿐 아니라 사회적인 것이라는 깨달음을 준다. '성판매여성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지와 같은 공론장을 통한 이야기가 계속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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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과 언론을 공부하는 여성 청년. 페미니즘, 노동, 철거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읽고 쓰는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