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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의  한 쉐보레 판매 대리점 모습. 이곳은 지난 12월까지 영업한 후 매장 문을 닫았다
▲ 문 닫은 한국지엠 대리점 서울 서초구의 한 쉐보레 판매 대리점 모습. 이곳은 지난 12월까지 영업한 후 매장 문을 닫았다
ⓒ 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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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내수 판매는 신경을 거의 안 쓰는 것 같다. 소외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서울 서초구에서 쉐보레 판매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아무개 대표의 말이다. 한국지엠 주식회사(아래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여파로 당장 차량 판매 영업직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이들은 기본급 없이 판매수당이 전부라서 당장 다음달 월급부터 걱정이다. 한국지엠 소속 직원이 아니라서 퇴직금도 받을 수 없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국지엠 주식회사(아래 한국지엠)의 쉐보레 판매장을 찾았다. 매장 분위기는 썰렁했다. 방문객을 반기는 이 하나 없었다. 대부분의 영업 직원들이 외근 나가있을 시간이라고 해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차량 사이로 두리번거리며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사무실 안에 앉아있던 직원이 기자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기자를 만난 영업 직원은 이번 한국지엠 사태에 대해 "내부적 원인이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뭔가 방법을 찾겠는데, 이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며 "1월에는 '(고객들이) 진짜 철수합니까'라며 전화가 와서 회사의 공문도 보내가며 아니라고 했는데 이제는 묻지도 않는다"라고 판매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철수설 이후 설 특수 완전 사라지고 손님 끊겨"

이곳 대리점 대표인 최씨 또한 "(군상공장 폐쇄) 이전부터 철수설 때문에 시장은 상당히 위축돼 있던 상태였지만, 설마 그러겠냐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는데, 한국지엠에서 공장 폐쇄를 발표한 뒤로 (철수가) 거의 사실화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설 특수는 완전이 죽었고, 그 이후에도 전시장에 손님 한 사람 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그는 토로했다. 그는 "이번 달 판매가 거의 없으니까 당장 다음 달이 문제다"라며 "월급부터, 겨울철 난방비나 전기세 등 당장 고정비도 걱정하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회사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비토권(이사회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이 만료된 시점인 지난 10월 한국지엠의 국내 월 판매량은 5582대에 불과했다. 지난해 최저 기록이다. 2016년 10월과 비교하면 54.2%포인트나 감소했다. 올 1월 판매도 사정은 매한가지. 7844대를 팔았다. 2017년 1월의 1만 1643대보다 32.6%포인트나 줄었다.

최씨는 "크루즈와 올란도 뿐만 아니라 말리부 같이 부평,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는 차종에도 영향을 미쳐서 소비자들은 쉐보레 차 자체를 꺼린다"라고 힘들어했다. 이곳 영업 직원 또한 "1월부터 계약이 많지 않았는데, 그나마도 계약을 해지하거나 하려다가 취소하는 경우가 있었다. 다른 대리점에서는 출고 했는데도 못 받겠다고 인수 거부했다는 분도 있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젊은 영업직원들 매장 이탈도 심각... 50대 직원들은 사실상 은퇴"

지난 13일 한국지엠 주식회사의 미국 본사 제네럴모터스에서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 한국지엠 주식회사 회사 로고 지난 13일 한국지엠 주식회사의 미국 본사 제네럴모터스에서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 한국지엠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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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대리점쪽에서는 군산공장 폐쇄 이후 회사의 영업본부로부터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최씨는 "제일 큰 여파는 판매 쪽에 오는데,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지, 빨리 손을 털어야 하는지 해답이 나왔으면 좋겠다"라며 "평생을 해왔던 직업이다 보니 당장 문을 닫을 수는 없지만, 회사에서 대책을 마련해주는 것도 아니고 계속 일이 이렇게 간다면 정리하는 수 밖에 없다"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다른 대리점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광진구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는 정아무개씨도 "대우자동차 때부터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판매를 해와서 꾸준히 손님이 있었는데, 지엠 이슈 부터 손님이 많이 끊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어쩌다 한 분 오시는데 이분들도 서로 20년 이상 믿고 가는 기존 고객분들이지 신규 고객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판매가 되지 않다 보니 영업직원들의 이탈도 심각하다. "철수설 이후 대리점에서 20~30대 영업사원들의 이탈이 크다"라며 "다른 곳들처럼 우리 매장에서도 20~30대 젊은 직원들은 모두 나갔고, 50대 직원들이 주축인데 이거 접으면 사실상 은퇴를 하는 거다"라고 착잡해했다.

그는 한국지엠이 철수하지 않는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었다. 다만, 하루라도 빨리 철수설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태그:#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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