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한 장면.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포스터. ⓒ 에이원엔터테인먼트


국내에선 스릴러 영화들로 잘 알려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다른 소설이 영화화 됐다. 폐가가 된 한 상점에 숨어든 3인조 강도가 우연히 과거로부터 온 편지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스릴러 장르에 판타지를 가미한 작품으로 보이는데 이 작품의 메시지는 보다 직접적이고 따뜻하다. 30여 년 전 잡화점을 운영하며 손님들의 편지를 받아 상담도 해주던 한 노인을 중심으로 그와 연결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조명했다.

다양한 군상들

일본 군소 도시의 작은 동네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 속 등장인물의 공통점은 모두 부모와 가족에게 버림받은 경험이 있다는 것. 이들이 저마다 살면서 겪는 갈등과 좌절, 고민거리들을 나미야 잡화점 주인에게 털어놓고, 주인은 그 편지에 답하는 식으로 소통한다. 규칙은 간단하다. 자신의 이야기가 적힌 편지를 상점이 문 닫은 저녁 시간 이후에 밀어 넣으면, 노인이 다음날 바로 답장해주는 식이다. 

성별, 성격, 생각이 저마다 다른 이들의 편지를 받고 노인은 밤새 진심을 다해 고민하고 답장을 써준다. 죽음의 문턱을 넘기 전 그는 누군가에게 묻는다. "그래서 내 답장을 받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을지 궁금하다"고.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히로키 유이치 감독이 22일 한국을 찾았다.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시사회 자리에서 히로키 유이치 감독은 "여러 에피소드를 하나의 영화로 만드는 게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다"며 "(원작자) 히가시노 게이코 본인도 영화화하기 가장 어려운 소설이라고 말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한 장면.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한 장면. ⓒ 에이원엔터테인먼트


<유어 프렌드> <괜찮아 3반> 등의 영화로 일본 관객들의 감성을 건드려 온 히로키 유이치 감독은 "난생 처음 해보는 판타지 장르라서, 그리고 원작자 스스로 가장 영화화하기 어렵다고 해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따뜻했지만 곳곳의 감독의 굳은 의지가 느껴질 만큼 구성이 탄탄했다. 저마다 사연이 다른 이들이 사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영화적으로 표현함에 있어서 결과물이 자연스럽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32년의 시차를 두고 영화는 각 인물들과 세 강도, 그리고 노인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제시한다. 초반엔 독립된 이야기 같지만 중반을 지나며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몇 가지 공통 단서들이 제시되는데, 이 과정에서 영화는 단순한 감동 드라마가 아닌 판타지 장르로서의 구조를 갖추게 된다. 어떻게 세 강도는 과거로부터 편지를 받게 됐는지, 또 이들이 어떻게 과거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자신들 역시 변하게 되는지가 점진적으로 등장하는 것.

가르치지 않는 자세

"판타지라서 더 현실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소설과는 다른 영화이기에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은 1980년대 마을과 현재 마을의 풍경이었다. 그 풍경의 변화를 영화적으로 담아내려 했다. 큐슈 오이타 현 내 한 동네에 직접 잡화점 세트를 만들었는데 (현재 장면을 위해) 그 세트를 조금씩 부셔가면서 찍는 것 자체가 영화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소설이기에 가능했던 부분을 영화로 표현하는 것에서는 애를 먹기도 했다." (히로키 유이치 감독)

다양한 인물을 통해 이 영화가 결국 말하고자 하는 건 '사람에 대한 믿음'이다. 극중 인물의 대사를 통해서도 나오는데 세 강도의 삐뚤어진 마음이 과거 사람들에 의해 열려가는 과정이 꽤 흥미롭고 신선하다.

그래서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내용 자체가 너무 교훈적이거나 계몽적이지는 않는지. 감독 역시 이 우려를 잘 알고 있었다. "나 역시 가르치려 드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아서 되도록 촬영 때 그런 점을 지양하려 했다"고 유이치 감독이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일본에서도 여러 잔혹한 사건이 일어나다 보니 영화를 통해 힐링을 찾으려는 분들이 많은데 한국 관객들도 이 영화를 어떻게 봐 주실지 궁금하다"며 "젊은이들이 꿈꿀 수 없게 하는 세상에 일조한 어른으로서 참 미안하지만, 이 영화를 보시고 본인이 걸어갈 수 있는 길을 찾길 바란다"고 전했다.

감독의 바람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국민 배우로 추앙받는 니시다 토시유키가 잡화점 노인 역을 사실적으로 소화해냈고, 여기에 아이돌 그룹 출신 배우 야마다 료스케, 일본 아카데미 신인상에 빛나는 하야시 겐토 등이 합류했다. 신구 배우의 조화가 또 하나의 장점이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한 장면.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한 장면. ⓒ 에이원엔터테인먼트


한 줄 평 : 잔잔함 속에서 피어난 따뜻한 삶의 온도를 잘 잡아냈다.   
평점 : ★★★★(4/5)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관련 정보
원작 : 히가시노 게이고
연출 : 히로키 유이치
출연 : 야마다 료스케, 니시다 토시유키, 하야시 겐토, 오노 마치코, 카도와키 무기
수입 : 에이원엔터테인먼트
배급 : 이수 C&E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30분
개봉 : 2018년 2월 28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야마다 료스케 일본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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