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다큐멘터리 '비틀스는 어떻게 세상을 바꿨나' 포스터

▲ 장편 다큐멘터리 '비틀스는 어떻게 세상을 바꿨나' 포스터 ⓒ VISION FILMS


비틀스는 20세기 대중음악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밴드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거의 반세기 전에 나온 'Yesterday'나 'Let It Be' 등 그들의 대표곡들 또한 지금 대중들에게 친숙한 노래들로 남아 있다. 하지만 현재 비틀스는 어쩌면 그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많은 이들에게 미지의 존재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의외로 대중이 이들에 관해 아는 것이 적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그들의 전성기 때 그리고 이후로도 한참 동안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을 경험했던 한국인 대다수는 비틀스에 대해 한정적인 정보를 접할 수밖에 없었으니, 그 정도가 더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넓힐 수 있을 만한 영화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장편 다큐멘터리 <비틀스는 어떻게 세상을 바꿨나>(How the Beatles Changed the World, 톰 오델 감독)가 바로 그 영화다. 이 작품은 20세기 인류 역사 격동기 중 하나였던 1960년대를 배경으로, 로큰롤을 도구삼아 혜성처럼 등장했던 비틀스가 대중음악계에 혁명을 가져오고, 당시 영국과 미국 그리고 유럽 등지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청년 중심 저항문화의 마중물이자 아이콘으로서 역할을 했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속에서 이 영화는 비틀스를 연구했거나 이들의 전성기를 지인으로서 지켜봤던 사람들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성취와 고민들을 깊이 있게 정리하고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멤버들의 면면과 행보를 흥미롭게 구성해 보여준다.

이런 방식을 통해 영화는 비틀스가 대중음악계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겼다는 데 관객이 저절로 동의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대중음악계에서 당연한 풍경으로 인식되고 있고 또 시행되고 있는 일들의 많은 부분이 그들의 선도적인 도전과 성취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본 영화가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 따르면, 비틀스는 스스로 가사를 만들고 곡을 쓰는 밴드라는 새로운 전형을 만들었고, 스튜디오 녹음 과정을 통제하고 주도하는 등 아티스트가 음반 제작 전반에 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라는 선구적인 콘셉트 앨범을 성공시키면서 그전까지 싱글음반에 주력했던 음반업계에 앨범의 시대를 열었다.

물론 이 모든 게 가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비틀스가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해서 그에 부응하는 힘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운이 따른 결과였다고도 할 수 있을 텐데, 오히려 이 지점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들이 여기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당대 새로운 문화 조류를 발견하고 이를 자신들의 음악에 녹여내는 일에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덕분에 비틀스는 앞서 언급한 음악 외적인 성취뿐만 아니라 음악 내적으로도 새로운 사운드와 완성도 높은 곡들을 다수 만들어내면서, 이후 대중음악이 예술의 한 장르로 구축될 수 있도록 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장편 다큐멘터리 '비틀스는 어떻게 세상을 바꿨나' 영화에 삽입된 이미지 캡쳐

▲ 장편 다큐멘터리 '비틀스는 어떻게 세상을 바꿨나' 영화에 삽입된 이미지 캡쳐 ⓒ Symettrica Entertainment


반면, 이 영화의 또 다른 관심사인 비틀스와 당대 저항문화의 관계에 대한 해석은 상대적으로 모호한 측면이 있다. 비틀스가 자신들의 노래와 사회적 발언 등을 통해 당시 청년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고, 권위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며 자유와 평화 그리고 사랑을 외친 저항문화 확산에 도움을 준 것은 맞지만, 그와 같은 큰 역사적 흐름에서 이들의 위상과 역할을 그 이상의 독보적인 어떤 것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불렀던 노래를 통해 1960년대를 풍미했던 청년들의 생각과 언더그라운드 문화 그리고 당대 저항문화로 대표되던 혁명의 기운과 시대적인 분위기 등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를 통해 1960년대라는 격동기가 지금 인간사회에 어떤 유산을 남겼는지, 특히 한국사회에는 그 유산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도 있다는 소리다.

이와 관련하여 비틀스가 동세대 청년들이 저변에 갖고 있던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 그리고 기성체제에 대한 분노를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존재였고 이를 희망의 언어로 노래했다고 평가한 이 영화의 한 대목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지금 팝스타들 또한 당대 특정 조류를 수용할지 거부할지, 앞장설지 외면할지 등을 두고 끝없이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는 한 평론가의 말을 이어서 생각해본다.

어떻게 보면 지금 한국사회 대중음악은 한쪽으로 지나치게 경도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다수 젊은 아티스트들이 기성 시스템에 반항하거나 자연스러운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동세대의 억눌린 욕망을 대변하기보다는, 그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기성 체제에 순응하는 '착한 아이'의 면모를 보이거나 '위로'라는 명목으로 오히려 그 분노의 정도를 가라앉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사회는 그럴 정도로 청년들의 상황이 낙관적인 공간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에도 비틀스처럼, 한국 청년들의 부글부글 끓는 분노의 정서를 대변할만한 존재가 출현할 때가 됐다고 본다. 가깝게는 한때 서태지가 그런 역할을 했었고, 지금 힙합과 인디음악에서도 일부 의미 있는 시도가 있긴 하지만 역부족이다.

지금 한국에는 록스타가 필요하다. 대중음악계와 한국사회에 뿌리내린 구태에 혁명의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을 만한 존재가 긴요한 상황이다. 이 영화 <비틀스는 어떻게 세상을 바꿨나>를 보고 내린 결론이다. 지금 시대가 비틀스 이야기를 계속 호출하는 데도 그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비틀스 비틀스는 어떻게 세상을 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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