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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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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에게 부치는 편지'

딸아, 사람의 얼굴은 혼을 담는 그릇이다. 마음의 맑기에 따라서 얼굴의 주름 모양이 달라진다. 사진관을 오래 하다 보니 반은 관상쟁이가 되었다. 아버지가 관상 얘기를 자주 하지만 사람의 얼굴에는 그 사람의 심성과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가? 하는 이력이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옛날 어떤 기업에서는 관상쟁이를 면접관으로 쓰기도 했다는구나. 관상도 하나의 과학으로 인정하는 아버지는 이해할 테지만 요즘 세상에 가당치 않은 일이지. 아버지가 경비일 하면서 크게 느낀 점 하나가 경비일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웃음이 없다는 점이다. 그들의 얼굴에는 아웃소싱(용역) 회사에 대한 불신과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경쟁이 필요 없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동료들을 경계하는 눈빛이 서럽더구나.

그러나 하던 사업을 그만두거나 직장생활을 하다가 정년퇴직을 하고 경비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여유가 있고 남을 배려하는 태도가 남다르다. 그들은 우선 잘 웃는다. 그렇다고 그들이 경비 생활을 오래 한 사람보다 생활이 낫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아버지는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경비일을 오래 한 사람들보다 좀 더 너른 세상을 보았다는 데서 찾는다.

웃음이 많은 사람은 때에 따라서 체면도 버릴 줄 알더구나. 세상 때에 찌든 체면이라는 가식을 벗어버리고 인간 본연의 동물적 감성이 시키는 대로 자연과 어우러져 '하하 호호' 해가며 자연과 동화가 되어 행복해한다. 둘째가 "아버지 눈가의 잔주름은 오천만 원쯤 하려나?" 우스갯말을 한다만 웃어서 생긴 눈가의 잔주름은 인상을 써서 생긴 잔주름과 확연히 다르다.

사랑하는 딸아, 우리 함께 웃자. '웃음은 천 냥 빚도 갚는다' 이따위 말은 믿지 말자. 남에게 돈을 빌렸으면 당연히 갚아야 하고 내가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서 웃자. 고사 지낼 때 쓰는 돼지머리도 웃는 녀석은 몇천 원 더 비싸게 팔리지 않더냐. 웃음은 이렇게 죽어서도 자신의 값어치를 높여준다. 이왕에 하는 일 웃으면서 하자. 웃으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하하하~, 내가 웃어야 남도 웃는다"

너희들은 워낙 잘 웃어 굳이 안 해도 좋을 말을 한다마는 가방에서 나온 메모지 한 장에 빵 터져 한참을 웃었는데 같이 한번 웃어보자며 펜을 들었다. 메모지에 적힌 '돼지머리'라는 시란다. 이렇게 재미있는 시도 있구나.

-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흠뻑 웃는 너희들의 어린 시절 사진이다. -

-

돼지머리

- 이수종

대가리 뚝 잘라놓고
거기다 넙죽 절하며
돈 잘 벌게 해달라고 빈다
복채로 만원 지폐까지 입에 물려주니
돼지가 피식 웃으면서 그런다

너 같으면 잘해주고 싶겠냐
이 꼴 만든 놈한테



태그:#모이, #딸바보, #아빠, #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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