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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의 초반에 '문장론'을 다룰 때, 문장의 3가지 구조를 설명하면서 주어와 술어가 서로 호응하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서술어인 동사가 혼자서도 잘 기능하는 자동사인데도 굳이 앞에 목적어를 둔다든가, 목적어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타동사인데도 서술어를 혼자 놀게 한다든가 해서 어색함을 보이게 하는 문제에 대해 알아봤다. 이 점이 비문을 쓰는 가장 흔한 실수라는 점을 상기하자.

오늘은 이 문제를 조금 더 확장해 생각해보려고 한다. 문법 용어를 사용하여 설명하고자 하는 바를 얘기하면, 목적어와 부사어도 서술어와 서로 호응이 되도록 써야 한다.

우선 부사어의 호응관계부터 알아보자.

부사어란 "문장 안에서 서술하는 역할을 하는 동사와 형용사"(네이버 지식백과)를 수식하는 문장 성분을 일컫는다.

"나는 밥을 맛있게 먹었다"에서 서술어 '먹었다'를 수식하는 말은 무엇인가. '맛있게'이다. '맛있게'가 바로 부사어이다.

그러면 부사어는 누구와 잘 어울려야(호응) 할까. 당연히 서술어이다. 그런데 우리가 글을 쓰다보면 "나는 밥을 '어울리게' 먹었다"처럼 이 둘의 관계가 전혀 상관없는 남남처럼 보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조심해야 한다.

단 서술어가 무엇이냐에 따라 적절한 부사어를 찾아 쓰는 것이 순서이다. 부사어를 먼저 정해놓고 서술어를 선택할 수는 없다. 문장의 기본 골격을 형성하는 요소인 서술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부사어의 경우에는 서술어가 반드시 특정 형태를 띠어야만 하는 것도 있다.

가령, '결코'의 경우를 보자.

"나는 결코 학교를 갔다."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결코'는 반드시 부정적인 서술어와 호응해야 한다.

"나는 결코 학교를 가지 않았다."

어떤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아마도'는 추측성 서술어(아마도 밥을 먹었을 것이다), '모름지기' 당위형 서술어(모름지기 밥을 먹도록 해야 한다), '비록'은 가정형 서술어(비록 밥을 먹었다 할지라도)가 요구된다.

"나는 학교를 갔다."
 "나는 학교를 갔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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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목적어와 서술어의 호응관계를 살펴보자.

"나는 학교를 갔다."

어떤가. 이 문장은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확 들 것이다. 그렇다. 서술어 '가다'는 혼자서도 역할을 잘 하는 자동사라는 점을 상기하면 그 어색함이 무엇인지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서술어 앞에 있는 '학교를'이 서술어는 물론이거니와, 이 문장에서 그 어떤 것과도 어울리지 못한다. 왕따처럼 혼자 있다. 그래서 이 문장은 "나는 학교에 갔다"처럼 목적어가 아닌 부사어로 써야 서술어가 제대로 호응하는 모습을 갖는다.

한편 앞의 예시 문장 "나는 밥을 맛있게 먹었다"와 같은 문장, 즉 서술어가 타동사인 경우에 반드시 목적어가 있어야 하고 또 서술어와 호응돼야 함은 이미 잘 알고 있을 터다.

흔하기 틀리기 쉬운 이런 경우도 있다. "나는 밥이 먹고 싶다." 이 문장은 얼핏 보아 괜찮을 듯싶지만 역시 목적어가 없으므로 '밥이'를 '밥을'로 바꾸어 써야 한다. "나는 밥을 먹고 싶다."

또한 앞에서 설명한 목적어가 하나인 경우엔 목적어와 서술어의 호응관계가 잘못된 비문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밥을 듣는다, 자전거를 먹는다… 이렇게 쓰지는 않는다. 그런데 목적어가 두 개 이상 나열될 때에는 실수를 많이 한다.

"담배나 떡을 먹는다."

이럴 경우 대부분이 뒤에 위치한 목적어와 호응하는 서술어를 쓰곤 한다. 그래서 이 예시 문장도 '떡'과 호응하는 '먹는다'를 썼다. 또한 '담배'나 '떡'이 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기에 별 생각 없이 '먹는다'와 호응시킨다.

그러나 이런 경우엔 각각의 경우와 호응하는 서술어도 열거해야 한다.

"담배를 피우거나 떡을 먹는다."

문장을 구성하는 주어나 목적어, 서술어 등의 성분들은 어찌 보면 각기 나름의 역할을 하며 독립된 존재처럼 보일지 모른다. 물론 독립된 존재이다. 그러나 때론 다른 성분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이다.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살아야 하듯 문장을 구성하는 여러 성분들 역시 끼리 끼리 놀며 서로 어울려야 한다.

잘못된 만남은 부자연스러움을 넘어 엉뚱한 결과를 낳는다. 애초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온 데 간 데 없고 뜻밖의 의미로 읽는이에게 전달된다. 그런 문장은 되레 안 쓰는 것만도 못한 꼴이 된다. 그래서 문장은 각 요소들이 유유상종해야 제 맛이 난다. 문장 성분끼리 서로 호응해야 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조성일의 글쓰기 충전소'에도 포스팅했습니다.



태그:#문장호응, #주어 서술어 호응, #목적어 서술어 호응, #비문, #부사어 서술어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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