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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배우 이명행이 성추행 논란으로 출연 중인 연극에서 중도하차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국내 연극계를 대표하는 이윤택 연출가가 과거 배우를 성추행했다는 사실이 폭로돼 활동을 중단했다. 연극계에서도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급속히 퍼져나가는 양상이다. 사진은 이윤택 연출가(왼쪽)와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의 페이스
 연극배우 이명행이 성추행 논란으로 출연 중인 연극에서 중도하차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국내 연극계를 대표하는 이윤택 연출가가 과거 배우를 성추행했다는 사실이 폭로돼 활동을 중단했다. 연극계에서도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급속히 퍼져나가는 양상이다. 사진은 이윤택 연출가(왼쪽)와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의 페이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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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갈 수 없었다.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
"내(이윤택)가 연극세계의 왕이고 극단 사람들은 모두 나의 백성이란 느낌을 받았다."(연극계 관계자 A씨)

왕국. 왕. 그는 '왕국의 왕'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성폭력 논란에 휩싸인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얘기다.

이 전 감독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연극계 '미투(metoo) 운동'은 지난 12일 그의 국립극단 활동 당시 여배우 성추행 의혹 보도 이후 연극계 내에서 자발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공통적으로 이 전 감독에게 상습적인 강제 안마를 요구 받았다는 피해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성폭력 파문이 급속도로 퍼지자, 이 전 감독이 속한 연희단거리패는 15일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피해자들은 극단의 대리 사과에 반발하며 가해자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관련 기사 : "가슴 만지고, 새벽에도 안마 요구" '연극계 대부' 이윤택 성추행 폭로 이어져).

"입으로 하라고 자꾸 힘으로 날 끌었다"

연극계 성폭행을 고발한 B씨의 페이스북 갈무리.
 연극계 성폭행을 고발한 B씨의 페이스북 갈무리.
ⓒ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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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폭로는 설 연휴에도 이어졌다. 한 극단 대표 B씨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이후 줄곧 성폭행을 당해왔다고 폭로했다.

B씨는 1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밤에 숙소로 돌아가는 차량에서 이샘(이윤택 전 감독)은 내게 안마를 요구하셨고 자신의 성기를 만지게 했다. 입으로 하라고 자꾸 힘으로 날 끌었다"라며 "그 힘이 너무나 세서 무서웠고 앞에 운전하던 선배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을 정도로 겁에 질렸다. 그 후 극단생활은 지옥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샘은 늘 나를 찾았고 난 괴로웠으며 아팠다"며 "아직 세상 물정 모르던 내게 그곳은 큰 성 같았고 덤빌 수 없을 정도로 견고했으며 또 그곳이 아니면 넌 어디에서도 배우로 서지 못 할 거라던 이샘 말이 가슴에 콕 박혀 밤마다 안마를 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극단 대표 C씨는 자신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리며 이 전 감독의 직접 사과와 연극계 은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5일 자신의 SNS에 "막내이던 1999년 (이 전 감독이) 바지를 벗고 속옷차림으로 사타구니 주변을 집중적으로 안마하라고 요구했다"고 폭로한 C씨는 17일인 이날까지 이 전 감독의 책임 있는 사과가 이뤄지지 않자 "묵묵부답. 눈과 귀가 있느냐"라며 "사과는 저만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C씨는 극단이 이 전 감독을 대신해 사과한 것을 두고도 "개인의 죄를 왜 단체가 대신 입장발표하고 사죄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제대로 정중히 사과하시고 제발 진짜로 이 업계를 떠나 진심으로 후회하시길 원한다"고 했다.

B씨와 C씨가 증언한 피해시점이 각각 2000년과 1999년인 것으로 보아 이 전 감독의 성폭행은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돼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연극계 미투(metoo), '위드유(withyou)'로 이어질까

연극계 성폭력을 고발한 C씨의 페이스북 갈무리
 연극계 성폭력을 고발한 C씨의 페이스북 갈무리
ⓒ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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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감독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면서 연극계 미투운동이 특정 인물을 넘어 극단계 전반에 걸친 위드유(withyou, 미투운동에 대한 지지·연대)운동으로 확산될지도 주목된다.

연극계 관계자 D씨는 이날 자신의 SNS에서 "근래에 연극계 미투 운동이 이어지면서 연극을 시작하고 지나온 시간 앞에 누군가를 가해하지는 않았는지, 가해에 가담하지는 않았는지, 피해를 입거나 피해를 입은 동료에게 침묵을 권하거나 모른 척하지 않았는지 등 끊임없는 생각이 들고, 더불어 정당하고 떳떳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라며 "피해 사실을 알린 분들 곁에서 연대하겠다. 앞으로 용기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했다.

D씨는 또 "성추행을 한다는 유명연출가, 모 대학에 여학생들과 연애를 한다, 혹은 추행한다는 교수... 돌아다니는 많은 소문들 사이에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는 핑계로, 알고 있었지만 지나치고 침묵했다"라며 "연극할 때는 몇 달을 머리를 맞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나. 오래도록 연극 하고 싶다. 입 밖으로 발화하겠다"고 썼다.

연극계 성폭력을 고발한 이들은 SNS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미투 발언들을 계속해서 새로이 공유하면서 연대감을 높이고 있다.


태그:#METOO, #WITHYOU, #연극계, #이윤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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