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올 더 머니 포스터

ⓒ 판씨네마(주)


'대부호' 진 폴 게티의 손자 납치사건을 영화화한 <올 더 머니>는 충격적인 실화를 통해 부(富)가 가진 빈(貧)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제목(all the money)처럼 세상의 모든 돈을 가진 진 폴 게티(크리스토퍼 플러머)지만, 그는 납치된 손자의 몸값을 지불하는 것을 꺼린다.

손자의 몸값 아까운 최고 재벌, 천박한 자본주의

 영화 올 더 머니

ⓒ 판씨네마(주)


영화의 핵심 플롯은 그런 진 폴 게티에게 아이의 몸값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머니의 모습이지만, 영화의 주제는 익히 알려진 실화가 전부는 아니다. 폴 게티는 수년간 방치 상태로 버려두었던 가족을 데려올 때도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데려왔고, 손자를 구해 올 사람을 고용하는 데 있어서도 믿음이 아닌 계약 관계로 대했다. 또 손자의 몸값에도 적당한 값이 있다며 손사래를 치는 진 폴 게티의 모습에서 우리는 <올 더 머니> 뒤에 존재하는 자본주의 천박한 모습을 발견한다.

납치범들이 요구한 몸값은 1700만 달러(한화 약 183억 원)였다. 누군가에게는 엄청 큰돈이지만, 부자로 기네스북까지 오른 진 폴 게티에게는 그야말로 껌값이었다. 그보다 더 큰 돈을 미술품을 사는 데 소비하는 진 폴 게티의 모습을 보며 왜 그가 아끼는 손자의 몸값을 지불하는 일을 꺼리는지 의문이 든다. 납치 실화를 다루기 때문에 스릴러 장르의 형태를 취할 것 같았지만, 영화는 이내 진 폴 게티의 내면에 집중해 그 이유를 설명한다.

15달러의 장식품을 오랜 협상 끝에 11달러에 사고, 그것을 다시 고가의 미술품으로 둔갑시켜 손자에게 전달하는 진 폴 게티. 그는 자신이 가진 부를 뽐내지 않는다. 되려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 설명하고 실행한다. 때때로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을 고수한다.

오랫동안 절충된 손자의 몸값을 끝끝내 전달하면서도 세금과 양육권을 협상의 카드로 제시한다. 거래와 협상이 일상화된 진 폴 게티의 일상에서 존재하는 것은 거래밖에 없다. 그가 하는 모든 대화와 행동은 거래를 위한 협상이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는 지극히 바람직한 행동이지만, 그런 그의 모습에서 오히려 '빈자'의 궁색함이 느껴지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돈의 의미란

 영화 <올 더 머니>에서 진 폴 게티를 기다리는 게일 해리스

영화 <올 더 머니>에서 진 폴 게티를 기다리는 게일 해리스의 모습. ⓒ 판씨네마(주)


세상의 모든 돈을 가진 진 폴 게티의 모습이지만, 그의 모습은 전혀 풍요롭거나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그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돈이 없어 아들을 구하지 못해 피폐해지는 게일 해리스(미셸 윌리엄스). 또 돈을 가졌지만 그것을 지키기 위해 점점 궁색해지는 진 폴 게티. 모든 것을 화폐로 계량화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둘 사이 간극은 엄청나지만, 행복의 정도에서 둘은 별반 차이가 없다. 이러한 간극과 대조를 통해서 영화는 승자 없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맹점을 그린다.

가진 자도 가지지 못한 자도 모두가 불행한 세상. 마치 영원을 소유할 것처럼 돈은 우리들을 유혹하지만 그것은 한낱 숫자놀이라는 것. 세상의 모든 돈을 가진 진 폴 게티 1세의 허망한 죽음을 통해 우리는 그 유혹의 허상을 깨우친다. 영화 속 납치 사건은 이탈리아 마피아에 납치된 진 폴 게티 3세(찰리 플러머)만이 아니다. 돈과 자본에 붙잡혀 끝끝내 벗어나지 못한 진 폴 게티의 모습 역시 영화가 그려내고 있는 또 하나의 납치다.

자본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영화는 공권력과 저널리즘에 대한 비판도 보인다. 진 폴 게티가 고용한 전 CIA 요원보다 덜한 정보력으로 헛발질을 하는 공권력, 진정성 있는 보도 없이 흥미성 가십과 속보 경쟁만 하는 언론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제대로 된 가치 정립 없이 무질서한 행위자들로 구성된 시스템을 바라본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 폴 게티 3세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진 폴 게티 3세의 엄마와 그를 납치한 친콴타(로망 뒤리스)다.

<올 더 머니>가 전하는 선명한 주제의식

 영화 <올 더 머니>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모습

영화 <올 더 머니>에서 게일 해리스가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모습. ⓒ 판씨네마(주)


실화이기 때문에 이미 많은 내용이 밝혀져 있고, 대부분의 캐릭터가 교과서적이어서 영화적인 재미는 덜했다. 그러나 친콴타와 진 폴 게티 3세 캐릭터의 의외성은 영화의 백미다. 세계 제일의 부호의 손자로 태어났지만 그는 영리하고 감정적이다. 진 폴 게티 3세는 그를 납치한 이탈리아인 친콴타와 감정적인 교류를 이뤄낸다. 꽤나 건강하게 납치상황을 이겨내며, 때로는 용감한 결정을 통해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

진 폴 게티 3세를 납치한 친콴타의 모습 또한 의외다. 자신이 납치한 진 폴 게티 3세를 옆에서 돌봐주며 그와 인간적인 정서를 교류한다. 그 역시 돈을 벌기 위해 납치를 벌였지만, 그는 최대한의 비극을 막기 위해 협상하고 노력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끝내 자본의 결박에서 풀려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진 폴 게티와 주변의 도움으로 자유를 찾는 진 폴 게티 3세의 극명한 대조를 통해 영화는 선명한 주제의식을 전한다. 돈은 자유를 선사할 것 같았지만, 끝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진 폴 게티는 결국 파멸하였다. 그뿐 아니라, 영화 속 돈에 집착한 모든 이들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파멸했다. 모든 것에 가격표가 매겨지는 세상, 그것이 당연해진 시스템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은 다시 한번 '돈'의 의미를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 역시도 소중한 가치를 돈 때문에 유예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역시 돈의 포로는 아닐까?

 영화 <올 더 머니> 돈을 세는 은행원

ⓒ 판씨네마(주)



리들리스콧 올더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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