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강원도지사(평창조직위 공동집행위원장).

최문순 강원도지사(평창조직위 공동집행위원장)이 15일 오후 강원도 강릉 강원프레스센터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평창동계올림픽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평창올림픽은) 절묘한 역사의 변곡점에 위치해 있다. 국내 정치적으로도, 또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동북아 정세에 있어서도, 북미 관계에 있어서도, 경제적으로도. 만약 (평창올림픽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암담하다”라며 “그래서 이 역사의 선물을 잘 받아들였으면 한다. 그리고 차후에 한반도·한민족이 번영해나가는 토대로, 씨앗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 유성호


"굉장히 당황했다. 그 문제들도 사실 지난 7년 간 준비하면서 예상문제지에 다 있었던 것들이다. 다 예상하고 준비하고 했는데도 문제가 발생했다. 폭설만 빼고 큰 것들은 다 발생했다."

평창올림픽 공동집행위원장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먼저 매를 맞았다. 노로 바이러스 감염 등 자원봉사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 문제나 관람객들의 교통 불편 호소 등을 묻기도 전에 꺼냈다.

그래서 그가 스스로 매긴 평창올림픽의 중간 점수는 80점. 북측의 올림픽 참가로 큰 점수를 땄고, 외신들이 우려했던 개막식 추위도 없었지만 앞서 지적한 문제들이 불거진 것에 대한 평가에 따른 것이다. 경기장을 짓고 유지·관리하거나 교통망과 숙박 시설 등의 인프라를 맡기로 한 강원도의 수장으로서 보이는 '반성'이기도 했다. 최 지사는 인터뷰를 진행한 16일 설 명절 당일에도 강원 양양과 정선, 강릉을 오가는 강행군을 벌이고 있었다.

최 지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그런 것을 빨리빨리 해결하는 게 과제"라면서 "자원봉사자들이 가장 문제로 삼았던 교통 문제는 버스를 새로 투입하고 경찰의 도움을 얻어 원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금부터는 (남은 기간까지) 100점으로 가야죠"라면서 "이런 점들을 정비하면서 (올림픽이) 거의 완벽한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고도 말했다.

올림픽 특수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역의 호소에도 신경 쓰고 있다. 최 지사는 "올림픽 특수가 있지만 서민들에게 그 효과가 썩 가진 않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다른 (동계올림픽) 개최지들도 올림픽 기간 중에는 대개 그렇고 올림픽 이후 후광효과가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이후 적자가 예상되는 경기장 운영 비용에 대해서도 중앙정부와 잘 협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 시민에게 개방해 수익을 얻기 힘든 슬라이딩센터나 스키점프 경기장 같은 경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까지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대신 중앙정부와 운영 예산을 나누어 짊어지겠다는 설명이었다.

무엇보다 최 지사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개통된 경강선 KTX 등 여러 인프라를 단순한 '올림픽용'으로 보지 않았다. 최 지사는 "우리나라의 경제물류 축은 분단 상황 때문에 남북으로 짜여져 있었는데 (경강선 KTX로) 동서 축이 처음으로 연결된 것"이라며 "대륙으로 가는 철도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올림픽을 계기로) 무형의 가치들이 잘 진행되고 자리 잡으면서 통일의 기반을 마련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면서 "(평창올림픽은) 역사의 선물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잘 받아들여 한반도·한민족이 번영해 나가는 토대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최 지사가 16일 강릉 강원미디어센터에서 나눈 일문일답이다.

"예상문제지에 다 있었는데... 이제 남은 건 폭설 뿐"



- 개막 60일 전 <오마이뉴스>와 만났는데 어느 새 올림픽 폐막까지 10일 밖에 안 남았다. 100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를 하자면 현재 몇 점인가.
"극적인 반전이 있어서, 평화올림픽으로 국민들과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됐다. 아주 잘 된 일이다. 다만, 경기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노로 바이러스 문제나 산불이 있었고 강풍으로 인한 피해도 좀 있었다. 자원봉사자 처우 개선 문제나 관중들을 빨리 실어 나르지 못하는 교통 문제들도 좀 있었다. (그래서) 80점. (웃음) 지금부터는 100점으로 가야죠. 이제 이런 점들을 정비해서 거의 완벽한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

- 공동집행위원장으로서 아플 것 같은 질문들을 미리 답한 건가?
"아니다. (웃음) 그런 것을 빨리빨리 해결하는 게 (우리의)큰 과제다."

-개막식 추위나 숙박, 북측의 올림픽 참가 등 앞서 과제로 꼽았던 것과 다른 문제들이 불거져 당황했을 것 같다.
"굉장히 당황했다.(웃음) 그 문제들도 사실 지난 7년 간 준비하면서 예상문제지에 다 있었던 것들이다. 지금 딱 하나 남았는데 폭설이다. 폭설만 빼고 (예상문제지에 있던) 큰 것들은 다 발생했다. 다 예상하고 준비하고 시뮬레이션을 했는데도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자원봉사자 처우 개선 문제나 관람객의 교통 불편 상황 등에 대한 대책이 수립된 것인가.
"조직위 자원봉사자들은 교통 문제를 가장 문제 삼았다. 밤 11시에 경기가 끝나는데 셔틀버스는 새벽 1시에 오는 거다. 결국 (자원봉사자들이) 2시간을 벌판에 서서 기다려야 했다. 그런 시스템상의 틈새들을 다 메웠다. 버스 39대를 새로 추가 투입하고, 강원경찰청장의 협조를 얻어 경찰을 교통 통제에 새로 투입했다. 지금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편이다."

- 그래도 개막식은 큰 추위 없이 진행돼 다행이다.
"날씨가 절반은 해준 거다. 너무 추우면, 아무리 개막식이 좋아도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 모든 조건들이 다 맞았다 특히나 평화올림픽, 감동적인 남북 공동입장이 이뤄지면서 나머지 사소하게 제기됐던 문제들이나 조금 부족한 부분들이 다 메워진 것 같다."

"평창올림픽은 역사의 선물, 한반도 번영의 씨앗으로"

 최문순 강원도지사(평창조직위 공동집행위원장)이 15일 오후 강원도 강릉 강원프레스센터에서 설 연휴에도 고생하는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를 격려하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평창조직위 공동집행위원장)이 15일 오후 강원도 강릉 강원프레스센터에서 설 연휴에도 고생하는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를 격려하고 있다. ⓒ 유성호


- 평창올림픽은 문화올림픽을 표방하고 있다. 실제로 강원 전 지역 문화행사들이 지금 열리고 있다. 이 중 추천할 공연이나 행사는 없나.
"밴쿠버 올림픽 때부터 문화올림픽을 표방해왔지만 실제로 적극적으로 한 사례는 별로 없다. 야외 공연이나 전시회를 하는 정도. 자국 문화를 홍보하는 형태로 해왔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선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라오스 등 눈을 보기 힘든 곳의 공연단 등이 참여했다. 또 차기 올림픽 개최지인 일본과 중국의 공연단도 참여했다. 이렇게 범 아시아적으로 (올림픽에서) 문화공연을 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스포츠가 평화의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면 문화 역시 (평화의) 다른 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외에도 '제주의 날'·'전북의 날'·'대전의 날' 등 각 지방자치단체의 날도 있다. 그러다보니 전체 공연이 450개고, 총 공연 횟수만 1200회 정도 된다. 지금 제일 히트 공연은 <천년향>이다. 모든 공연 중 예약률 1위다. 추천한다."

-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경강선 KTX 등 인프라가 확충돼 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우리나라의 경제물류 축은 분단 상황 때문에 남북으로 짜여 있었는데 (경강선 KTX로) 동서 축이 처음으로 연결된 것이다. 대륙으로 가는 철도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본다. 이곳에서 동해 북부선을 지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그리고 서유럽까지 가는 길이 열린 것이다. (경강선 KTX로) 서울 시민들이 강원도에 편히 오셨다는 점도 크지만 기존 우리나라 정치경제적인 역학구도를 바꾸고 균형점을 찾는, 계속 투자해서 북방정책을 펼칠 축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제 시작이다."

- '올림픽 특수'와 연결되는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 이러한 무형의 가치들이 잘 진행되고 자리 잡으면서 통일의 기반을 마련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급작스러운 통일이 아니라 잘 준비된 통일을 여기서(강원도) 준비하길 바란다."

- 도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일부에선 올림픽 특수가 피부에 와 닿진 않는다는 반응도 있다.
"올림픽 특수가 있긴 하다. 우선, 호텔이 5개가 새로 생겼는데 그쪽은 완전히 다 찼고, 콘도들도 다 찼다. (그런데) 서민들에게는 (효과가) 썩 가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민박 같은 경우엔 예약률이 50% 정도밖에 안 된다. 상가들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장사가 잘 안 되는 지역도 있다. 차량 진입 통제가 많고, 또 강릉에선 2부제를 실시하니까 여러 가지 불편한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세히 알아보니까, 다른 개최지도 올림픽 기간 중에는 대개 그렇단다. 올림픽이 끝나면 이제 후광 효과로 사람들이 개최지를 찾는다고 들었다."

- 강원도가 평창올림픽 경기장 사후 활용 예산 요청을 중앙정부에 한 것으로 아는데 협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예산을 요청한 경기장들이 윤성빈 선수가 금메달 딴 슬라이딩 센터. 그리고 스키점프대와 스피드스케이트장 등 네 곳이다. 강원도가 그 경기장들을 운영하라는데 사실 쓸 수가 없다. (웃음) 국가대표 선수들 훈련장 외에는 쓸 수가 없다. 그렇다고 상업용으로 쓰자니, 국가대표 선수들이 연습을 못한다. 그래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까지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장으로 쓸 수 있다고 본다. 일본 나가노 경기장이 너무 오래 된 점을 감안하면 (평창 슬라이딩센터 등은) 아시아에서 유일한 경기장이다. 그 경기장들을 운영하는 비용이 연 38억 원쯤 되는데 그것을 (중앙정부와) 좀 나누자고 협의하고 있다. 6:4로 할 거냐 5:5로 할 거냐의 차이다. 곧 조정이 될 거다."

- 마지막 질문이다. 최 지사가 보는 평창올림픽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인가.
"저는 역사의 선물이라고 보고 있다. 또는 신의 한 수. (평창올림픽은) 절묘한 역사의 변곡점에 위치해 있다. 국내 정치적으로도, 또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동북아 정세에 있어서도, 북미 관계에 있어서도, 경제적으로도. 만약 (평창올림픽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암담하다. 그래서 이 역사의 선물을 잘 받아들였으면 한다. 그리고 차후에 한반도·한민족이 번영해나가는 토대로, 씨앗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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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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