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중앙·성남시장의 정경. 설 연휴를 앞둔 데다 올림픽 일정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렸다. 생각보다 한산한 골목도 있었지만, 대체로 활기를 보였다.

지난 14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중앙·성남시장의 정경. 설 연휴를 앞둔 데다 올림픽 일정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렸다. 생각보다 한산한 골목도 있었지만, 대체로 활기를 보였다. ⓒ 곽우신


하얀색 패딩 점퍼를 입은 외국인이 고개를 빼들고 닭강정집 앞에서 기름에 튀겨지고 있는 닭을 신기한 듯 쳐다봤다. 가게 주인은 무심히 이쑤시개를 하나 들어 노릇하게 익은 닭튀김 하나를 콕 찍어 건넸다. 냉큼 입에 넣은 외국인이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그 옆에는 상가 사이 좁은 골목으로 'ㅢ'자로 꺾인 줄이 만들어졌다. 아이스크림 호떡을 파는 곳이다. 가게 앞에선 아이스크림 호떡을 손에 들고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이 보였다.

지난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강릉중앙시장. '올림픽 특수'가 생생히 느껴졌다. 긴 통에 화살을 던져넣는 전통놀이 '투호'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됐고, 시장 곳곳에는 신원확인용 올림픽 'AD(Accreditation)' 카드를 목걸이처럼 건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시장 밖에는 평창동계올림픽 경기를 중계하는 '라이브 사이트' 무대가 설치됐다. 무대 위에는 지역 주민들의 공연이 펼쳐졌고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 의상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광장을 오가며 시선을 모았다.

그렇지만 중앙시장 모든 가게가 '올림픽 특수'로 들썩이는 건 아니었다.

[아쉬움] 닭강정·호떡 말고도 있는데 아쉽네...

"수박 얼마래요?"
"3만 원."
"뭐 이렇게 비싸요."
"내 2만8000원까지 해드릴게."

제수용 과일을 놓고 손님들과 흥정을 벌이던 청과점이 그랬다. 약 7년 정도 이곳에서 장사를 했다는 40대 상인 이아무개씨는 "올림픽? 복작스러워. 정신도 하나도 없고"라면서도 "시장이 원래 복작복작한 게 좋지"라고 말했다. 올림픽 특수가 특정 품목에만 쏠렸다는 아쉬움이었다.

그는 "(외국인이나 외지 손님들이 와서) 닭강정 말고 이런 것도 사 가면 좋을 텐데. 너무 욕심인가"라며 "옛날보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줄었다 싶었는데 잠깐이지만 (올림픽 덕에) 바글바글해서 좋아"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중앙·성남시장의 정경. 설 연휴를 앞둔 데다 올림픽 일정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렸다. 생각보다 한산한 골목도 있었지만, 대체로 활기를 보였다.

지난 14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중앙·성남시장의 정경. 설 연휴를 앞둔 데다 올림픽 일정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렸다. 생각보다 한산한 골목도 있었지만, 대체로 활기를 보였다. ⓒ 곽우신


이씨가 말한 것처럼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사진을 찍는 손님은 많았지만 정작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지역 주민들이었다. 대다수 외지 사람들은 닭강정이나 호떡, 장칼국수를 파는 몇몇 점포에만 몰려들었다. 대개 올림픽을 앞두고 '강릉 명물 먹거리'로 소개된 것들이었다. 

떡집도 마찬가지. 설 대목을 맞아 찾은 손님들은 반갑지만 '올림픽 특수'는 없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떡집 사장은 "(올림픽이) 딱히 도움 되는 건 없다. 와서 다들 사진이나 찍고 가지"라면서 "(그래도) 사람이 많으니깐, 사람이 사는 데 같아서 보기 좋다. 내가 언제 이렇게 외국인들을 많이 보겠나"라고 말했다.

약과·뻥튀기·미역·김가루 등을 좌판에 놓고 팔던 할머니는 한과 등을 사는 기자에게 "(요새) 사람은 많아졌지만 이거 사주는 서울 사람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은 많아졌는데 올림픽 때문에 잘 팔리는지는 모르겠다"면서 "서울 사람은 이런 과자 안 먹지 않아? 더 맛있는 거 먹지"라고 되묻기도 했다.

[반가움] "북한 사람들은 여기 안 오나?"

 지난 14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중앙·성남시장의 정경. 설 연휴를 앞둔 데다 올림픽 일정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렸다. 생각보다 한산한 골목도 있었지만, 대체로 활기를 보였다.

지난 14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중앙·성남시장의 정경. 설 연휴를 앞둔 데다 올림픽 일정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렸다. 생각보다 한산한 골목도 있었지만, 대체로 활기를 보였다. ⓒ 곽우신


올림픽 특수를 떠나서 많은 사람들이 강릉을 찾아 준 것이 반갑고 자랑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30년 가까이 중앙시장 인근에서 미용실을 하고 있는 박아무개씨는 "평생 운동(스포츠 경기) 이런 거 안 봤는데 그래도 동네에서 한다니깐 관심 갖고 챙겨보게 됐다"면서 안타깝게 실격 당해 메달을 놓친 쇼트트랙 경기를 보면서 홧병이 날 뻔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요새 사람은 진짜 많다. 그래도 우리 같은 미용실에 들어오는 사람은 없으니까"라면서도 "여기까지 와서 고생하는 서울 사람들 보면 참 안쓰럽다. 이런 사람들이 있으니깐 올림픽 같은 게 돌아가지 않나"라고 말했다. 미용실에 앉아 있던 지역 주민들도 "목걸이 걸고 있는 사람들이 가끔 오더라. 우린 손님이 늘었다", "요 앞에는 그래도 사람들이 와서 뭐를 사간다"라면서 추임새를 넣었다.

박씨는 "올림픽이 나한테 뭔가 해준 것은 없지만, 강릉은 크기에 비해 한적한 곳인데 여기에 사람 이렇게 많은 건 처음 본다"라며 "젊은 사람도 많이 보이고. 그래서 그냥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사람들은 여기 안 오나"라고도 한 마디 덧붙였다.

"북한 사람도 좀 보고 싶은데~ 언제 보겠어. 나는 요새 외국인들 봐도 그렇게 기분이 좋아~"


평창올림픽 설 연휴 강릉중앙시장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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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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