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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는 다른 여러 가지 이름으로도 불리운다.

암호통화, 가상화폐, 가상통화, 가상증표, 코인 등 하나의 대상을 두고 이렇게 많은 이름으로 불리우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암호화폐를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이름이 달라질 수 있기에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글에서 암호화폐라고 칭한다해도 그 명칭에 너무 얽매여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
특히 화폐라는 단어 때문에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면이 있다.

블록체인은 이전에는 없던 기술이고 그에 기반한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라서 하나의 단어로 규정할 수 없는 개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블록체인 관련 기술은 진화 중이고 당연히 그에 기반한 암호화폐도 진화 중이라, 이 시점에서 명확히 규정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그러나 이전 글을 읽어 보신 분이라면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중에서도 특히 퍼블릭 블록체인(이하의 글에서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블록체인은 모두 이 퍼블릭 블록체인을 지칭함)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에서 쓰이는 토큰과 같다는데는 어느 정도 동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잠깐 한가지만 짚고 넘어 가자면, 앞으로 블록체인 생태계라는 말이 많이 나올텐데 장황한 설명보다는 구체적으로 블록체인 기반 SNS, 블록체인 기반 게임, 블록체인 기반 앱스토어 등으로 생각하면 편하다. 혹은 그 모든 서비스가 가능한 플랫폼으로서의 생태계도 있다. 미래에 블록체인 기반으로 무엇이 어떤 형태로 구현되고 서비스될지 예측할 수 없어 통칭하여 생태계라 하겠다.]

하지만 가치가 일정한 버스토큰과 달리 암호화폐라는 토큰은 가격이 수시로 변화한다. 암호화폐 가격의 급등락은 토큰의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는 주식과 유사한 암호화폐의 또 다른 면 때문이다. 일반 기업은 IPO(기업공개)를 통해 주식을 발행하고 투자금을 모으며 이후, 그 주식의 상장을 1차적 목표로 삼는다. 블록체인 기술 기업은 ICO(initial coin offering, 암호화폐공개)를 통해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투자금을 모으며, 그 암호화폐의 상장을 1차적 목표로 삼는다.

또한 기업 가치가 올라가면 주식의 가격이 올라가듯이, 블록체인 기술 기업의 가치, 더 정확히는 그 기업이 만든 블록체인 생태계의 가치가 오르면 암호화폐의 가치도 올라간다.

다만 암호화폐가 주식과 다른 점은 현재, 기본적으로 암호화폐의 경우 의결권도 배당도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배당 없는 우선주라고 보면 어느정도 유사할 것이다.

물론 블록체인을 설계하기에 따라 암호화폐 소유자에게 의결권과 유사한 권리를 줄 수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과 그에 기반한 블록체인 생태계와 암호화폐는 끝임없이 발전, 변화 중이라 지금 이 시점에서 명확하게 단정할 수 없는 문제가 많다.

블록체인 기술 기업도 일반 기업과 똑같이 IPO(기업공개)와 주식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모으면 되지 않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을 주식처럼 운영할 수 없는 이유

하지만 이것은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현실적으로 블록체인 기술 기업은 공개할 자본금이나 수익이 거의 없다.

개발자 몇 명이 모여서 컴퓨터 몇 대 두고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설계하는데 무슨 자본금이 있겠으며 무슨 수익이 있겠는가? 기존의 시장에서 그런 기업의 주식에 선뜻 투자해 줄 투자자가 있을까. 게다가 지금은 많은 언론이 나서서 암호화폐는 사기고 도박이라고 겁박하고 있는 상황이기까지 하다.

둘째, 아주 운좋게 엔젤 투자자가 나타나더라도 이후에 법적으로 곤란한 상황이 생긴다. 주식을 매수한 엔젤 투자자가 이후 블록체인 기술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하려 할 때 상당한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이미 조성된 블록체인 생태계는 개발자조차도 마음대로 그 구조를 일방적으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기반 블록체인의 서버는 중앙에 집중되어 있지 않고 분산되어 있다. 따라서, 예를 들어, SNS 사용자에 대한 보상과 같은 중요한 내용을 바꾸는 하드포크(대규모 업그레이드)를 실행하려 할 때 사용자, 특히 채굴자의 찬성이 없으면 절대 불가능하다.

주주들이 의결을 통해 블록체인 생태계를 다른 방향으로 운영하자고 의결하여도 개발자조차 그에 대한 일방적 실행이 불가능한 것이다. 블록체인은 51% 이상의 블록을 취하고 49% 이하의 블록을 버리도록 설계되어 있을 뿐이지 만들어진 블록이 채굴자 편인지 대주주 편인지 따지지 않는다.

기업은 주식을 보유한 주주의 의결권을 존중할 법적 의무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을 실행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물론 주주, 기업, 채굴자, 사용자의 의견이 모두 합치되는 방향으로의 변경은 합의된 하드포크를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주주가 반드시 그런 결정을 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술 기업은 IPO(기업공개 즉, 주식발행)가 아닌 ICO(암호화폐공개 혹은 발행)를 통해 투자금을 모으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위에서 썼듯이 암호화폐에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이다.

혹은 암호화폐에 의결권이 주어지는 경우라도 주식을 가진 주주와 암호화폐를 가진 주주가 충돌하는 상황을 피하려면 기업공개를 통한 주식 발행을 하면 안 된다. 법적으로는 주식을 가진 주주의 의결권이 우선이지만 블록체인 생태계 위에서는 암호화폐 주주의 의결권이 이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큰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은 IPO에 비해 거의 아무런 규제가 없는 ICO를 통해 실현 불가능한 사업모델을 제시하는 암호화폐가 투자자를 유혹하거나 심지어 아무런 사업계획 없이 사기의 목적으로 투자자를 끌어 모으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전 글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가져올 혁신적 기술에 대한 가능성을 본 분이라면 우리나라처럼 ICO를 전면 금지하는 것보다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규제를 통해 투자자도 보호하고 동시에 기업도 육성하는 정책을 고민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느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7년부터 중국에 이어 세계 2번째로 ICO를 전면 금지하여 적지 않은 암호화폐 관련 스타트업 기업들이 스위스나 홍콩 등으로 도피하듯 떠나 그곳을 통해 사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중국조차도 홍콩을 통해 ICO하는 길을 열어둠으로써 실리를 챙기고 있다.

우리 정부는 ICO 전면 금지를 시행할 당시, 블록체인 기술 기업도 IPO를 통해 투자금을 모집하면 된다는 주장을 했는데 이 글을 읽어보면 그것이 얼마나 불합리한 생각인지 알 수있 있을 것이다. 관련 법안을 개정하지 않는 한, IPO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컨소시움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나 가능한 방법이다.

4차산업시대의 변화는, 관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그 너머에 있음을 깨닫고 무조건적인 금지가 아닌 제대로 된 ICO 규제안을 만들어 투자자 보호와 블록체인 기술 기업 육성의 두마리 토끼를 잡을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의 상황을 보면 거래소에서 수입한 외제 암호화폐 거래만 이루어지고 국산 암호화폐를 개발하여 수출할 정상적인 경로는 없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미래에 암호화폐 시장이 거대해질 경우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수입만 가능하고 수출할 길은 막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지금 정부가 쓰는 꼼수는 이미 수입된 외제 암호화폐의 거래만 가능하게 하고 더 이상의 수입을 막았다. 바로 재정거래를 막은 것이다. 그것의 부작용이 바로 동일한 암호화폐의 가격이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만 유난히 더 높은 '김치 프리미엄'이다. 수요는 계속되는데 수입이 원활하지 않으니 가격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최근 암호화폐 가격 폭락으로 잠시 김치 프리미엄이 사라졌지만 언제 다시 튀어오를지 모를 폭탄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꼼수는 꼼수일 뿐이다. 수입을 막을 것이 아니라 수입보다 더 많은 수출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정부는 우리 나라 인재들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

그들은 전세계에서 통할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개발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인터넷 대국, 게임산업 대국이지만 IT개발자가 너무 많아 IT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가 오히려 어려운 나라다. 그들이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할지언정 막아서지는 말아야 한다. 폐쇄, 금지, 사기꾼, 도박꾼이라는 겁박만 하다가는 블록체인이 지배하는 미래 인터넷 환경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태그:#암호화폐, #가상화폐 , #ICO, #블록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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