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 프리스케이팅에서 메달리스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메달을 차지한 중국의 쑤이원징-한충, 금메달을 차지한 독일의 알리오나 사브첸코-브뤼노 마소, 동메달을 차지한 캐나다의 미건 뒤아멜-에릭 래드퍼드.

15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 프리스케이팅에서 메달리스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메달을 차지한 중국의 쑤이원징-한충, 금메달을 차지한 독일의 알리오나 사브첸코-브뤼노 마소, 동메달을 차지한 캐나다의 미건 뒤아멜-에릭 래드퍼드. ⓒ 연합뉴스


이미 올림픽 메달을 가졌지만 최고의 자리에 서겠다는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다섯 번째 올림픽 만에 그것을 현실로 만들었다. 알리오나 사브첸코(독일)의 이야기다.

알리오나 사브첸코-브루노 마소는 15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스케이팅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159.31점(기술점수 82.07점, 구성점수 77.24점)의 개인 최고 기록을 만들어 냈다. 이들은 쇼트프로그램에서 받은 76.59점을 더해 총점 235.90점을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노장의 도전

사브첸코는 34살의 노장 페어스케이터로 사연이 많은 선수 가운데 하나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그는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처음 출전해 15위로 유망주로 주목 받았다. 사브첸코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3년 그의 피겨인생 최고의 파트너였던 로빈 졸코비(은퇴)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이들은 2014년까지 11년간 함께 페어 커플로 은반을 누비면서 2008년, 2009년, 2011년, 2012년, 2014년 등 다섯 번의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은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6위였고, 2010년 밴쿠버올림픽과 2014년 소치에서 모두 동메달을 획득했다.

토리노올림픽을 앞두고 사브첸코는 페어 커플의 경우 남녀선수의 국적이 같아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자신의 국적을 졸코비의 국적인 독일로 변경했다.

세계선수권 5회 우승 등 빛나는 커리어를 자랑하는 사브첸코였지만 올림픽은 유독 그의 편이 아니었다. 밴쿠버에서는 중국에게 소치에서는 러시아에게 밀렸다. 특히 소치는 사브첸코에게 너무나 큰 아픔으로 남은 대회였다.

당시 사브첸코는 은메달 획득이 유력시 되고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 관중들은 이들이 점프와 리프트 기술을 시도하려 할 때마다 비상식적인 응원과 아유를 보냈고 결국 기술 요소에서 실수를 범해 3위로 내려갔다. 사브첸코는 시상대 위에서 로빈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미 당시에도 30살이었기에 더 이상의 올림픽은 힘들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사브첸코는 포기하지 않았다. 소치 후 졸코비가 은퇴를 선언했고 사브첸코는 프랑스 출신의 브루노 마소를 새 파트너로 맞이했다. 평창에 출전하기 위해 파트너 마소는 사브첸코를 따라 국적을 독일로 바꿨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렸던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차지하면서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리고 운명의 평창. 14일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이들은 뜻하지 않은 실수를 범했다. 마소가 지나치게 긴장한 탓에 트리플살코 사이드 바이 사이드 점프를 2회전으로 처리하는 실수를 범한 것. 이 때문에 당초 예상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 5위로 내려갔다. 결국 프리스케이팅에서 완벽한 클린연기로 승부를 띄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 어려운 난관을 이들은 기어코 뛰어 넘었다. 이들은 트리플 트위스트 리프트를 시작으로 스로 트리플 플립, 트리플 살코 3연속 콤비네이션 사이드 바이 사이드 점프, 스로 트리플 살코 등 모든 점프에서 넓은 비거리를 보여주며 최고의 퍼포먼스로 박수 갈채를 받았다.

여기에 그룹3 리프트와 그룹5 리버스 라소 리프트, 그룹5 악셀 라소 리프트 등 모든 리프트 기술에서는 최고 레벨4를 받았다. 더 이상 흠을 찾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의 완벽한 연기였다.

피겨 역사에 남을 성과

아름다운 리프트 자세로 연기를 마친 사브첸코는 연기를 마친 직후 빙판 위에 엎드려 모든 것을 해낸 만족감과 부담감을 내려놓은 채 마음껏 기뻐했다. 그리고 점수가 발표되는 순간 최고의 점수가 전광판에 찍혔고 이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린존에서 남아있던 다른 팀들의 연기를 숨죽이며 지켜봤고 결국 금메달이 확정되자 사브첸코는 눈물을 쏟으며 다섯 번째 올림픽 만에 그토록 원하던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게 됐다.

페어종목은 싱글과 아이스댄스 등에 비해 공중에서 시도하는 기술들이 상당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이 한 번 부상을 당할 경우 자칫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할 수도 있는 큰 부상이 잦다. 사브첸코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평창에서 획득한 금메달은 20년의 세월을 인내하며 얻은 것이기에 더욱 빛났다. 뿐만 아니라 선수 인생의 끝자락에서 불가능해 보였던 것을 증명하며 모두에게 '울림'을 주었다. 평창에서 이뤄진 사브첸코의 꿈은 세계 피겨 역사의 한 줄을 장식했다. 이 성과는 먼 훗날까지도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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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알리오나 사브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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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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