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골잡이는 존재 이유가 너무나 분명하다.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골을 시원하게 넣을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부정하기 힘든 라이벌 팀 최고의 선수를 데려오기까지 고민도 많았겠지만 K리그 최고의 골잡이로 검증된 데얀 다미아노비치의 가치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서정원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한국)가 우리 시각으로 14일 오후 5시 30분 시드니에 있는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H조 시드니 FC(호주)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골잡이 데얀 다미아노비치의 멀티 골 활약에 힘입어 2-0 완승을 거뒀다.

수비수 셋 바보 만든 '데얀 다미아노비치'

어웨이 팀을 이끌고 멀리까지 날아온 서정원 감독은 전반전 미드필드에 핵심 선수들을 촘촘하게 배치하며 신중하게 경기를 시작했다. 3-5-2 포메이션을 내세워 주도권을 홈팀 시드니 FC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공격보다는 밸런스 유지에 더 치중한 것이다.

시작 후 1분도 안 되어 수원 골잡이 데얀 다미아노비치가 좋은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상대 골키퍼 앤드류 레드메인의 키를 넘긴 슛이 골문을 벗어나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실망하기보다는 신중하게 경기를 운영하며 후반전 집중력을 높이는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수원의 새 골잡이 데얀 다미아노비치는 정말로 기다렸다는 듯 후반전 중반에 듬직한 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이름을 시드니에 뚜렷하게 새겨놓았다. 62분, 염기훈의 패스를 받은 데얀은 시드니 FC 페널티 지역 반원 밖에서 낮게 깔리는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데얀은 염기훈의 패스를 받기 직전에 미끄러져 넘어졌지만 곧바로 일어나 방향을 바꿔 슛 각도를 확보하는 빼어난 능력을 자랑한 것이다. 데얀 바로 앞에는 무려 세 명의 시드니 FC 수비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반 박자 빠른 데얀의 슈팅 타이밍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를 포함하여 2018년 공식 일정 두 경기만에 수원의 새로운 해결사로 자리매김한 데얀은 12분 뒤에도 뛰어난 세컨 볼 집중력을 자랑하며 골문 정면에서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상대 골키퍼 앤드류 레드메인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K리그가 더 기대되는 데얀의 존재감

1골로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경기 흐름이었기에 수원 블루윙즈로서는 추가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시드니 FC의 공격력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날카롭지 않았지만 현재 진행중인 호주 A리그에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팀이기에 결코 가볍게 볼 수는 없었다. 지난 시즌 경기 끝무렵 동점골이나 역전골을 내줬다고 하여 다른 팀 서포터즈로부터 'SEO TIME' 비아냥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수원 블루윙즈에게 꼭 필요한 추가골이었다.

수원은 데얀의 선취골 직후에 미드필더 조원희를 들여보내며 중원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단속했다. 그리고 75분에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원하던 추가골 기회를 잡아냈다. 이종성이 헤더 패스를 보낸 공이 시드니 FC 미드필더 브랜든 오닐의 오른팔에 맞은 것이다.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주인공은 역시 데얀 다미아노비치였다. 그리고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강하게 시도하여 그물 왼쪽 구석을 정확하게 흔들어댔다. 하루 전 전북 현대의 골잡이 이동국이 멀티 골을 터뜨린 것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수원의 데얀과 전북의 이동국, 김신욱 등이 맞붙는 2018 K리그1 득점왕 경쟁은 챔피언스리그 덕분에 더욱 뜨거워진 셈이다. 수원 블루윙즈의 K리그1 개막전은 3월 1일 오후 2시 전남 드래곤즈를 빅 버드로 불러들여 펼치게 되며 아시아 클럽 최고의 더비 매치로 널리 알려진 FC 서울과의 슈퍼 매치도 4월 8일 오후 2시 빅 버드에서 열린다. 지난 해까지 FC 서울의 공격을 이끌었던 데얀 다미아노비치가 바로 그 슈퍼 매치를 더욱 뜨겁게 만들 주역이 될 수밖에 없다.

수원 블루윙즈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 일정은 오는 21일(수) 오후 7시 일본 J리그의 가시마 앤틀러스를 안방 빅 버드로 불러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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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8 AFC 챔피언스리그 H조 결과(14일 오후 5시 30분, 알리안츠 스타디움-시드니)

★ 시드니 FC 0-2 수원 블루윙즈 [득점 : 데얀 다미아노비치(62분,도움-염기훈), 데얀 다미아노비치(76분,PK)]

◎ 수원 선수들
FW : 데얀 다미아노비치, 바그닝요
MF : 이기제, 염기훈(83분↔임상협), 조지훈(63분↔조원희), 최성근, 크리스토밤
DF : 곽광선(87분↔구자룡), 조성진, 이종성
GK : 노동건
축구 데얀 다미아노비치 수원 블루윙즈 챔피언스리그 시드니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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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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