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TV <라디오 로맨스> 포스터

KBS2TV <라디오 로맨스> 포스터 ⓒ KBS2


그들은 '쉼터'가 필요했다. 마이너의 아픔과 서러움을 풀어낼 수 있는 공간. 

KBS 2TV '라디오 로맨스'의 이야기다. 3년차 라디오 작가 '송그림'과 톱스타 '지수호'의 사랑 이야기. 제목이 말해주듯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송그림과 지수호의 로맨스에 주목한다. 요즘은 이강도 합세하여 흥미진진한 '삼각 관계'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다른 한 공간에서는 눈에 띄지 못하는 '마이너', 서브 작가들의 공간이 그려져 있다. 일만 많은 '장마'와 메마른 시청률로 고심하는 '가뭄', 그리고 불같은 성격 때문에 손해를 보는 '토네이도'가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이름도 없다. '메이저'인 라라희처럼 '작가님'이란 호칭도 없다. 그냥 시청률에 따라, 혹은 성격이나 업무량에 따라 '장마', '가뭄', '토네이도' 등의 별명으로 불릴 뿐이다. 이름으로 불리지 못한다는 건 존재감 또한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존재감이 없는 그들은 별명에 맞게 메인 작가나 라디오 피디, 국장으로 부터 심한 대우를 받아도 말 한마디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그들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들만의 울분을 같은 처지의 멤버끼리 모여 토로할 수 있는 공간 말이다. 그 공간이 바로 그들이 모이는 소품실 주방과 술집이고 그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소품이 '술'이다.

현재 6회까지 방송된 라디오 로맨스는 처음부터 송그림과 지수호의 로맨스를 속도감있게 다루면서 지루하지 않은 극 전개로 긴장감을 선사하고 있다. 그러나 송그림과 지수호의 이런 저런 에피소드가 전해져도, 장마와 가뭄, 토네이도로 불리는 이름없는 서브 작가들은 한결같이 그들의 공간에 모여 술 한 잔으로 그들의 애환을 달랠 것이다.

작가의 설정이 오히려 따뜻하다고 느껴진 건 그래서일까. 작가는 1회 시작에서, 각 서브 작가의 별명과 그 유래를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마치 '이들도 기억해 달라'는 듯이. 남들이 모르는 애환을 갖고 있는 이들의 아픔을 생각해 달라는 의미로 보이는 것은 나만의 감정은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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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계 근무.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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